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같은 섬광이 눈에서 번쩍거린 후
내 몸은 태고의 신비 감추고 있는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햇살 잡으려 더듬이는 허공을 허우적거리고
두 다리는 밑바닥 찾아 뿌리를 내린다
3억 년 전 바다 속을 유랑하던 암모나이트도
켜켜이 쌓인 채 그대로 산이 되어버린 물고기들도
영겁의 시간 지나 지금은 바다 대신
하늘을 마주보며 서있다
에메랄드 호수도 베제스 산도 타카카우 폭포도
그곳에 사는 모든 날짐승과 들짐승도
지금 차갑게 얼어가고있는 내 몸도
어김없이 바다를 그리워하고있다
록키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지만
바다의 함성과 냄새는 살아있다
내 더듬이에 걸린 그냄새는
비릿한 엄마의 젖처럼 따뜻하다
아주 낯선 곳에서 만난 친숙한 얼굴 하나
내 몸을 핥고있는 사슴의 혀
더듬이의 촉수는 푸르게 멍들고
배고픈 늑대 한 마리 어둠을 기다리다 지쳐 잠든다
밤새 내 몸위로 내린 눈은 바다가 되었다
허공을 더듬거리던 더듬이는 지느러미가 되고
땅을 찾아 눈 속에 박혀있던 두 다리는 꼬리가 되어
3억 년 전 기억의 바다속으로 헤엄쳐간다
달팽이가 바다로 떠난 후 록키에는
그리움이 가득 차있는 빈 집 하나만
낯선 이방인들의 외면 속에서
새우잠을 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