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 여성인재 관리 및 육성 노력 부족하다.

(미디어원=정기룡인턴기자) 2012 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1,000 명 이상 기업의 여성 임원비율은 7.37% 에 불과하고 500 명 이상 1,000 명 미만 사업장도 8.37% 에 그치고 있다 .

2011 년 미국의 여성 고용률이 62.0%, 중간 관리직의 여성 비중은 51.5% 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할 때 깜깜한 수치다 .

여성의 능력을 살려 인재로 육성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는 3 대 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로서는 이 같은 사회적 외침이 공허하기만 하다 .

여행업계 여성 인재 육성의 현황과 성차별적인 사례를 알아 보았다.

“ 아줌마 채용 글쎄요 ?”

여행시장이 성장하고 여행기업의 영향력과 규모가 나날이 증대하면서 업계 실무진들의 권익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 과도한 업무와 박봉이라는 필수 약점은 아직 존재하지만 기업마다 복지 시스템을 개편하고 직원들을 위한 정책 수립에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이다 .

일부 기업에서는 자녀 학자금 지원이나 주택 대여 등 대기업 못지않은 차별적인 복지 시스템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

그러나 여행사 ( 혹은 업계 ) 인구에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 직원들을 위한 세심한 노력과 배려는 아직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

여행관광업은 여성 인구가 밀집한 서비스 업종이다 . 외국어 구사능력이 높고 커뮤니케이션에 유연한 여성의 장점은 여행사 및 관광 업무에 적합하다 . 일례로 본지가 신년부터 연재 중인 신입사원 인터뷰의 경우 현재까지 총 10 명의 인터뷰이 중 남직원은 고작 2 명일 정도로 기업마다 여풍이 강했다 .

경기 침체와 불안전한 경제 상황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행에 관해서만은 관대한 주요 소비자층 역시 골드미스와 중년층 이상의 여성그룹이다 .

여성이 여성을 상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행업계라는 얘기 . 모든 면에서 남성에 비해 업무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곳이 업계지만 유독 여행사 혹은 항공사에서 살아남는 여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 더욱이 결혼 , 출산 , 육아로 이어지는 여성만의 고유한 능력이 장점이나 경쟁력이 아닌 약점으로 부각되면서 여성 인재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지원을 기업들이 꺼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

무엇보다 ‘ 여행사의 꽃 = 영업 ’ 이라는 전통적인 업계 인식이 세일즈에 유리한 남성 직원들을 선호하고 그만큼 키우게 된다는 지적이다 . 관광 마케팅이나 홍보에서는 그나마 여성 리더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여행사와 항공사 등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업체에서는 여성인재에 대한 배려가 극히 드물다 .

물론 여직원 혹은 여성 인재에 대한 기업의 차별대우와 부족한 시스템 구조가 비단 여행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 지난 2012 년 12 월 기준 건강보험 가입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30 대 기업 직원 중 월급 200 만 원 미만 그룹은 여성이 70% 에 달한 반면 350 만 원 이상 그룹의 여성 비율은 16.5% 에 그쳤다 . 참고로 30 대 기업에서 월 350 만 원 이상을 받는 직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곳은 전통적으로 여직원이 적은 자동차 , 철강 같은 중공업체 뿐이었다 .

30 대 기업 전체적으로는 월 150~200 만 원 미만 직원의 69.5% 는 여성이었고 월 150 만 원 미만을 받는 직원의 71.7% 도 여성이었다 .

결국 고소득 여직원 비중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고위직 여성이 적다는 뜻 . 일단 여직원을 키우지 않는데다 전쟁 같은 줄 세우기와 승진 과정에서 불합리한 마이너스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

업무 외에도 술자리 및 골프대접 등 각종 사회생활로 친목을 쌓는 남직원들에 비해 퇴근 후 육아와 개인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 유리천장 (glass ceiling /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 )’ 이 엄연히 존재하는 셈이다 .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기업들은 여전히 경력단절여성의 채용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 지난 3 월 말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402 개사를 대상으로 ‘ 경력단절여성 채용 ’ 을 주제로 설문한 결과 29.1% 가 ‘ 경력 채용 시 경력단절여성을 뽑는 것을 꺼리는 편 ’ 이라고 밝혔다 .

경력단절여성의 채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33.3% 가 ‘ 업무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아서 ’ 라고 답했다 . 이 밖에 ‘ 보유경력대비 성과를 못 낼 것 같아서 (19.7%)’, ‘ 쉽게 퇴사할 것 같아서 (16.2%)’, ‘ 근무의지가 낮을 것 같아서 (13.7%)’, ‘ 눈높이가 높을 것 같아서 (5.1%)’, ‘ 동료들과 소통이 어려울 것 같아서 (5.1%)’ 등의 답변이 나왔다 .

정규직으로 고용한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은 평균 36% 로 절반도 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여성이 가장 많이 고용된 직무는 ‘ 일반사무 ’(47.8%) 였다 . ‘ 서비스 ’(11.8%), ‘ 제조 / 생산 ’(10.5%), ‘ 고객상담 ’(6.1%), ‘ 영업 ’(5.3%) 등이 뒤를 이었다 .

“ 그린 라이트 이거 차별인거죠 ? ”

사례 1

홍보 담당자가 얼굴 마담은 아니지 않아요 ?

