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정임대료’ 발언 직후 ‘임대료멈춤법’ 발의
재산권 침해, 위헌 지적에 임대인 세제지원 등 방법 고심
문재인 대통령의 ‘공정 임대료’ 발언 이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임대료 감면 법제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 조치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공정한 일인지 해법과 지혜를 모아 달라”로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공론화에 나섰다. 14일,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집합금지 업종에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고, 집합제한 업종은 기존 임대료의 절반 이상 청구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5일에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이해당사자와 시민사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공정한 임대료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에 이어 당 지도부의 긍정 발언이 이어지면서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임대료 멈춤법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정’을 이유로 정당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 제13조에는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임대료가 시장 원리에 따라 맺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사적 계약이라는 점에서 임대료 청구권의 제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임대차 3법’과 같은 국민 갈등과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인 역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세한 자영업자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을 살피지 않는 일방적인 정책은 양극화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경기 침체로 임대 수익률이 중대형·소규모·집합 상가에서 모두 하락했다. 올해 3분기 임대 수익률은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중대형 상가는 0.24%p, 소규모 상가는 0.17%p, 집합 상가는 0.18%p 하락했다.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도 임대료 지원을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는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문제와 관련해 “재난지원금, 고용유지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영업자의 고통을 나누고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코로나19로 영업을 하지 못해 소득이 없는데도 임차료를 그대로 부담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임차료를 포함해 종합적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과 부담이 임차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임대인을 비롯해 금융기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발의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자영업자의 임대료 지원을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해외 사례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