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구윤정 기자 ) 중동한류의 바람을 타고 무슬림관광객들이 포스트 요우커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인만큼 대규모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주로 장기 체류형의 여행객들이 많아 고부가가치 관광객으로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 . 특히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 오일머니 ’ 가 넘치는 중동국가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 이들은 충분한 수요가 보장됐고 1 인당 관광 지출 또한 높아 요우커를 능가할 시장으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
글로벌 무슬림 트래블 인덱스 2015(Global Muslim Travel Index 2015) 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무슬림은 약 17 억 명 ( 세계 인구의 1/4) 에 달하며 2014 년 전체 무슬림 관광객은 1 억 8 백만여 명 , 그 관광 지출은 1,450 억 달러로 추산 ( 해외여행의 12.3%) 된다 . 2020 년에는 무슬림관광객은 1 억 5 천만 명 , 관광 지출은 2 천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무슬림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관광업계 최고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무슬림관광객을 과연 한국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 본지가 가파르게 상승 중인 무슬림관광시장에 대해 알아봤다 .
‘ 오일머니 ’ 대한민국 관광의 지형을 바꾼다
전 세계가 무슬림관광 , 일명 할랄투어 (halal tour) 를 주목하고 있다 . 할랄투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의 생활양식에 맞춘 여행서비스를 말한다 . 구체적으로는 할랄인증을 받은 식당에서의 식사와 모스크 , 기도실 등의 기도 편의 시설 및 여행 중 기도시간 안내 , 숙소 내 코란 배치 등이 있다 .
현재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6 억 명에 육박 , 세계 인구의 약 20% 를 차지하고 있다 .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관광시장인 셈이다 . 한국이 무슬림을 중국 다음 목표로 삼은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대한민국이 할랄투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 무슬림이라는 종교에 대해서도 몰랐던 것이 사실 . 무슬림관광객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그제 서야 무슬림 인프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당연히 한국 내 무슬림 인프라는 약할 수밖에 없다 .
현재 전국을 통틀어 할랄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140 여 곳에 불과하다 . 매 시간마다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들에게 마땅한 기도실이 없다는 것 또한 한국관광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 . 한국의 무슬림 신자는 전국적으로 약 13 만 5 천 명 정도로 매우 소수인 탓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이나 전문 식당은 그동안 관심 밖의 문제였다 . 마인어 (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어 ) 나 아랍어를 구사하는 가이드 역시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
이처럼 무슬림의 시장가치는 높게 평가하는데 반해 국내의 무슬림 인프라는 미비한 수준이다 .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정부 주도 아래 무슬림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대한민국 무슬림관광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문화체육관광부 ( 이하 문관부 ) 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슬림관광객은 2014 년에 75 만 명으로 전체 방한외래객의 5.3% 를 차지했으며 최근 5 년간 평균 19% 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또한 2015 년에는 82 만 명이 방한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슬림관광객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
이에 문관부는 관광공사 및 지자체 등과 협업해 ‘ 무슬림 관광 편의 (Muslim-Friendly) 환경 ’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 문관부는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 개선 및 개별관광객 확대를 위한 사업을 전개키로 하고 한류를 소재로 한 방한 관광 상품 개발 및 판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현재 한국관광공사는 할랄투어 관련 판촉물을 제작 , 배포하고 주요 중동국가에서 한국관광로드쇼 및 부스참여 등으로 한국관광을 알리는 등 안팎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제 2 의 요우커로 무슬림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 무슬림 관광객 환대 인프라 조성사업 ’ 을 추진한다 . 도내 100 개 관광사업체를 대상으로 무슬림 환대 서비스 교육 및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운영 지침서 보급 , 무슬림 친화 식당 개설 등을 지원키로 했다 .
관광공사 측은 “ 급증하는 무슬림관광객에 따라 국내관광업계도 노력이 필요하다 ” 며 “ 할랄식품 발굴 및 전문 레스토랑 확대 , 호텔 객실 내 이슬람 경전 배치와 기도를 위한 도구 제공 등 특화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 ” 이라고 말했다 .
대한민국 , 무슬림관광객 유치에 나서다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관광객이 지난 5 년간 두 자리대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인바운드관광에서 무슬림이 차지하는 영향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 이에 문관부는 올 1 월부터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무슬림 시장 키우기에 나선다 .
문관부의 주요 계획은 △ 인프라 개선 및 개별관광객 확대 △ 한류소재 활용 방한상품 개발 및 판촉 확대 △ 중동지역 의료관광객 확대 △ 한국관광 인지도 제고 △ 문화분야 교류 협력 확대 등이다 .
