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행복과 더불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반복되며, 이어져 오고 있는 전쟁의 역사를 하루빨리 없애고, 진정한 평화를 꿈꾸고 있다.중립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위스는 ‘평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스위스 취리히주의 취리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다. 어떤 점에서 취리히가 그토록 각광을 받고 있는지, 평화로운 나라 스위스의 취리히로 떠나보자. – 이정찬 기자/미디어원

취리히 전경 – 첨탑의 도시 취리히에는 교회와 성당의 수가 많다.

편안한 마음으로 도시 중심을 거닐다

취리히 국제공항에 내려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한적함이다. 이 공항은 8회 연속 유럽을 대표하는 공항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현대화된 건물 안에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 국내 공항에서의 북적북적한 느낌과는 달랐다. 한마디로 세련된 느낌이 좀 더 다가온다.

취리히 공항은 공항역과 함께 있다. 지하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면 취리히 시내까지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취리히가 스위스의 경제적인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은, 이처럼 편리한 교통도 한 몫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다른 도시와의 교통도 잘 연계돼 있어 여행의 거점으로도 충분히 활용된다. 취리히 공항역에서 취리히 중앙역까지는 수시로 기차가 운행되는데, 2층 기차라는 점이 특이하다. 취리히 중앙역은 스위스 최초 철도 개통시기에 생긴 역으로 스위스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게이트도 50개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역이다.

취리히 중앙역 – 취리히 공항역에서 가까우며, 반호프 거리와 이어져 있다.

중앙역 밖으로 나오면, 여느 유럽의 대도시처럼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다양한 호텔들과 노천카페들 하나하나가 마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깔끔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색감을 보여준다.

특급호텔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취리히라는 도시의 첫 광경을 눈에 아로새겨 본다. 하지만 티타임은 잠시 뿐, 이제 취리히의 여행 중심지, 반호프 슈트라세를 거닐 차례다. 중앙역의 반호프 광장에서 취리히 호반의 뷔르클리 광장까지 뻗은 약 1,300m에 이르는 대로인 이 거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쇼핑가다. 고급 상점과 커다란 백화점, 유서 깊은 은행 등이 밀집돼 있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구경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비록 유럽 특유의 높은 물가(?) 때문에 지갑에 선뜻 손을 넣기가 쉽지 않다 하더라도, 그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취리히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친절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와는 조금 다른 마음의 안정감이 생긴다. 거리 곳곳에서 펄럭이는 빨간색과 흰색의 스위스 국기는 그러한 마음을 더욱 굳게 만들어 준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첨탑의 도시

‘작지만 큰 도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취리히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고객의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계좌제도를 운영하는 스위스 중앙은행도 취리히에 있을 정도로,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취리히를 설명하는 말은 바로 ‘첨탑의 도시’라는 것. 그만큼 취리히 내에는 성당과 교회가 많다.

취리히의 야경 – 강을 경계로 성 베드로 교회(좌)와 그로스 뮌스터성당(우)이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은 그로스뮌스터 대성당이다. 11-13세기에 걸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스위스 최대 규모의 성당이다. 이 성당은 샤를 마뉴 대제가 세운 참사회로 지어졌다가, 중세에는 콘스탄티누스 주교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스위스의 종교개혁가 츠빙글리가 1519년부터 이 성당에서 설교한 이후로 유명해졌다.

성당 앞에 서면,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규모에 압도될 정도다. 성당 위의 쌍둥이 첨탑의 인상적인 외관은 취리히에서 꼭 봐야할 명물이다. 184개로 이뤄진 계단을 올라가 첨탑 정상에 이르면, 취리히 시내의 전경과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로스뮌스터 성당의 전경

그로스뮌스터 대성당에서 강을 건너 바로 맞은편에 있는 프라우뮌스터 성당도 유명하다. 이곳은 9세기경 동프랑크 왕국의 루트비히 2세가 딸을 위해 세운 여자 수도원을 교회로 바꾼 곳으로 13세기경 재건됐다.특히 제단 위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한데, 인상파 화가인 샤갈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성 베드로 교회는 유럽에서 가장 큰 시계탑으로 유명하며, 시계 바늘의 길이만 해도 3m가 넘는다고 하니,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된다.

강가에서 평화의 음악을 듣다.

취리히를 도보로 거닐다보면, 역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취리히 호수와 리마트 강이다. ‘호반의 도시’로도 알려진 취리히의 호숫가에 앉아 잠시 발을 담그면, 로맨틱한 기분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얼굴표정을 보며 ‘평화’와 ‘행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리마트 강변-거리가 깨끗하고 구획정리가 잘 돼 있어 도보가 편하다.

유유자적하게 지나가는 유람선들과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의 행복한 표정,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모습이 마치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이 그림 속만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처럼, ‘행복’과 ‘평화’도 분명히 현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는 강가, 하나둘씩 밝게 빛나며 켜지고 있는 도시의 불빛처럼 평화의 나라 스위스의 중심도시 취리히도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슬슬 유람선을 타고 오페라 하우스를 향할 시간이다. 하지만 취리히의 아름다운 음악은 이미 듣지 않았나 싶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강, 고풍스런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발하는 아름다운 평화의 음악을 말이다.

국가정보
정식 명칭은 스위스연방공화국으로 수도는 베른이다, 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를 사용하며, 종교는 가톨릭교와 개신교이다. 화폐는 스위스 프랑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 12월 19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가는 길
대한항공에서 인천~취리히 구간 직항편을 주 3회(화‧목‧토) 운항하며, 비행시간은 약 1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글 사진: 이정찬 기자/미디어원

쌍둥이 첨탑과 청동상이 인상적이다.
강변의 노천레스토랑,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리마트 강가, 취리히의 도심 한가운데로 리마트 강이 흐른다.
성 베드로 교회,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1534년 지어졌다.
강가의 야경, 밤이 되면 거리의 불빛으로 로맨틱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 신 바로크양식의 건물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취리히공항, 유럽에서도 인정받은 공항으로, 특히 도착지 면세 쇼핑이 가능하다.
호반의 도시 취리히는 유람선 관광하기에도 좋다.
첨탑에서 바라본 취리히 전경, 고풍스러운 건물과 푸른 하늘이 선명히 어우러진다.
성 베드로 교회의 시계탑, 시계판의 직경이 8m가 넘을 정도로 거대하다.
평화로운 도시의 야경, 평화로운 도시 취리히의 밤은 밝게 빛난다.

반호프 슈트라세, 취리히 중앙역에서 반호프 거리를 바라본 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