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 비용 들여 인력 양성하면 이직 비일비재
– 돈 · 복지 · 회사 브랜드 등 이직이유도 다양해
– 전문여행사에 손벌리는 대형사 … 상생은 어디로
(미디어원=김인철 기자) A 사원은 FIT 를 전문으로 하는 한 중소 여행사 입사 후 3 년 차가 됐을 때 어느 정도의 물량을 수월히 조율 할 능력이 됐다 . 그리고 출장과 행사 참석의 기회가 많아졌다 . 여러 자리에 다니다 보니 각 여행사 유럽 담당자 및 팀장들과도 친분이 쌓였다 . 특히 한 홀세일 여행사 팀장이 적극적인 호의를 보였다 . 어느 날 그 팀장에게 연락이 와 시간이 괜찮으면 술 한잔하게 자신의 회사로 오라고 했다 . 대뜸 회사구경을 시켜주고 술자리로 옮기자 달콤한 제안을 했다 . “ 너 지금 이정도 연봉 받지 ? 얼마만큼 올려줄게 . 같이 일해 볼래 ? 생각해봐 ”
인력 양성 자체가 어려운 전문가
FIT 담당자 . 알아야할 것이 많다 . 고객의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진다 .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은 FIT 담당자에게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한다 . 상담 중 인터넷에 있는 정보조차도 모르고 있다면 ? 고객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 문의는 곧 다른 여행사로 이어진다 . 특히 장거리 노선 담당자들은 끝없이 공부해야한다 . 한 나라의 한 도시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 유럽 만해도 수십개의 국가에 수백개의 도시가 있다 . 각 도시로 취항하는 항공사는 무엇이 있으며 , 각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클래스별 요금을 대략 머릿속에 정립해야한다 . 고객과 상담하며 원하는 출발 날짜에 맞춰 GDS 검색을 통해 최상의 스케줄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 어쩌면 담당지역 항공사 정보는 카운터 담당자보다 더 알아야한다 .
그 뿐이랴 . 많게는 10 개이상의 국가와 도시를 여행하겠다고 한다면 각 도시별 이동 수단 또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한다 . 대략적인 이동 시간까지도 제시한다 . 도시별 숙박정보와 관광지로의 이동방법도 꿰차고 있어야한다 . 시간이라도 많다면 괜찮다 . 천천히 하면 된다 . 그러나 담당자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 최대한 빠르게 일정과 금액을 제시해야한다 . S 여행사 FIT 유럽팀 팀장은 “ 담당자의 능력이 곧 회사의 실적과 이어진다 .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상담하고 일정을 제시하느냐 , 또한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다룰 수 있느냐가 곧 담당자의 능력이다 . 그러기위해서는 알아야할 것도 많고 ,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 회사 입장에서는 한 사원이 일정 수준까지 능력이 올라오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한다 ” 고 설명했다 . 그렇다 . 비단 유럽뿐만 아니라 , 미주 , 남태평양 , 일본 , 중국 , 동남아시아 등 각 노선 FIT 담당자는 일정 수준까지 업무 능력이 올라오는데 최소 수개월에서 몇 년이 필요하다 .
‘ 양성 ’ 의 산을 넘고 나면 ‘ 이직 ’ 이라는 산
문제가 그뿐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교육 시키면 된다 . 간단한 문제다 . 그러나 쉽지 않다 . 일정 부분 업무 능력이 올라오기 전 그만두거나 타 팀으로 옮겨가버리기 때문이다 . “FIT 업무는 일도 많을뿐더러 계속된 전화 상담으로 신입사원들이 초반에는 버거울 수 있다 . 그 시간을 이겨 내야하는데 한 번의 여름 성수기를 겪고 나면 태반이 그만둔다 . 아니면 인사팀과 상담한 후 타 팀으로 재배치 받는다 . 이러니 신입사원 키우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 고 B 여행사 팀장은 말했다 .
가장 큰 이유는 이직이다 . 최근 이직한 A 사원의 사례가 어쩌면 FIT 업계에서 비일비재한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 3 년 차급 사원에게 돈은 크다 . 가뜩이나 평균 연봉이 낮은 편인 여행업계에서 당장의 몇 백만원은 크게 다가온다 . 중소 FIT 전문 여행사에서 홀세일 또는 직판 여행사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사례다 . 돈 , 회사의 브랜드 가치 , 타 회사 직원과의 친분 등은 이직의 주요 이유다 .
