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언론, 생존의 여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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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인구 1 억 명의 시대이다 . 우리 국민의 국내관광 해외관광 그리고 외국인의 한국관광을 모두 합치면 1 억 명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 국내관광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80 조에 가깝다 . 중국인관광객은 급증하여 3 년 이내에 중국관광객 1000 만 명 시대를 맞을 것이라 전망한다 .

여행 전문매체는 없다
여행 산업과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가늠하기 힘든 성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할 전문 여행언론을 우리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행언론은 5 개에 불과하고 그 5 개 매체 역시 모두 해외여행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내국인의 해외관광과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는 , Outbound 여행사들의 소식을 다루는 Outbound 여행 업계지로 분류되고 있다 .

이들 업계지외에 온오프라인의 많은 매체들이 관광담당기자를 채용하여 여행 관광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사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요 포털에서 ‘ 여행 ’ 과 ‘ 관광 ’ 을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해 보면 등록 매체 전체가 생성하는 기사나 정보 중 유사하거나 상이한 것을 제외할 경우 일일 10 개미만의 기사에 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들 기사 중 전문지식이나 경험 혹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석기사는 유감스럽게도 전혀 찾을 수 없다 .

관광공사의 해괴한 언론정책
관광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관광공사에 등록된 매체는 종합일간지 15 곳 , 경제지 9 곳 , 스포츠지 7 곳 , 종합통신사 2 곳 , 방송사 6 곳 , 종합편성 4 곳으로 43 개의 일반매체와 관광전문지로 구분된 5 개의 여행업계지와 레저신문 그리고 관련전문지로 구분된 교통일보를 비롯한 교통관련매체 7 곳의 56 곳이다 .

이들이 생성하는 기사는 관광공사 관광협회 여행업협회 광역지자체로부터 받은 보도자료의 재배포가 대부분이다 . 주한 외국관광청의 소식도 신속하게 전달된다 .

종합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 종합통신사 방송사 종합편성 43 곳은 ‘ 관광기자포럼 ’ 을 구성하여 한국관광공사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는다 . 지방자치단체 초청의 팸투어는 목요일출발 금요일 귀경으로 기자들의 일정을 최대한 고려해 준다 .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석식을 대접하고 술자리를 제공하는가하면 지방특산품을 챙겨 주는 예의도 잊지 않는다 .

전문지와 관련전문지의 출입기자들 역시 관광공사의 모든 행사에 우선순위로 초청되고 두 달에 한번 꼴로 팸투어에 나선다 .

관광공사가 전문지라고 분류한 여행업계지는 해외여행과 관련한 기사 일변도이다 . 한국관광산업과 관련한 기사는 한 줄도 찾기 어렵다 . 그들 자신 ‘ 업계지 ’ 로 스스로를 분류하는데 한국관광공사 홍보실은 그들을 전문지로 분류한다 .

‘ 관련 전문지 ’ 는 교통관련 매체들이다 . 국토해양부를 출입해야 할 매체들이 한국관광공사를 출입하고 있지만 한국관광공사는 ‘ 관련전문지 ’ 라고 분류한다 .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관광공사 홍보실이 출입매체들의 특성도 모른 채 그들에게 특혜를 베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

관광공사의 횡포가 전문 언론을 사지로 몰고 있다 .

공사 출입매체로 등록하기 위해 애를 쓰던 A 매거진의 편집국장은 “ 우리가 월간지라서 출입매체가 될 수 없답니다 . 잡지는 안 된답니다 .” 며 쓴웃음을 짓는다 . 월간지 외에도 온라인데일리뉴스를 운영하며 주요 포털과 제휴하여 일일 20 건 이상의 전문기사를 개발하고 있는 관광전문매체인 A 매거진은 ‘ 오프라인 매체가 월간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관광공사 홍보실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 는 입장이다 .

여행전문지 B 신문은 3 년 전까지 관광공사의 출입매체였다가 오프라인 신문을 중단하고 얼마 되지 않아 관광공사 출입매체에서 제외 되었다 . 당시 관광공사 홍보실장은 ‘ 온라인신문은 출입매체가 될 수 없으니 오프라인 신문을 다시 발간하면 출입매체로 다시 등록해 주겠다 ’ 고 통보했다고 한다 .

기자가 직접 공사 홍보실에 확인해 보니 ‘ 오프라인신문을 발행하지 않으면 관광공사 출입매체가 될 수 없다 ’ 는 관광공사의 결정은 오늘 현재도 유효하다고 한다 .

B 신문의 발행인은 ‘ 관광공사 홍보실의 횡포가 도를 넘은지가 오래입니다 . 전임 홍보실장과의 약속대로 오프라인 매체를 다시 발행하면서 올해 초에 출입매체 등록을 요청했습니다 . 하지만 당연히 될 줄 알았던 매체 등록은 하지 못 했습니다 .’
‘ 관광공사에서 출입매체의 등록을 관광전문지와 관련전문지로 13 개 매체의 모임인 관광전문지 기자단에게 일임했으며 관광전문지 기자단에서 허락을 해야 출입매체가 될 수 있다 .’ 고 전해 왔습니다 . 관광전문지기자단의 간사는 한 달 후에 ‘B 신문이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기자단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 면서 관광공사의 출입매체가 될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
‘ 참으로 어이가 없지요 . 해외여행만을 다루는 매체들 , 골프관련 분야를 다루는 신문 , 자동차와 화물차를 주로 다루는 교통관련 매체들의 반대투표로 국내관광 지방관광 마이스 의료관광 등 한국관광산업을 제대로 조명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관광전문지는 한국관광공사에 출입을 못하는 것이지요 .’

B 발행인은 ‘ 관광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 온 30 년 넘는 경력과 관광산업을 위한 열정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 관광공사 홍보실의 저런 행태를 보면 한국관광산업의 미래가 어떨지 훤합니다 . 미래가 없어요 ’ 라고 말을 맺었다 .

이들 매체에게 공사 출입등록은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다 . 공사가 주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팸투어에 참가하고 국내 관광 관련 각종 행사에 초청되는 자격이 주어진다 . 각종 행사의 참석은 보다 넓고 깊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지만 관광공사 홍보실은 ‘ 관광전문기자단 ’ 이란 ‘ 비전문기자 카르텔 ’ 과 야합하여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한외국관광청과 대사관을 비롯한 국내외의 많은 기관이 관광공사에의 출입 등록 여부를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 신뢰할 수 있는 전문 관광 언론들이 불합리한 선정기준으로 만들어진 관광공사 출입처 리스트의 외부 유출로 인해 언론사 생존의 기반을 잃고 있는 현실을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다.

관광공사가 공정해야 할 출입매체의 선정을 자의적이고 불합리하게 외부의 비공식적인 모임에 위임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집어 낼 수 있는 전문관광언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 한국관광산업의 중심인 관광공사가 관광전문언론의 육성과 지원은커녕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 또한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문 관광언론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

배가 산으로 가고 , 혈세가 콸콸 새고 있어도 43 개의 일간지와 13 개의 관광전문지 중 어느 매체도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 ‘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 모른다 ’ 는 말처럼 관광공사와 매체들이 희희낙락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은 나락으로 빠져 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