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최근 집에서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 하지만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난감할 때가 있으니 바로 여행을 떠날 때 . 반려동물과 함께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 차량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이 가능한 경우가 여의치 않아 , 여행기간동안 애견호텔 등을 이용 , 반려동물과 여행의 추억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 그런데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
23 일 오전 7 시 40 분 서울역 7 번 플랫폼은 낯선 설렘이 출렁였다 . 승객들은 반려견을 안거나 목줄을 끌며 열차에 올라탔다 . 반려묘와 함께 한 승객도 눈에 띄었다 . 모두들 기대 어린 표정이었다 .
열차는 오전 7 시 54 분 서울발 순천행 남도해양열차 (S-Train). 반려동물 승차를 부담스러워 하는 여느 열차들과 달리 승객들은 우리 ( 케이지 ) 없이 반려동물과 전남 순천시까지 열차 여행의 낭만을 만끽했다 . 제 3 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5 월 22~28 일 ) 에 참가하려는 관광객 70 명과 그들의 반려견 25 마리 , 반려묘 1 마리 , 토끼 1 마리가 이날 열차의 귀빈이었다 .
시끄럽고 지저분한 ‘ 개판 ’ 을 예상했다면 선입견이다 . 순천까지 향하는 4 시간 30 분 가량 객실은 정숙했다 . 간혹 본능을 못 이기고 낯선 사람들을 향해 짖는 반려견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반려견은 보호자의 품안에서 차분히 열차 여행을 즐겼다 . 몇몇 반려견은 객실 복도를 내달리기도 했으나 보호자가 부르면 곧바로 자리로 돌아갔다 . 반려견들은 보호자들과 함께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모처럼의 여행을 즐기는 듯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한 반려동물과의 장거리여행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 열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려면 다른 승객들에게 위협이나 불편을 주지 않도록 반려동물은 케이지에 가둬야 한다 . 반려동물 가족들은 무거운 케이지를 들고 눈치를 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니 자가용 여행을 택한다 . 이날 반려견 석구와 함께 열차에 오른 김영주 (50 ㆍ 여 ) 씨는 “( 첫 열차 여행이 낯설어 ) 사람들에게 혹 불편을 줄까 봐 아침 일찍 나와 서울역 한쪽 구석에 피해 있었다 ” 며 “ 그 동안 ( 석구와 ) 대중교통 이용은 엄두도 못 냈다 ” 고 말했다 .
이날의 특별한 여행은 순천만동물영화제가 마련했다 .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특화된 영화제라 반려동물 가족들의 편리한 영화제 방문을 외면할 수 없었다 . 22~25 일 매일 한 차례 서울에서 순천으로 향하는 열차의 객실 1,2 개를 통째로 빌렸다 . 반려동물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숙박권을 왕복 열차표와 묶음으로 판매 ( 반려동물 1 마리와 성인 1 인 당 13 만 4,000~15 만 9,000 원 ) 했다 .
이날 밤 반려동물 가족 대부분은 순천만정원에서 열린 콘서트와 조례호수공원 야외상영장에서 영화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을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 주말 동안 순천만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7 만명 가량으로 지난해 전체 관객 (8 만명 ) 수에 육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