문관부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무슬림 관광인프라 개선사업 . 문관부는 지난 1 월 이슬람 문화권 식당 또는 무슬림이 방문 가능한 한식당을 5 개 등급으로 구분한 영문 음식가이드북 ‘Muslim Friendly Restaurants in Korea’ 와 ‘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 ’ 를 발간 , 배포했으며 오는 5 월에는 아랍어로 된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을 발간할 계획이다 . 2016 년부터는 무슬림 식당에 대한 친화 등급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 또한 인천국제공항 및 관광공사 내에 기도실 시설을 보완하고 주요 관광지에 무슬림 전용 기도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
무슬림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나선다 . 여행업계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 (6 월 ) 및 교육 (4 회 ) 를 실시하고 무슬림 관광시장 및 할랄식품 등 무슬림지역을 사업화 하기 위한 내용을 다룰 3 부작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된다 .
개별관광객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무슬림지역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한 순회 설명회 및 방한 초청 팸투어를 실시하고 강원도와 공동으로 비무장지대 (DMZ) 무슬림 특화상품을 올해 상반기 내에 개발할 계획이다 .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의 무슬림관광객들이 한류 붐을 타고 한국관광을 택하는 만큼 한류를 활용한 방한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 대규모 한류콘서트나 케이팝 공개 방송 시 외국인 전용좌석 확보를 통해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한류 파생상품 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
또한 중동지역 의료관광객 확대를 위해 올 10 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의료관광대전을 개최하고 쿠웨이트 Medical Conference and Exhibition(4 월 ) 및 이스탄불 Medical Tourism Fair and Seminar(5 월 ) 에 참가하는 등 의료관광객 확대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하반기에는 의료관광 온라인 플랫폼 (www.visitmedicalkorea.com) 에 아랍어 서비스를 실시한다 .
이밖에도 그동안 다소 약했던 양국 문화교류 및 인지도 확보에 적극 나서며 한국을 친근한 여행지로 인식시키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 아랍에미리트 , 사우디아라비아 ,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는 TV, 라디오 등의 전통매체와 인터넷 ,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홍보활동을 통해 매력적인 한국관광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이다 . 이미 이러한 홍보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매년 무슬림 시장에 거주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관광 홍보활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한 방송매체 효과조사를 추가 실시해 더욱 전략적인 홍보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
16 억 무슬림관광객을 향한 시선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인 이른 바 ‘ 무슬림친화관광지 ’ 도 있다 .
‘ 마스타카드 – 크레센트레이팅 세계 무슬림 여행지수 (MasterCard-CrescentRating Global Muslim Travel Index, 이하 GMTI) 2015’ 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 ( 非 ) 이슬람협력기구 (OIC) 여행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곳은 싱가포르로 65.1 점을 받아 1 위를 기록했으며 다음으로 태국 (59.2 점 ), 영국 (55.0 점 ), 남아프리카공화국 (51.1 점 ), 프랑스 (48.2 점 ) 가 상위 5 개국에 포함됐다 .
한국의 경우 GMIT 조사 대상 100 개 여행지 중 38.6 점을 받아 55 위로 집계됐다 . 아시아태평양 여행지들의 평균 점수 (54 점 ) 과 100 개 여행지의 종합 GMIT 평균 점수인 43.8 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
비 이슬람협력기구 국가 중 가장 무슬림친화적관광지라는 평가를 받은 싱가포르는 이슬람교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조화를 이뤄 사는 도시 국가로 민족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무슬림을 위한 이슬람 사원을 국립모스크로 지정해 보호하는 등 다양한 종교와 인종을 존중하고 있다 . 또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무슬림 국가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 싱가포르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항공 , 호텔 , 투어 등 전체 여행 서비스가 모두 무슬림관광객의 특성에 맞춰진 ‘ 할랄 트립 ’ 을 선보이는 등 무슬림 특화 서비스를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낮은 아시아권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
일본은 관광업계뿐만 아니라 식품업계에서도 할랄 인증을 어필하면서 무슬림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 일례로 일본 음식에 많이 이용되는 간장과 된장은 양조과정에서 알콜이 발생되는데 양조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할랄 기준에 맞는 간장을 이용한 일본음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 또한 호텔에서는 예약 받은 고객에 한해 조리기구와 재료를 모두 이슬람 율법에 맞춰 준비해 제공한다 . 객실에는 기도를 위한 매트를 비롯해 메카 방향을 알 수 있는 스티커도 제공한다 .
특히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더 많은 할랄식당과 기도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
무슬림관광객 유치는 관광업이 주요 경제활동인 필리핀에서도 중요 관심사다 .
필리핀관광부는 올해 무슬림관광객 20% 유치 증대를 목표로 전 세계 관광객 중 12.5% 를 차지하고 , 1,370 억 달러를 소비하는 중산층 무슬림 관광객 유치 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 특히 세부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스파 및 할랄식당 , 기도실 등 인프라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
무슬림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그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슬림을 위한 인프라 .
중요한 것은 인프라 조성만큼 무슬림에 대한 이해와 존중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 싱가포르가 비 이슬람협력기구 중 가장 무슬림친화적 여행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여러 이점이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전반에 이슬람문화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