“ 이직하기 전에 홍보 담당자로 일을 오래했는데 사실 업계 홍보가 다 그렇죠 . 뭐 특별한 거 있나요 . 보도자료 배포하고 상품 나오면 기사 노출시키고 행사 있으면 연락 취할 뿐 전문적인 PR 커뮤니케이션 , 특히 비용이 투입되는 부분은 아예 말도 못 꺼내요 . 메인은 모객인데 업무 중간 중간 홍보 일이 더해진 느낌이니 짜증도 났고요 . 반년 정도 지나서 제가 일을 관둔다고 하니까 대뜸 상사가 홍보까지 시켜서 그러냐고 묻데요 . 근데 사실 저는 홍보 일이 좋았어요 .

매일 전화기 붙잡고 계산기 두드리는 것보다 다양한 기자들을 만나며 다른 세상 얘기를 듣는 게 재밌어서요 . 제가 힘들었던 건 홍보 담당자를 얼굴 마담 취급하는 회사 측 태도였어요 . 점심이나 저녁에 기자들 식사 대접하는 자리에 꼭 나오라고 주문하죠 .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앞에서 안내하고 웃으며 인사하라고요 . 그런 날은 치마 입으라나요 ? 보도 자료가 안 나오거나 부정적인 기사 나오면 만나서 밥 한번 먹으라고 하는데 도대체가 그럴 일이 아닌데도 말이죠 . 한 번 묻고 싶네요 . 여자 기자들 모이는 자리에는 남자 직원 옷 잘 입혀서 내보내고 계시죠 ?”

사례 2

산휴 갔으면 눈치 봐서 나가줘야지

“ 첫 애 낳고 산휴를 받았어요 . 다들 그렇지만 출산휴가라는 개념이 아무리 기업 규모가 크고 조직화 돼 있어도 당당히 요구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 회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건 분명하고요 . 그 당시 여행시장이 각종 위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

처음에는 안부 전화인 줄 알았는데 역시나 , 회사 계속 다닐지 묻더니 끝에 가서는 다른 사람 뽑게 알아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데요 . 한 두 해 다닌 것도 아니고 회사 상황 모르는 거 아닌데 왠지 미워서 그냥 묵살해버리고 끝까지 있다가 챙길 거 챙겨서 나왔어요 .”

사례 3

공부는 내가 더 잘했는데 ! 사교육은 남자 직원만 ?

“A 관광청이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 기사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지원하려 했어요 . 개인적으로 해당 지역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직 네트워크가 너무 없어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도 만들고 싶었거든요 . 혹시 몰라 위에 물어봤는데 딱 잘라 안 된다 하더라고요 .

왜 그러는지 명확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지금처럼 바쁜데 다른 일 하는 거 아니라고 야단치기에 저도 입 다물고 말았죠 . 근데 얼마 후 회식 시간에 옆에 남자 동료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는데 A 관광청 행사장인거예요 .

알고 보니 남자 직원은 이미 신청을 마치고 한창 교육을 듣고 있다고 자랑하데요 . 팀장한테 물었더니 세일즈나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하니까 허락했다면서 대뜸 네가 항공사 들어갈래 ? 하는데 한심스럽다는 그 얼굴이 너무 기가 막혀서 화도 안났어요 .”

사례 4

두 얼굴의 사장님 나빠요

“ 우리 사장님 유명하죠 . 샐러리맨의 신화 , 성공하는 세일즈 전략 등 온갖 대단한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가 쏟아진 사람이니까요 .

사실 업무 능력은 옆에서 지켜보면 놀라울 정도긴 해요 . 추진력도 있고 몇 년 사이에 사업 규모를 몇 배 이상 성장시켰으니까 일에 대해서는 감사할 따름이죠 . 그런데 우리 사장님 완전 두 얼굴의 사나이입니다 . 낮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대외적으로는 엄청 깔끔한 이미지인데 술 한 잔 들어가면 음담패설의 왕이죠 .

야한 얘기 한 바탕 하고 웃고 끝내버리면 차라리 넘어가는데 말끝마다 욕설이 동반되니까 어떤 날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지 답답하고 서글프더라고요 . 남자 직원들한테는 이름 부르는데 이상하게 여자 직원들한테는 꼭 욕을 하니까 , 자기는 그게 친근함의 표시라나 ? 저는 회식이라면 치가 떨려요 . ”

사례 5

말이 좋아 워킹 맘 , 워킹 파파는 없나요 ?

“ 큰 애가 이제 곧 학교에 들어가요 . 유아원 , 유치원 다 힘들었지만 막상 정말 학부모가 된다니까 기분이 묘해요 .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겁도 나고요 . 저는 사람들이 육아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워킹맘 얘기할 때마다 답답해요 . 그거 정말 숨이 넘어가거든요 . 우리나라에서는 애기 아프면 당연히 엄마 몫이죠 .

애기 아프다고 일 쉬는 아빠들 본 적 있으세요 ? 지난 겨울 성수기 앞두고 모 관광청 자금 끌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 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정말 제가 다 했거든요 . 근데 그 즈음 유치원 다니던 큰 애가 많이 아파서 반차를 좀 써야 했어요 . 어느 날 주말 마치고 출근했더니 프로젝트 담당자가 남자 동료로 바뀌었데요 . 심지어 입사도 내가 더 빠르고 선배인데요 .

위에서는 다른 프로젝트 맡고 팸투어 갔다오라고 선심 쓰듯 말했는데 일 성격 자체가 달라요 . 큰 기업은 평등할 것 같죠 ? 대기업일수록 남자 직원을 더 활용하는 게 현실이예요 . 저는 그냥 밀린 거죠 . 워킹맘이요 ? 워킹파파는 없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