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피서지] 선유도,바람도 조용히 숨죽여 지나가는 곳

서해안 새만금간척지의 앞 바다에는 고군산군도가 있다. 선유도, 야미도, 신시도,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방축도, 말도, 횡경도 등을 포함한 63개의 섬들을 통틀어 고군산군도라 일컫는다.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산봉우리들처럼 올망졸망 바다에 떠 있는 고군산군도에서는 바다가 섬을 에워싼 게 아니다. 섬들이 바다를 껴안은 듯한 느낌이 든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는 깊은 산중의 호수처럼 잔잔하고 아늑하다.

선유봉에서 바라본 장자도와 대장도.

다채로운 바닷가 풍경에 넋을 잃는다
예나 지금이나 고군산군도의 중심은 선유도이다. 조선시대에 이곳에는 군산진(群山鎭)이라는 수군기지가 설치됐었다. 그러다 지금의 군산으로 군산진이 옮겨진 이후에 선유도와 그 주변의 섬들은 ‘옛 군산’, 즉 ‘고군산’으로 불리게 됐다. 오늘날 선유도에 가면 다리가 놓여 한 몸이 된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까지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그야말로 1석4조의 섬 여행인 셈이다. 모두 손바닥만한 섬들이지만 포구, 염전, 갈대밭, 몽돌해변, 연도교, 암봉, 해수욕장, 해안절벽, 등대, 갯벌, 일몰 등의 다채로운 바닷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군산항에서 선유도까지의 뱃길로 50㎞쯤 된다. 머지 않아 이 뱃길도 사라질 운명이다. 고군산군도의 일원인 야미도, 신시도가 새만금방조제가 완공으로 인해 이미 육지가 되었고, 2014년에는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연륙교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 연륙교가 개통되면 배를 타고 않고서도 선유도에 갈 수 있게 된다.
자전거 일주는 선유도 여행의 필수코스!
선유도는 느릿하게 둘러보는 섬이다. 자동차가 다닐 만한 다리나 도로도 없고, 자동차도 없다. 매연을 배출하지 않고 천천히 굴러가는 전동카트나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달리는 자전거가 이 섬의 대중교통수단이다. 특히 자전거 일주는 선유도 여행의 필수코스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말고 무작정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된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또 하나의 섬에 이르고, 길의 끝에는 어김없이 아담한 해변과 마을을 만나게 된다. 선유도를 포함한 4개 섬의 길들을 다 합쳐도 20km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걷기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최근 군산시에서 선유도 일대를 두루 거쳐가는 구불길 8코스 구간이 개설된 덕택에 선유도와 주변 섬들을 걷기가 한결 편리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대장도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선유도와 고군산군도에는 선유팔경이 있다. 큰비가 내릴 때에 망주봉 암벽을 타고 예닐곱 가닥으로 쏟아지는 ‘망주폭포’, 선유도해수욕장의 황홀한 일몰을 가리키는 ‘선유낙조’, 기러기가 내려앉은 듯한 형상의 모래톱인 ‘평사낙안’, 금빛 모래가 깔린 선유도해수욕장의 ‘명사십리’, 무녀도의 3개 무인도 사이로 고깃배가 돌아오는 ‘삼도귀범’, 장자도 밤바다의 고깃배 불빛을 일컫는 ‘장자어화’, 고군산군도의 12개 봉우리가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무산12봉, 신시도의 월영봉(199m)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월영단풍’이 선유팔경에 속한다. 그중 신시도 월영단풍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유도에서 볼 수 있는 절경이다.

선유도의 절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선유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망주봉(104m)이다. 선유도와 그 주변의 어느 섬에서나 이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먼 옛날 선유도에 유배된 신하가 이곳에서 올라 임금이 계신 북쪽을 바라봤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고군산군도의 섬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유봉(111m)과 대장봉도 망주봉 못지 않게 전망이 탁월하다. 그 중에서도 정상에 오르기가 가장 수월한 것은 장자교 근처에 우뚝한 선유봉이다. 이 봉우리에서는 선유1구마을 풍경과 옥돌해수욕장, 그리고 장자도와 대장도가 한눈에 훤히 들어온다.

선유도해수욕장과 망주봉.

대장도에 위치한 대장봉은 해발고도(142m)가 가장 높다. 그래서 가장 상쾌한 조망을 보장한다. 어업전진기지였던 장자도, 선유도의 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물론이고, 멀리 새만금방조제와 변산반도까지도 조감도처럼 또렷하다. 대장봉 기슭에는 서울로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할매바위가 있고, 그 아래쪽의 바닷가에는 길이 30m의 아담한 몽돌해변도 있다. 해변 근처의 바위틈에서는 한줄기의 시원한 석간수가 흘러내리기도 한다.

대장도와 선유도 사이에 자리잡은 장자도는 고군산군도 바다가 황금어장이었던 시절에 어업전진기지였던 섬이다. 마을 하나가 거의 섬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면적이 좁지만, 옛날에는 수십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풍랑을 피해 몰려든 천혜의 피항지이자 보급기지였다고 한다. 멸치가 많이 잡혔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장자도의 포구 주변에는 커다란 젓갈 통들이 빼곡하게 들어차기도 했다.

장자교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선유도와 그 주변의 섬들 가운데 가장 호젓한 곳은 무녀도이다. 무녀도에 무녀는 없다. 섬의 전체형상이 춤추는 무녀를 닮았대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뿐이다. 늘 번잡해 보이는 선유도와는 달리, 무녀도는 고요하다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이고, 여름 피서철에도 무녀도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섬 특유의 한가로운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아직도 이 섬에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남아 있다. 20여 전만 해도 섬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염전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20평 남짓한 소금밭 6~7곳만 남아서 옛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케 한다.

● 여행정보

◆맛집
선유도에는 선유팔경횟집(063-465-6725), 바다여행횟집(063-465-4399), 바다사랑횟집(063-466-1092), 서해민박식당(063-462-5090) 등의 횟집이 많다. 대체로 자연산 활어회나 매운탕, 꽃게탕,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등을 내놓는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도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숙박
선유도에는 풀하우스(010-2948-****), 중앙여관 (063-465-3450), 엘림민박(063-466-0081), 등대펜션(063-466-0012), 고래섬펜션(063-465-2770), 서해민박(063-462-5090) 등의 숙박업소가 많다. 대장도에는 꿈꾸는바다(063-462-0013), 바위섬펜션(063-466-8005), 섬마을풍경(063-468-7300) 등의 펜션이 있다. 선유도닷컴(www.sunyoudo.com), 아름다운 선유도(www.sunyudo.com)에는 선유도 여행에 유용한 정보가 많다. 선유도해수욕장 옆의 솔숲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교통
군산↔선유도 여객선 군산연안여객터미널(063-472-2712)에서 월명여객선(063-462-4000)과 한림해운(063-461-8000)의 여객선이 1일 6회 왕복운항하며,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쾌속선은 50분, 일반여객선(고속선)은 1시간30분 소요. ※ 새만금방조제로 연결된 야미도의 유람선 선착장에서는 고군산군도 일대를 둘러본 뒤 선유도에 몇 시간 동안 머물다 돌아오는 유람선이 출항한다.

자료출처: ⓒ공감코리아
글·사진/양영훈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