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강태공 [7] 주산지, 주왕산편
이번 산행은 경북 청송에 위치한 주왕산과 주산지를 다녀왔다.
경북 청송은 아직 고속도로 여건이 제대로 이어져 있지 않아 먼 길을 돌아가거나 꾸불꾸불한 길만 한 시간여를 가야 하는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청송과 주왕산 그리고 주산지를 더욱 신비함으로 감아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물안개 핀 주산지를 보고자 한다면 미리 전날 숙박을 하는 방법을 택하거나 서울에서 심야에 출발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주에 주산지와 주왕산의 가을 절정을 보고자 했으나 비 때문에 아쉬움으로 접어야 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신사역에서 금요일 밤 11시30분, 마지막 가을의 주왕산과 주산지를 느끼고자 하는 나와 44명의 일행을 태운 버스가 출발을 했다.
거리상으로는 300여km이지만 100km를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려야 하기에 5시간 정도를 잡아야 넉넉하다.
새벽 안개 자욱한 길을 헤치고 새벽 네 시에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 한 시간을 버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며 여명이 밝아 오기를 기다렸다. 우리 일행뿐 아니라 주산지의 풍광을 담고자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가득 태운 버스도 우리 옆에서 같이 시간을 기다렸다.
일출시간이 6시53분 경으로 5시30분 출발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다들 주산지의 신비한 물안개와 풍광을 기대하는 이들은 갑갑한 버스에서 더 기다리기가 못내 힘들었나 보다.
어두운 새벽 길을 헤드렌턴을 한 이와 준비 없이 온 이 모두 주산지의 새벽 포장도로를 0.8km 15분여를 걸어 주산지 가장 왕버들을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로들 자리를 함께했다.
그나마 버스 두 대가 단체의 전부 이기 망정이지 아름다운 새벽이 시장바닥이 될 뻔 했다.
성능 좋은 카메라는 어둠을 뚫고 작은 빛만 가지고도 풍광을 담아내지만 산행객들의 핸드폰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들 그렇게 카메라에 덕담을 건네기도 하고 산행객의 이른 새벽 산행을 칭찬하기도 하면서 1시간여를 보내면서 주산지의 찬란한 풍광은 서서히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가을의 깊은 단풍이 완연해지면 용이 승천한다는 주왕산 별바위가 왼쪽에 자리하고 있고, 산과 물과 하늘만 담긴 시야는 여기가 무릉도원임을 실감케 한다.
물 속에 뿌리박고 있는 왕 버드나무
주산지를 가장 주산지로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배경은 바로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이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 때문입니다. 국내 30여종의 버드나무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는 왕버들은 숲 속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치 않고 아예 호숫가를 비롯한 물 많은 곳을 택해 자란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다른 나무의 자생 속도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 뒤 수백 년간을 자연에 의지하는 듯 유유한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하지요.
그 생경한 모습에 다들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뿐인가 산에서 아래로 흐르는 안개가 호수를 덮어 물안개와 섞이는 모습은 크다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풍광에 넋을 빼앗겨 잠시 시간을 늦춘 일행들은 주산지 주차장 인근에서 뜨끈한 국물과 간단한 아침식사를 챙기고 7시 전. 후를 기점으로 절골분소를 통해 대문다리를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신술골입구를 지나 대문다리까지의 평탄한 길과 계곡 길은 오르는 이들의 밤을 새운 몸의 피로와 새로운 산행에 대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주왕산에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찾고 오르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흡사 작은 설악의 천불동 계곡을 오르는 느낌마저 갖게 하였다.
대문다리를 거쳐 가메봉 삼거리는 다소 오르막이 심하지만 그리 우려할 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그렇게 가메봉에 오르면 넓은 시야와 주봉보다 높은 높이가 주위를 한 눈에 안겨주는 기쁨까지 더해 준다.
사실 가메봉까지만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크게 힘들게 산행할 곳은 없다. 그러나 가메봉에서 후리메기로 내려가는 분들이 주로 있고 다소 힘들어하는 초보 산행객들은 내원마을로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왕산을 왔는데 높이가 낮더라도 주봉인 주왕산을 가보지 않고 주왕산을 다녀 왔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산행인들의 자존심을 긁을 만한 일이다. 오래 전에 이 곳을 다녀간 분들은 칼등고개가 통제구간인 줄 알지만 지금은 출입이 허용되어 있다.
칼등고개를 통해 주봉인 주왕산까지 가면 내려가는 코스는 하산 길 경사가 심하지만 장엄한 풍광의 암벽산의 기암괴석들로 눈요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폭포와 아기자기한 장면과 작은 암자와 봉우리들을 보고파 하는 산행객들이라면 주왕산에서 돌아서 칼등고개 갈림길에서 후리메기로 향하는 길로 가야 한다.
후리메기에서 대전사 주차장까지내려 가다보면 절구폭포, 용추폭포, 학소대, 망월대, 관음봉, 주왕암, 촛대봉, 무장굴 등 정말 주왕산이 왜 주왕산인지 자랑이라도 하듯 볼거리를 잔뜩 안겨준다.
후리메기 입구에서 대전사주차장까지 거리는 2km남짓이지만 볼거리에 빠져 단체로 온 이들은 하산 시간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주왕산은 8자 모양의 고리로 만들어진 산행코스를 중심에 두고 대전사와 절골분소로 이어지고 있어 적어도 두 번은 찾아야 제대로 주왕산을 제대로 다녀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다녀온 8시간 코스와 주봉에서 바로 직진을 하는 6시간 코스, 가메봉에서 내원마을로 향하는 5시간 코스, 대전사에서 주봉을 돌아 산행하는 4시간 코스 등 체력과 관심에 따라 여러 코스를 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단체나 모임에서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이 주왕산이기도 하다.
10월에는 청송 사과축제까지 열린다. 올해는 단풍의 절정과 시간이 맞지 않아 둘을 동시에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런 아쉬움이 계속 주왕산으로 발길을 향하게 하는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큰 위압감과 남성다움은 없다 할지 모르나 없는 게 없는 경북의 산을 꼽으라면 주왕산을 꼽을 것이다.
주왕산 그리고 주산지 매년 찾아도 또 계절마다 찾아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