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안 또 다른 나라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Edinburgh). 비록 영국으로 묶여 있지만 스코틀랜드인에게 잉글랜드가 그들의 나라가 아니듯 런던은 그들의 수도가 아니다 . 이러한 스코틀랜드인들의 긍지와 자존심은 자신들의 수도 에든버러 곳곳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신들의 역사와 개성을 뚜렷하게 아로새겨놓았다 .
비록 인구는 잉글랜드의 10 분의 1 밖에 안되지만 , 골프와 스카치위스키의 원조이자 민속악기인 백파이프와 특이한 타탄으로 만들어진 전통의상 킬트 등 자신들만의 전통을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립시킨 스코틀랜드인의 고집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
스코틀랜드 왕가의 상징 로열 마일
에든버러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곳은 에든버러 성이다 . 바위산 위에 세워진 에든버러 성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중세 도시의 분위기로 가득하다 . 애초 지어진 목적 자체가 군사적 요새였기 때문에 궁전의 화려함보다 요새와 성이 갖는 견고하고 투박한 느낌이 강하다 . 성 안 대연회장에는 과거 스코틀랜드 왕의 대관식 때 사용되었던 ‘ 운명의 돌 (The Stone of Destiny)’ 이 전시돼 있다 . 스코틀랜드 왕가의 상징인 ‘ 운명의 돌 ’ 은 700 년 전 이웃나라 잉글랜드의 왕인 ‘ 에드워드 1 세 ’ 에게 빼앗겨 ,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서 분리된 이후인 지난 1996 년에야 돌려받았다 .
에든버러 여행의 핵심은 에든버러 성에서 동쪽으로 약 1 마일 정도 떨어진 홀리루드하우스 궁전과 에든버러 성을 연결하는 약 1 마일의 거리인 로열 마일이다 . 귀족들만이 지날 수 있었다던 로열 마일은 이제 도로 양편으로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 시립박물관 , 천문관측대 , 위스키를 모아놓은 스카치 위스키 헤리티지 센터 등이 한데 모여있어 언제나 여행자가 북적이는 곳이다 .
다양한 문화 축제로 가득한 도시
8 월 중순부터 열리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기간을 맞춘다면 더할 것 없는 눈요기를 할 수 있다 . 에든버러 성과 로열 마일에서 열리는 수많은 공연과 각국에서 방문한 인파들의 인산인해로 장관을 이룬다 . 사실 에든버러를 세계에 알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다 . 제 2 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인들에게 가해진 전쟁의 상흔을 치유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문화예술 축제로 자리 잡았다 .
주최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초청을 받지 못한 무명의 공연단체들은 로열 마일 인근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펼친다 . 사전심의나 선정과정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백미는 군악대 연주 (Military Tattoo) 다 . 에든버러 성 앞에서 펼쳐지는 이 화려한 공연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악기인 백파이프와 드럼을 둘러맨 군악대를 선두로 세계 각 나라의 군악대들이 음악 퍼레이드를 벌인다 . 축제기간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열리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매년 에든버러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신 ( 新 ) 시가지
18 세기 중반 에든버러 구시가지의 인구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에든버러 확장 계획이 세워졌다 . 로열 마일 북쪽의 프린스 스트리트 (Princes Street) 를 경계로 에든버러 북쪽에 조성된 에든버러 신시가지는 스코틀랜드 구 ( 舊 ) 수도인 퍼스 (Perth) 와 더불어 영국 조지언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 이런 이유로 신시가지를 걷다 보면 신시가지라는 이름이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 다른 나라 도시들의 구시가지에서나 느낄 법한 시간의 흐름을 신시가지에서 느껴야 하니 말이다 .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 . 비만 내리면 스산한 분위기가 절로 연출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 조형물이다 .
군악대 연주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백미 ( 白眉 ). 에든버러 성을 배경으로 각국의 군악대들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
신시가지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의 발을 인도하는 목적지는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이다 .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은 그의 유언대로 오래된 탑처럼 보이게 시커먼 사암석으로 고딕 탑을 쌓아올려 , 마치 영화에서나 봤던 기괴한 구조물을 떠올리게 한다 . 영원한 라이벌 잉글랜드에 대한 경쟁심으로 영국에서 제일 높은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탑 보다 5m 더 높이 올렸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로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조형물이다 .
61m 높이의 기념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2 백 87 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 성인 남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는 그만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 층계마다 스콧의 소설에 나오는 64 명의 인물조각상이 무감각한 다리 근육을 위로해주고 마침내 꼭대기에 서면 시원한 바람 속에 에든버러 시가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문화가 세계를 지배한다
중세와 근대를 넘나드는 전통적 건축물로 가득 찬 에든버러 거리의 모습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 북쪽의 아테네 ’ 혹은 ‘ 근대의 아테네 ’ 로 불리기도 한다 . 이러한 찬사는 거대 제국 로마에 대한 완강한 저항과 숙명의 이웃 잉글랜드와의 길고도 길었던 투쟁에도 문화의 가치를 깨닫고 지켜낸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 내려져야 할 것이다 .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다른 국가의 여행자가 예술적 감성을 뽐내면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호응하는 에든버러 시민들의 모습은 각기 다른 문화들이 어떻게 앙상블을 이뤄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 아시아에 한국 문화의 힘을 각인시킨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
가는 길
아직 에든버러 직항편은 없다 . 대신 대한항공이 매일 1 회 , 아시아나항공이 주 5 회 인천 ~ 런던 구간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 비행 시간은 약 12 시간 소요 ).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에든버러 역까지는 특급기차를 이용하거나 저가항공편을 이용해 에든버러로 갈 수 있다 .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에든버러 역까지는 특급기차로 약 4 시간 40 분이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