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지는 태양이 바다위에 머무는 한적한 해변
관념을 허물어뜨리는 몽환의 밤거리
카오치찬과 농눅빌리지는 뉴 관광 컨텐츠
거대한 나무와 나무사이를 활강하는 짜릿한 레포츠까지
(미디어원=강정호 기자) 파란달은 실재하지 않는다. 파란달이 뜨지 않는다는 현실 속에서는 그렇다. 그런데 파타야의 늦은 시각에 파란달을 보았다. 실재라는 경험으로 굳건하던 관념이 무뎌져서일지 모른다.
워낙 이름높은 관광지의 명성을 갖고 있는 파타야는 밤문화로 이름높다. 음기(陰氣)가 센 나라여서 여성이 많고, 트랜스젠더 문화가 희안하게 발달했다는 어느 기자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파타야를 보니 그 말이 더 솔깃하게 들린다.
알고 보면 밤에만 몽환적인게 아니다. 낮의 파타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몽환적이다. 푸른 바다와 작렬하는 햇빛은 그 아래 우리들의 삶에 생기를 충전시킨다. 그야말로 천혜의 휴양지다.
이제 파타야는 기존의 낮과 밤 대비되는 관광코스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더욱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여행객에게 선사한다. 대표적인 것이 농눅빌리지와 새로운 액티비티다. 물론 파타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그 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이제 태국 파타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릴 때가 된 것이다.
# 여행자의 천국, 파타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거리를 가득 메운 동?서양을 막론한 사람들.
파타야 워킹스트리트는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볼거리 장소다. 날이 저물며 이곳은 전혀 다른 세계로 변모한다. 낮의 한산함을 그새 잊고, 워킹스트리트와 로얄가든플라자 사이의 유흥가가 몰려 있는 파타야 랜드는 매우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값싼 수제 공예품이나 우리나라의 한치와 같은 건어물을 파는 노점상이 가득하고 골목마다 붉은 조명아래 수많은 노천바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려나오고 수많은 유흥업소가 파타야의 밤을 밝힌다.
야외에 마련된 다소 퇴폐적인 고고바와 나이트클럽, 호텔, 음식점, 마사지숍이 즐비한 이곳엔 퇴역한 미군으로 보이는 건장한 노인과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을 번뜩이는 젊은 청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파타야를 즐기고 있다.
적당히 거리 분위기를 즐겼다면 본격적으로 파타야의 이색문화를 감상할 시간이다. 세계 3대 공연이라 불리는 ‘알카자 쇼’다. 태어나면서부터 XX염색체를 지닌 사람들보다 더 아름다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생각되는 XY염색체 소유자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한국 관광객을 위해 펼쳐지는 한복공연이나 실재 가수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과 같은 현란한 춤과 노래(물론 립씽크다)는 볼록 튀어나와 있는 그들의 목에 집중된다 해도 충분히 즐겁다.
공연 후 무수한 남자 팬들에 둘러 쌓여 사진촬영에 임하는 그들은 남자로 태어났되 여성임을 자각했다는 사실이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이었고, 자좀감 넘치는 연예인이었다.
#지속적인 관광컨텐츠 개발, 카오치찬과 농눅빌리지
자연 그대로, 혹은 선조가 물려준 문화유산이 현재 관광자원으로 쓰인다면 더없이 좋다. 아유타야 유적이나 방콕의 무수한 사원과 왕궁이 그러하다. 허나 태국은 그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여행객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바로 카오치찬이다. 파타야 인근의 돌산에는 14K 금으로 도금한 거대한 부처의 동판이 있다. 높이 130m, 폭 70m에 이르는 거대한 마애불 앞에서 사람은 개미가 되고 만다. 당연히도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지지고 볶는 우리들이 되고 마는 것이다.
푸미폰 즉위 50주년을 맞아 1996년에 제작된 이 불상은 부처가 민생을 구제했듯이 푸미폰 국왕이 태국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웅장한 그 모습인 태국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제작 당시 민초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1980년 개장한 농눅빌리지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이다. 열대식물, 난, 다육식물 등종 별 다양한 정원과 함께 코끼리쇼, 민속공연, 악어농장이 함께 운영된다. 특히 정원의 규모가 워낙 방대해 도보로 구경하다가는 곧 쓰러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농눅빌리지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둘러보았지만 이내 3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차례차례 등장하는 생전 처음 보는 광활한 대지 위 열대식물의 생소함은 식물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갖춘 여행객에게는 끊임없는 보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열대과일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식물들은 때로 친근하게, 때로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코끼리가 축구와 농구를 하며 자전거를 타고 화살을 쏘아 풍선을 터뜨린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거대한 코끼리를 훈련시켜 관객들 바로 눈앞에서 다양한 공연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그저 놀랍다. 미션에 성공한 코끼리는 관객에게 달려와 어린아이들이 관객에게 판매한 바나나를 자신의 상품이라 여기고 금세 빼앗아가버린다.
아이와 코끼리를 동원한 그네들의 상술에 조금은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이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다. 자리에 앉아 코끼리 공연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이다.
수많은 식물이 뿜어내는 습기로 금새 먹먹함을 느낀다면 지붕이 있는 코끼리 공연장이나 민속공연을 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시간 관계상 악어농장을 구경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동물이 아닌 식물 구경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남자라면 이 쯤이야!!
파타야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촌부리 카오키여우에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고목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다. 무성한 잎이 하늘을 가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한아름 감싸고 있는 모습에서 생경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저 나무위를 올라가야 한다니!! 게다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가느다란 와이어 하나에 몸을 싣고 활강해야 한다니!!
촌부리에서 즐길 수 있는 ‘플라이트 오브 더 기본’이라는 액티비티에 대한 이야기다. 버스에 내려서자 마자 바로 옆에는 작은 웅덩이 위를 가로지르는 연습장이 있다. 처음에는 ‘겨우 이게 다냐’고 못내 남자다움을 과시하던 기자도 본 코스를 경험하기 위해 수m 나무위로 올라서자 그 허공에서는 모골이 송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나무 꼭대기와 꼭대기를 연결해 놓은 와이어에 연결된 롤러로 미끄러져 다음 장소로 연이어 이동하게 되는 이 액티비티는 놀이공원에서나 타는 롤러코스터와는 분위기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이 줄 하나에 온몸을 싣고 끝이 보이지 않는 다음 나무까지 날아야 한다니.
이런 걱정은 어느새 푸른 하늘을 질주하는 한 마리 새의 기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혀 어렵지 않은 조작방법과 오히려 우거진 밀림이 내려다보이는 높이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짜릿함을 선사한 것이다. 하늘에서 다음 하늘로, 구름에서 다음 구름으로 미끄러지는 듯한 기분은 상쾌함에 가깝다. 군대 시절 여자친구와 어머니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선임에게 혼나며 뛰어내리던 유격훈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그 높이에서 한 차원 벌어지고, 무성한 숲의 모습에서 또 한 차원 벌어진다.
약 3시간 동안 3㎞에 걸쳐 총 24개의 코스가 있다. 2000바트 (약 8만원)에 이르는 적지 않는 비용이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태국의 푸른 하늘을 날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