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훈이 만난 사람 제 5편

화가, 점묘화가, 전업작가 안명혜

[ 미디어원 = 강상훈 기자 ] 그녀는 밝다 . 그리고 참 맑은 사람이다 .
그런 그녀의 맑고 밝음이 그녀가 혼신을 다하는 그녀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져서 나온다 .
화가인 그녀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다른 작가들과 다르다 . 그녀는 캔버스에 일일이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점묘화법을 구사한다 . 그리고 그녀는 색채를 깊이 연구하여 흡사 프린트 한 것처럼 밝은 색채를 사용 한다 .
손으로 붓으로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점 하나하나에 두께와 넓이를 달리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이는 기자가 알기로는 전무하다 .
그녀를 신사동 카페의 햇살 가득 담은 창가에서 만났다 .

기자는 여성이자 화가인 그녀에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졌다 .

“ 그림이 무엇입니까 ?” 그녀다운 답변이 돌아 왔다 . 그녀는 대답 했다 .
“ 그림은 모사나 묘사가 아니라 표현입니다 . 즉 , 그림을 통해 작가 내면의 세계를 스스로 표출해 내거나 또는 작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과의 감정 공유를 통해 또 다른 존재를 표현하는 놀이의 장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 “ 이어서 그녀는 ” 또 제 작가 주의적 관점에서는 감히 , 그림은 안명혜다 .” 이렇게 대답했다 . 지극히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

그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그림이 한 권의 책처럼 정신과 마음 그리고 철학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매개로 그림을 대하고 있는 듯 했다 .
보수적이고 엄한 교육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녀다 . 그래서 화가 안명혜는 무엇이든 모범적이어야 했고 또래들 보다 잘해야 하는 주위의 강박 같은 시선들에 맞춰 살아 온 스스로를 소심한 A 형이라고 표현한다 .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 시선에 가두어진 나 ’ 를 자유롭고 즐겁게 표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었다 . 사춘기가 한창이었던 중학교 시절부터 교회나 성당에서의 믿음을 갖는 것보다는 그림이라는 나만의 종교를 택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주 일요일마다 혼자 수채화를 그렸던 생각이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화가 되고 싶었고 ,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인생의 줄기로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

지금은 그리 좋아하던 그림 안에 화가 안명혜의 모든 마음을 자유롭게 내려놓고 , 표현하며 , 치유하며 살아 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이 그녀의 삶의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

1 평짜리 작업실을 가진 화가

보통의 작가들은 따로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 그러나 안명혜에게는 작업실이 따로 없다 . 그녀의 표현처럼 소심한 성격 탓에 작업실과 가정 두 곳에 온전히 마음 두기가 어려워서 거실 한쪽에 작업실을 꾸미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
이후 그녀는 가정에도 작업에도 두 가지 역할에 오롯한 정성을 다 쏟아 부을 수 있어 행복이 배가 되었다고 자랑한다 . 그래서 그녀가 작명한 그녀의 작업실은 세상의 하나뿐인 ‘ 한 평 작업실 ’ 인 것이다 .
주부와 작가를 동시에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그녀에게 아무래도 버겁지 않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

“ 피상적으로 예술작업을 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격리 되어 상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움과 몰입 , 창의 등의 단어들이 함께 하는데 주부는 가끔씩 그 리듬을 깨는 현실세계와도 같은 존재다 . 하지만 , 잉태의 산고를 통해 성숙해 가는 주부와 , 작업 작품의 창작고통이 다르지 않고 산고와 창작고통이 닮아 있어 화가의 삶을 영위하는 여자로서는 행복한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 그래서 특별히 어렵다 라고는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 그녀의 대답이다 . 화가를 만난 게 아니라 글 쓰는 작가를 만난 것 같았다 .

50 대에 접어든 그녀에게 아직도 20 대의 해 맑은 웃음이 언뜻 비치는 것은 그녀의 세상과 작품과 그로 인해 오는 고통을 녹여내는 깊음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자녀들이 다 20 세를 넘긴 어느 날 외딴 섬에 홀로 갇혀 미친 듯이 그림 그리는 시간만 가지는 날도 오기를 기대한다고 크게 웃는다 . 하긴 어느 주부가 오롯이 가족을 따로 생각할 수가 있을까 .

그녀가 홍익대 미대를 다닌 얘기 , 이후 대학원을 다시 진학한 얘기 등등 그녀의 그림처럼 하나하나 점을 찍어 나갔다 .

부드럽게만 살아 온 것 같은 그녀에게서 작가일수 밖에 없구나 하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는 부분은 30 여 차례의 개인전이 아니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600 여 회를 넘는 단체전에 참가한 사실이다 .

전시라는 건 같은 작품을 가지고 계속 부담이 있게 마련이고 큰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 그런 전시회 특히 , 다른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하는 단체전은 준비에 관한 창작 에너지뿐만 아니라 비교에서 오는 감정적 에너지 역시 크게 소모된다 . 그런 단체전을 600 여 회를 했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화가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운 업적인 것은 분명 하다 .

