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계절 가을 그러나 부킹대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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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기도 용인의 한 유명 골프장 사장은 10월 1~3일 연휴 예약이 꽉 차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 특히 샌드위치로 낀 2일에는 예약률이 뚝 떨어져 내장객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지인들 예약 부탁을 들어주느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때 상황이 그리울 뿐이다.
# 2. 서울 강북지역의 한 명문 골프장은 올해 주중 단체팀을 대거 유치했다. 예전 같으면 골프시즌의 절정기인 가을에는 평일에도 예약하기가 힘들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그 수가 줄어들어 매출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문` 골프장들은 단체팀 받는 것을 꺼려 하지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단체팀을 유치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가을이면 찾아오던 `부킹대란`은 이제 옛말이 됐다. 부킹 한번에 200만원 이상 붙여 팔던 부킹 브로커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서울 근교 골프장들도 토요일은 차지만 일요일 오후 시간대 예약은 대부분 가능하다. 부킹 문의는 20% 이상 줄어들었고 예약을 대기하는 골퍼 비율 역시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가을 부킹대란`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골프장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홀당 내장객 감소 현황만 보더라도 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해 홀당 내장객 수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0.6%나 감소했고 올해도 6월 말까지 5.7%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전체 내장객 수도 2007년 2000만명을 넘어선 후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0.7% 감소했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골퍼들 유입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50대 이상 시니어 골퍼 비중이 상당히 높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필드보다 오히려 스크린골프를 선호하는 `스크린골프족`의 등장도 골프장 부킹난 해소를 돕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고 게임에 익숙한 젊은 골퍼들은 굳이 힘들게 골프장을 찾지 않고 스크린골프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설 골프장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9~10월 사이에만 10여 곳 골프장이 시범 라운드를 하거나 그랜드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 근교에 퍼블릭 골프장이 많아지면서 부킹난을 해소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권이 없어도 부킹이 수월하고, 회원제 골프장보다 팀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경기 포천의 포레스트힐(27홀)이 최근 시범 라운드를 끝내고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경기 파주의 파빌리온 골프장(27홀)도 시범 라운드를 하고 있다.
도로 신설과 확장에 따른 `수도권 골프장` 개념의 확대도 골프 부킹난을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서울~용인고속도로는 용인 외곽 지역 골프장까지 수도권 골프장으로 편입하게 했고, 서울~춘천고속도로 신설 역시 인근 골프장 30~40군데를 사실상 수도권으로 포함하게 했다.
접대골프의 실종도 부킹난을 해소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요즘 (정보과 등에서) 몰래 수도권 인근 골프장을 출입하는 공무원들이 있나 없나 확인해 간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간 큰 공무원이 골프를 하러 오겠느냐"고 설명했다.
공무원 접대골프가 사라지다 보니 이른바 `명문` 소리를 듣는 골프장들이 매출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업의 접대골프도 예년만 못하다.
최근 환경부가 `골프장 난개발 방지 및 친환경 골프장 조성대책`을 발표하면서 골프장 짓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골프장 수는 이미 400개를 넘어섰고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증가할 전망이어서 이제 `골프 부킹대란`이란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