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한때 여행사와 항공사를 먹여살리던 효자 상품으로 주목 받던 에어텔 상품이 이제는 외면받는 존재가 되고 있다 . 여행사들은 더 이상 ‘ 에어텔 ’ 이란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 여행산업에 대한 실상이 바깥으로 하나 둘 드러나면서 대중들은 에어텔이라는 허울 좋은 짜깁기 상품을 이제는 외면하고 있다 . 이러한 에어텔 시장의 붕괴와 함께 최근 패키지 시장의 규모가 빠른 속도고 커지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FIT( 개별자유여행 ) 가 생각보다 느린 성장세를 보이는 틈을 타 패키지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
에어텔 … 패키지에서 FIT 넘어가는 과도기 상품
2010 년 이후 에어텔 시장은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했다 . 여행사들은 패키지 상품 대비 구성이 손쉽고 판매가 용이한 에어텔 상품을 우후죽순으로 생산해 시장에 뿌렸다 . 이후 항공사들도 운영 노선과 해당 도시의 호텔을 연계해 홈페이지에 상품을 팔거나 , 여행사에게 에어텔 패키지로 공급해 수익을 나눴다 .
에어텔의 최전성기는 2011 년부터 2013 년 사이 정도로 보인다 . 2012 년 당시 에어텔 인기는 대단했다 . 에어텔만 만들면 손해는 안 본다는 인식이 업계 내에 팽배해 있었다 .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에어텔 인기는 2~3 년 만에 갑작스럽게 시들해지고 말았다 . 2013 년 이후로 판매 규모가 꺾이더니 , 2014 년 이후로 여행시장에서 에어텔 상품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
잘 나가던 에어텔 상품이 갑자기 ‘ 수명 ‘ 을 다한 이유는 무엇일까 . 일부는 에어텔과 FIT 를 동격으로 여기나 실제 구조는 전혀 다르다 . 에어텔은 패키지 시장에서 FIT 시장으로 축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인 산물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FIT 는 항공 , 호텔을 각각 단품으로 구입하는 형태지만 , 에어텔은 단순한 항공 , 호텔 조합에 불과하다 . 제대로 된 FIT 상품이라기보다 여행사나 항공사들이 적당히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든 꼼수상품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 고 평가했다 .
항공사들도 에어텔 상품 운영을 대부분 포기하거나 방치하고 있다 . 동남아 국적사들 주도로 항공사 에어텔 상품이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 현재 자체 에어텔 상품을 판매하는 항공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항공사 홈페이지에 호텔검색 예약서비스만 연계해 놓은 상태다 . 국적 LCC 들만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근거리 에어텔 상품 판매를 이어가고 있으나 판매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
항공사 관계자는 “ 불과 2~3 년 전만해도 요금설명회에서 전용 에어텔 상품 구성해 전면에 알렸는데 , 현재는 예약자가 거의 없어 고정 비용만 나간다 . 본사 차원에서도 승객 유치 안 되면서 쓸데없는 곳에 돈쓰지 말라는 압박이 있어서 조만간 폐지할 방침이다 ” 라고 전했다 .
에어텔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소비자들은 에어텔이 여행사나 항공사가 만든 상품인 만큼 가격이 합리적이고 접근성이 탁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 더 이상 단품 상품 대비 비싼 가격에 선택이 한정적인 에어텔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는 것이다 .
FIT 추세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호텔 , 항공 단품 상품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 가격 정보가 대부분 공개돼 서로 다른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 이러한 분위기로 볼 때 에어텔 상품은 여행시장에서 서서히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 진짜 FIT 다운 상품개발은 하지 않고 , 단품 상품만 짜깁기해서 팔기 시작한 것이 에어텔이다 . 더 이상 교묘한 방식으로 단기 수익을 내려하지 말고 상품 경쟁력 ,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 ” 고 전했다 .
패키지 시장의 부활 ?
에어텔 시장 붕괴와 더불어 최근 일어나는 이상기후는 패키지 시장이 다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 지난해 유럽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패키지 상품 판매는 전에 없던 호기를 보이고 있다 .
지난해 하반기 이후 BSP 실적 및 송출 실적만 봐도 대형 패키지사들의 상승세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 올해 들어 상용 및 전문 여행사들은 내리막길로 접어든 가운데 , 종합여행사들의 패키지 실적은 전년대비 적게는 20% 에서 40% 까지 폭증하고 있다 .
이러한 이유에 대해 여행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일각에서는 에어텔 , FIT 상품에 실망한 수요가 차라리 가격이 내려갈 때로 내려간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
A 여행사 관계자는 “FIT 단품 상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구성할 수 있지만 , 패키지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손님들이 직접 예약할 수 없는 상품이다 . 패키지야 말로 진정 여행사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가격이 저렴하다면 굳이 비싼 FIT 상품을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 라고 전했다 .
패키지 상품의 인기 뒤에는 소비자를 사로잡을만한 FIT 상품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
B 여행사 관계자는 “ 여행사들이 마냥 패키지 실적이 늘어난다고 좋아할게 아니다 . 최근의 패키지 실적 향상은 여행시장 자연 증가분과 대형여행사 쏠림 현상으로 인한 단기적 현상일 수 있다 ” 며 “ 옵션 한 두개 바꿔 놓고 신상품이라고 하는 것은 손님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 안정적인 수익만 바랄게 아니라 신규지역도 개발해 보고 자사 독점적인 상품도 구성해봐야 FIT 추세에도 견딜만한 패키지 상품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 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