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북유럽 여행을 꿈꾼다 . 북유럽은 보통 스웨덴 , 노르웨이 , 덴마크 , 아이슬란드 , 핀란드를 포함한 5 개국을 가리키지만 ,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없어 반대되는 용례도 많다 .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엔 덜 알려진 편이지만 , 유럽인들에게는 주요 여행지로서의 인기가 높다 . 그중에서도 노르웨이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 . 맑고 깨끗한 피오르 ( 피오르드 ), 신비한 오로라 등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 바이킹의 후예들이 사는 나라 노르웨이의 수도 ‘ 오슬로 (Oslo)’ 여행을 떠나보자 .
오슬로 여행의 시작점 , 칼 요한스 거리
북극해와 노르웨이해를 끼고 있는 노르웨이는 국토의 절반 정도가 북극권에 속해 지형이 매우 거칠고 험하며 , 이러한 지리적 여건상 도로교통보다 해상교통이 발달했다 . ‘ 노르웨이 (Norway)’ 라는 이름도 바이킹 시대 (8~11 세기 무렵 ) 당시 남쪽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항해하는 길을 ‘ 북쪽으로 가는 길 ’ 로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 .
이런 배경 때문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역시 숲과 빙하가 가득한 풍경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 한 나라의 수도답게 높은 건물들이 가득하고 차들이 지나다니는 번화한 도시다 . 그러나 현대화된 도시 속에 어우러진 자연과 깨끗한 도시의 모습은 오슬로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
오슬로 여행은 오슬로 역에서 시작해 왕궁까지 이어지는 , 칼 요한스 거리 (Karl Johans Gate) 부터 시작한다 . 이 거리의 이름은 19 세기 초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왕을 겸한 칼 14 세 ( 칼 14 세 요한 ) 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 동 · 서 거리로 나뉘어 있다 . 오슬로역이 동쪽 끝 , 오슬로 왕궁은 서쪽 끝에 위치하며 , 그 가운데에는 19 세기 중반에 지어진 오슬로 의회 건물이 있다 .
오슬로 역에서 나와 동쪽 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 옷가게와 노천카페 ,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 마치 서울의 명동을 걷고 있는 듯 활기찬 모습이다 . 보행자 거리가 끝나면 이윽고 차도와 인도로 나뉜 서쪽 거리가 나타난다 . 일자로 된 길을 걸으면 저 멀리에 오슬로 왕궁이 보인다 . 이 부근에는 국립극장과 의회 . 오슬로대학의 옛 건물 등 오슬로의 핵심적인 건물들이 모여 있다 . 오슬로 왕궁은 거리 중간에서 보았던 의회만큼이나 개방돼 있다 . 의례적으로 배치된 듯한 위병 몇 명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통제절차가 없기 때문에 평온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
하지만 노르웨이의 역사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를 받기도 했으며 , 1,2 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 현재의 평온함은 노르웨이가 겪은 고난과 역경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 20 세기 초 독립한 이후 노르웨이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다 .
왕궁에서 다시 동쪽을 향해 걸으면 매년 12 월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오슬로 시청이 나타난다 . 시 청사는 1931 년 착공이 시작됐다가 2 차 세계대전 때 잠시 중단되었다 . 전쟁이 끝난 이후인 1950 년 오슬로 시 창립 900 주년을 기념하여 완공돼 지금까지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다 . 2000 년 우리나라의 김대중 대통령도 이곳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 평화를 위한 수많은 업적을 남긴 분들을 위해 잠시 기도를 드리고 시청을 나선다 .
청명한 바닷가 , 드넓은 공원서 즐기는 여유로운 산책
시청을 감고 뒤로 돌아가면 오슬로의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 시청 건물 뒤로 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오슬로 항은 노르웨이가 해상국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담한 규모다 . 유람선과 어선 몇 척 말고는 비교적 한산한 항구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두런두런 앉아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가를 따라 잠시 산책을 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 .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아케르 브뤼게 (Aker Brygge) 는 의류 , 전자제품 등을 살 수 있는 현대적 쇼핑지역이다 . 세계 2 위를 기록하는 노르웨이의 높은 물가 때문에 선뜻 지갑에 손이 가진 않지만 , 수많은 노천카페 중 한 곳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길을 거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
휴식을 마친 후 다시 칼 요한스 거리를 가로질러 오슬로 대학 건물 뒤편에 있는 국립 미술관으로 향한다 . 노르웨이 최대의 미술관인 이곳에는 피카소 , 르누아르 , 세잔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 그 중 눈길을 끄는 곳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 [ 절규 ] 등이 전시된 뭉크홀 (Munch hall) 이다 . 뭉크의 작품들은 이곳 국립 미술관 외에도 뭉크의 탄생 100 주년을 맞아 개관한 뭉크 미술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
이제 도보를 마치고 노면전차인 트램을 이용할 시간 . 트램의 창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한가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 새삼 부러움을 느끼며 푸르른 자연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비겔란 조각 공원에 도착한다 . 비겔란 조각 공원 (Vigeland Sculpture Park) 은 원래 18 세기 중반 , 개인의 정원으로 시작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모해오다가 20 세기 초 ,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이 직접 제작한 분수대와 조각들이 전시되면서 비겔란 조각공원으로 명명됐다 . 이곳은 오슬로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시민들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지만 , 아쉽게도 비겔란은 공원이 완성되기 전 세상을 뜨고 말았다 .
조각공원 내에는 비겔란의 작품 212 점이 전시되어 있다 . 조각이 없는 부지까지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다 . 가운뎃길을 따라 죽 걸어가면 넓은 다리가 나오고 양쪽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펼쳐져 있다 . 그 중 하이라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조각품으로 알려진 모놀리텐 (Monolittan) 이다 . 멀리서 보면 기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21 명의 실제 크기의 남녀가 얽혀 있는 모습이다 . 공원을 산책하며 조각가의 열정이 투영된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 어느새 주변은 어둑어둑하다 .
인구 50 만 명의 오슬로는 다양한 건축물들이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 노르웨이 특유의 요란하지 않은 차분한 정서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이다 . 또한 고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세계적인 강국으로 거듭난 노르웨이의 투쟁심은 바이킹의 후예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 바이킹의 강인함을 이어받아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 또한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오슬로의 하늘빛은 우중충한 잿빛이지만 , 이 도시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었다 . 먼 옛날 선조로부터 자연의 위대함을 배워왔기 때문일까 .
가는 길
노르웨이까지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보통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한다 . 인천공항에서 헬싱키까지 9 시간 남짓 소요되며 , 헬싱키에서 오슬로까지는 약 2 시간이 걸린다 . 핀에어 항공이 인천공항발 비행기편을 매일 한 대씩 운항하고 있다 .
여행팁
노르웨이의 정식 명칭은 노르웨이 왕국이며 바이킹 왕 하랄 1 세가 건국자로 알려져 있다 . 통화는 노르웨이 크로네 (nok). 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 자유여행객이라면 오슬로 패스를 추천한다 . 패스 하나로 버스나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 박물관 , 미술관 등도 자유로운 입장이 가능하다 . 시차는 한국보다 8 시간이 늦지만 서머타임 실시기간인 3 월 마지막 일요일에서 9 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7 시간이 늦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