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김인철 기자 ) 평소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는 안모 (48) 씨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오다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급하게 방향을 바꾸다 주차를 하려 대기 중이던 외제차에 살짝 부딪혔다 . 안 씨는 큰 사고가 아니라 피해자와 서로 전화번호만 교환했다 .
다음 날 , 피해자의 전화를 받은 안 씨는 깜짝 놀랐다 . 차 문에 상처가 났으니 배상해달라는 내용인데 , 자동차 공업사가 문짝 스크래치 처리 비용으로 200 만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
안 씨 몇 년 전 가입해 놓은 자전거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보험사에 의뢰했으나 보험사 측에서는 ‘ 배상불가 ’ 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 불가 사유는 안 씨가 가입한 자전거보험으로는 대물 · 대인배상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 자전거보험 자체가 대물 · 대인배상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안 씨는 다행히 대인 · 대물 , 자기 손해부분까지 배상이 되는 건강보험의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을 들어놓아 200 만원이라는 큰 돈을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
안씨는 “ 자전거를 타다 일어난 대물사고를 건강보험 특약으로 겨우 처리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자전거보험은 처리할 수 없어서 황당했다 ” 고 토로했다 .
10 년간 무사고 자전거 운전자 김모 (50) 씨 . 그는 얼마 전 잠실의 한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핸드폰을 보면서 걷던 보행자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사고를 경험한 뒤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려 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대인 · 대물에 대한 배상이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
황당했다 . 보험 상담사는 보험사의 손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자전거보험에서 대인 · 대물에 대한 배상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만 되풀이 했다 . 김 씨는 “ 자전거 보험 중 대인 · 대물 보상이 가능한 자전거 보험은 현대해상과 새마을금고 ” 라며 “ 새마을금고의 경우 동호회 활동을 하면 배상이 나오지 않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자전거 보험의 효과가 없어 보인다 ” 고 말했다 .
자전거 이용 인구 1000 만 시대다 .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도 그만큼 급증하고 있다 .
25 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0 년 1 만 1259 건이었던 자전거 사고는 지난해 1 만 7471 건으로 5 년 새 55.2% 나 증가했다 . 또한 지난 4 월 서울 연구원의 조사에서는 2007~2013 년 자전거 교통발생건수가 1.7 배 급증 , 특히 봄철 증가가 많으며 평일 출 퇴근 시간에 많이 발생했다 . 자전거 사고 종류로는 △ 자전거 – 자전거 △ 자전거 – 보행자 △ 자전거 운전자 부주의 △ 자전거 – 자동차 등 다양하다 .
이 같이 자전거 교통사고가 급증함에도 정작 자전거보험은 제구실을 못하는 실정이다 . 이는 우선 자전거를 이용하는 마니아들조차 자전거보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도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에 대비한 최소한 안전장치인 자전거보험을 별로 이득이 없는 상품으로 판단 , 대인 · 대물보상 등 기존에 있던 보장 내용을 축소시키는 실정이다 .
보험사들이 자전거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가입을 원하는 고객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가의 자전거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은 자신의 자전거 분실이나 파손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가입을 희망하지만 손보사들은 ‘ 도덕적 해이 ( 모럴해저드 )’ 를 우려 , 분실 · 파손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
보험사들은 자전거의 잦은 사고와 가격의 고가화로 자전거를 담보하려면 보험료가 올라가야 하고 보험료가 높으면 가입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인 · 대물 배상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 뿐만 아니라 자전거보험의 보험료는 1 만원 미만이어서 손보사의 이익이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보험사로서는 자전거보험이 ‘ 돈 ’ 이 안 되는 상품인 것이다 .
이병주 현대해상 과장은 “ 자전거 보험 계약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보험사에서는 자전거 보험의 중요도가 낮은 것이 사실 ” 이라며 “ 대형 보험사의 경우 10 조 이상 매출 규모 중 자전거보험은 5 억 ~10 억원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 않다 ” 고 말했다 .
또한 자전거의 도난이나 파손에 대한 보상도 자동차와 같이 등록제가 만들어진 후에야 가능하기에 정부 예산과 정책적인 문제 등으로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선명규 삼성생명 팀장은 “ 정부 주관으로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자전거보험과 관련한 움직임은 없을 것이다 ” 라고 조언했다 .
전문가들은 자전거 선진국인 네덜란드나 독일처럼 자전거보험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상품의 명맥만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들은 교통난 해소 및 환경보호 , 국민건강 증진 등 많은 효과가 있는 자전거의 이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