일, 십, 백, 천, 만리포. 5형제해수욕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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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의 길이에 따라 일, 십, 백, 천, 만리포, 5형제해수욕장이 탄생했다.

우리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 하면 으례 만리포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것이 ‘만리포 사랑’이라는 대중가요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만리포보다 백사장 길이는 좀 짧아도 덜 복잡하고 더 깨끗한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일리포까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언택트시대, 조금이라도 더 한적한 여행지를 찾아 가야하는 지금, 만리포보다 더 한적하고 아름다운 이 5형제 해수욕장을 소개한다.

아담한 막내,물맑은 일리포해수욕장
가장 규모가 작은 일리포해수욕장, 일명 구름포라고도 한다.

​태안의 맨 위, 신두리해수욕장 바로 아래에 있다. 백사장의 길이가 가장 짧은 막내 해수욕장으로 일명 구름포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 수심이 얕고 물이 서해안 치고 너무 깨끗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는 오히려 만리포보다 낫다. 해수욕장 바로앞에 야영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바닷가로 나가는 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해변의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모래가 고운 프라이빗 비치같은 작은 해수욕장이다.

화영섬이 파도를 막아주는 십리포해수욕장
십리포도 일리포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서 좋다.

일리포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조금 큰 십리포가 있다. 백사장이 일리포의 열배나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렇게 십진법에 따라 이름붙인게 너무 재미있다. 십리포해수욕장을 더욱 빛내주는건 해수욕장 오른편으로 돌출된 아담하고 예쁜 화영섬 (또랑섬)이다. 조선시대 안흥항으로 들어오려던 사신들이 풍랑에 표류하다 이 섬에 상륙하여 그들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환영섬이라 했다가 세월이 흘러 화영섬이라 불린다고 한다. 섬으로 연결되는 길이 서해안의 여느 섬처럼 자갈이나 뻘이 아니라 파란 잔디로 되어있어 한발한발 내딛는 느낌이 양탄자처럼 푹신해서 좋다.

1km의 비포장도로 끝,백리포해수욕장
백리포도 서해안치고는 속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 좋다

십리포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길을 달리면 조금 아래 백리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백리포길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기는 비포장도로이고 그 길이는 1km나 된다. 그만큼 찾는 사람들은 많이 없어 깨끗하다 하겠다. 백사장의 길이는 십리포, 일리포에 비해 꽤 길고 여기도 역시 서해안치고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 좋다. 일명 방주골해수욕장 이라고도 불리는 백리포는 유난히 해송이 울창하다. 그래서 그런지 해송 사이로 타퍼나 텐트를 친 야영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름다운 수목원과 함께하는 천리포해수욕장
천리포수목원에서 바라본 천리포해수욕장, 앞에 보이는 섬이 닭섬이다.

천리포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과 6도밖에 되지않는 완만한 경사로 가도가도 물이 무릎밖에 차지않는 끝없는 백사장을 자랑한다. 물도 서해안치고는 너무나 깨끗해 속이 다 비친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닭섬이라는 섬이 버티고 있어 물이 빠지면 노둑길을 걸어 사람이 살지않는 닭섬의 무인도 탐사까지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서해안의 보석 천리포를 빛내는 것은 천리포수목원이다. 해수욕장과 문 하나 사이로 연결된 천리포수목원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귀화한 민병갈이라는 파란 눈의 한국인이 평생에 걸쳐 가꾼 자연사랑의 결과로 그 규모와 종류, 아름다움에 있어 아시아 최고를 자랑한다. 수목원 안에 있는 서해전망대에 놓인 멋스러운 나무의자에서 바라보는 천리포 해수욕장의 노을은 그야말로 둘도 없는 인생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리포해수욕장의 오른쪽 끝으로는 천리포항이 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어선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회감으로 또다른 미식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니 이래저래 쏙 마음에 드는 천리포다.

서해의 맏형,만리포해수욕장​
서해의 맏형 만리포해수욕장엔 집라인이 설치되어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만리포는 뭐니뭐니해도 서해의 맏형이라 불릴수 있는 대표해수욕장이다. 그만큼 백사장의 넓이와 해안선 길이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해수욕장의 오른쪽 끝으로는 만리포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집라인이 설치되어있다.
만리포를 더욱 빛내는 것은 태안 유류피해극복 기념관이다. 2007년 태안의 바닷가를 덮친 기름띠를 인간띠로 이겨낸 승리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았다. 기념관 입구의 연못에선 당시를 상징하는 검은 기름을 둘러쓴 새들의 조형물이 언제 그랬냐는듯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만리포 해수욕장엔 그때를 상징하는 희망의 고리 상징탑이 있다.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검은 기름띠로 뒤덮힌 태안의 바닷가를 다시금 예전의 그 맑고 깨끗한 바다로 되돌려놓았던 현장의 감동을 말해주고 있다.

바다에 재미까지 더해주는 5형제 해수욕장

일, 십, 백, 천, 만리포-
그 이름만으로도 서해 바다의 재미를 더해주는 5형제 해수욕장. 그러나 내 마음에 드는 순서는 백사장의 넓이와 유명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듯 오히려 작아질수록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더 커지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