그녀의 그림이 다른 어떤 화가들의 그림보다 밝고 맑은 이유는 그 엄청난 에너지가 안명혜의 창작 프리즘을 통해 퍼져서 가능했던 것이다 .

화가 안명혜가 표현해 내는 색채에 대해서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 그녀는 빛을 담고 싶어 수채화에도 한 동안 심취했었다 . 그러다 지치고 힘들어 스스로가 처한 상황처럼 아스팔트를 응용하기도 했었고 계속 어두운 그림을 그린 시기도 길어졌다 . 그 어두운 그림의 시간이 끝나면서 다시 밝아지고 빛에 욕심을 가졌던 그 고뇌가 삶을 통해 찬찬히 녹아 나오다 보니 색은 더욱 밝아지는 방향으로 가게 되더라는 그녀의 얘기다 .

대학에 출강을 한 동안 한 적이 있다 . 그 강의를 하는 동안 그녀는 색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했고 색이 이웃한 다른 색에 어떤 영향과 기운을 도와주고 또 삼키는지 오랫동안 깊이 있게 연구 했다 .
그 연구가 이제는 완전하게 자리 잡은 점묘화법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

같은 색을 사용한다고 해도 점을 찍는 크기와 두께 , 넓이에 따라 이웃 색과의 상호 간섭이 달라서 그녀가 표현해 내고 싶은 색을 온전히 발하기 위해서는 계속 되는 관찰과 쉼 없는 노력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겠다 .

작가 안명혜가 표현하는 색을 담은 그림은 “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누님 ” 같은 성찰의 느낌을 가지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

마지막으로 앞으로 가고자하는 길은 어디이며 , 어떤 작가이길 스스로 바라느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는 ‘ 가지 않은 길 ’ 에 미련과 아쉬움을 담았다 . 하지만 나의 ‘ 그 길의 입구 ’ 시리즈에는 선택한 길에서 자기 몫의 행복을 꾸려가는 명랑함이 담겨 있다 .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느 길이든 길의 입구에 서게 된다 . 나는 미련이나 후회보다는 입구로 들어선 그 길에서 이왕이면 즐겁게 살아보자고 다정하게 말한다 . 화사하고 밝은 나의 그림이 그래서 길 위에서 서성대고 휘청 이는 우리를 위로한다 .』

그녀가 좋아하는 글귀를 담았다는 그녀의 작가노트 중 일부 구절로 대신 답한다고 했다 .

화가 안명혜가 화두로 삼는 “ 그 길의 입구 ” 가 기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

“ 저에게 있어 그림은 제 자신이며 , 치유 수단이듯이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그저 밝아지고 즐거웠으면 합니다 . 깊이 있고 어려운 그림이기보다는 제 그림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그림 이고 그런 그림을 끊임없이 그려낼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 라는 말로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

작가 안명혜

참 많은 화가가 있다 . 그러나 스스로 캔버스를 만들고 다양한 캔버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화가는 그리 많지 않다 .

기본에서부터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담고자 하는 그녀는 또 사람을 위한 색을 담고 이야기를 그리고자 한다 .

화가 안명혜 자그마한 체구와 달리 큰 생각과 에너지를 품은 작가다 . 그녀의 사람을 위한 사람을 향하는 창작의 길에 큰 응원을 보낸다 .

작가 안명혜의 작품

화가 안명혜의 작가노트 중에서 –
『“ 그 길의 입구에 서다 ”
…….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는 ‘ 가지 않은 길 ’ 에 미련과 아쉬움을 담았다 . 하지만 나의 ‘ 그 길의 입구 ’ 시리즈에는 선택한 길에서 자기 몫의 행복을 꾸려가는 명랑함이 담겨 있다 .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느 길이든 길의 입구에 서게 된다 . 나는 미련이나 후회보다는 입구로 들어선 그 길에서 이왕이면 즐겁게 살아보자고 다정하게 말한다 . 화사하고 밝은 나의 그림이 그래서 길 위에서 서성대고 휘청 이는 우리를 위로한다 .

그 길의 입구는 색의 뭉치 , 혼합의 점 작업을 통해

형상들 , 경쾌한 선들 , 밝은 색상들 , 꽃모양의 문양들 , 내 던져진 물감덩이들 , 셀프 캔버스의 형태들은 어느 때고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나의 일상에서 보여 주고 있는 그릇 , 컵 , 꽃병 , 새 , 물고기 , 꽃 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부드러움을 보여 주고자 한다 .

특히 셀프 캔버스는 나에게는 놀이의 장이며 삶을 일궈나가는 가장 큰 의미로 갇혀진 사각의 틀의 캔버스를 부수고 나간다 .

즉 , 회화 고유의 고상함이나 가치와 그 깊이를 차라리 해묵은 가치로 거부하고 있으며 또 다른 새로운 놀이의 장을 통해 조형성을 부여 하고 있다 .

그 길의 입구에 나 , 안명혜는 이미 들어섰다 .

나가는 출구에서 마주하는 것은 나와 내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과 함께 빛 , 빛일 것이다 .』

작가 안명혜의 점묘법으로 그린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