회사 입장에서는 나간다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다 . 한 여행사 FIT 팀장은 “ 후배에 애정을 갖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열심히 교육시키고 , 이제 일할 만한 자원이 됐는데 이직해버린다고 하면 정말 허무하다 . 조직 입장에서도 큰 손해다 . 교육을 다 받은 사람이 나가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업무 공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 교육시키기도 싫어진다 . 이런 일들이 FIT 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니 신규 인력 양성에 소극적이고 , 나 조차도 인원보충은 다른 여행사에서 데리고 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해버린다 ” 고 말했다 .
서로가 피해 … 그런데도 왜 ?
그렇다면 회사입장에서는 기껏 양성한 사원의 이직이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회사의 사원에게 이직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Y 여행사 FIT 팀장은 “ 다른 여행사 2~3 년차 급 사원에게 이직을 권유하며 제시하는 연봉의 비용이 신입사원을 뽑아 2~3 년차 직원으로 만들기까지의 비용보다 저렴하기 때문 ” 이라고 밝혔다 . 또한 대형 여행사의 경우는 오히려 신입사원 초봉이 중소 FIT 전문여행사 2~3 년차 급 사원의 연봉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 N 여행사에서 L 여행사로 이직한 B 사원은 “ 더욱 많은 연봉을 제시받고 회사를 이직했으나 , 이 회사의 공채 신입사원 초봉이 나보다 높다는 것을 알았다 . 내 능력을 보고 이직을 권유했다고 생각해 뿌듯했으나 , 물건으로 쳤을 때 회사입장에서 나는 일명 ‘ 가성비 ’ 가 좋은 것 뿐 ”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더불어 바로 경력직 사원을 실무에 투입하면 매출실적 상승이라는 결과를 바로 얻어낼 수 있다 . 한 직판 여행사 FIT 팀장은 “ 예를 들어 네 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100 만원이 각자가 올릴 수 있는 매출의 한계치라고 봤을 때 한 명을 더 뽑는다면 당장에 400 만원의 매출이 500 만원이 될 수 있다 . FIT 매출은 인력에서 나온다 . 인원이 늘면 매출도 오른다 . 한명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매출 상승효과를 신입사원에게 기대할 수 없다 . 그렇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인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 고 했다 .
대형 여행사부터 직접 양성에 나서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FIT 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 여행사는 임직원 단속에 바쁘다고 하소연이다 . 몇몇 여행사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 대리급 이하의 직원에게는 행사참석의 기회를 주지 않으며 , 출장의 기회도 제한한다 . 최대한 타 회사 사람들과의 접촉을 막는 것이다 . 한 중소여행사 대표는 “ 몇 년 전 성수기를 앞두고 모여행사에서 팀장급 임직원을 빼가 피해가 심각했다 . 그해 매출이 전년대비 매우 줄었다 . 상도의에서 벗어났다 ” 고 말했다 .
그러나 FIT 인력 유치 경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마땅한 대책도 없을뿐더러 , 여행업계 전체의 연봉 , 복지 등의 임직원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더 나은 환경과 조건을 제시하는 여행사로의 이동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 L 여행사 인사팀 팀장은 “ 임직원이 이직을 하겠다는 이유는 대부분이 돈과 복지와 관련한 문제다 . 어차피 여행사 일은 거기서 거기다 . 더 나은 근무조건 , 복지정책 , 인센티브 제 등 인력 빼가기 문제를 해결할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것 같다 ” 고 의견을 전했다 .
한 FIT 전문여행사 대표는 홀세일 , 직판 여행사의 인력 빼가기 행태를 지적했다 . 이 대표는 “ 전문 여행사에서 없는 돈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력을 만들어 놓으면 브랜드 파워와 돈을 앞세운 홀세일과 직판 여행사에서 인원 빼가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 직원에 투자할 여력은 홀세일과 직판여행사가 더 많다 . 직원 빼가기로 큰 타격을 입는 건 우리와 같은 전문 여행사다 . 회사의 판매 전략도 함께 빠져나간다 . 서로 상생하며 같이 커나가자면서 이게 어딜 봐서 상생인 것이냐 ” 며 강하게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