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행] 경건함으로 가득한 도시, 족자카르타

[ 인도네시아 여행 ] 경건함으로 가득한 도시 , 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도 ‘ 발리 ’ 일 것이다 . 발리는 이미 70 년대 중반부터 우리에겐 제법 잘 알려진 곳이었다 . 1958 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남태평양은 2 차대전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사랑을 이뤄 가는 내용으로 환상의 섬 ‘ 발리하이 ’ 는 신비롭고 로맨틱한 공간으로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곳으로 그려졌다 .
발리하이는 원작소설의 모티브에서는 모레아섬 그리고 실제 촬영지는 말레이시아의 티오만 섬이었지만 우리에겐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알려지면서 발리는 환상의 섬으로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
1990 년대 이후 발리는 신혼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로써 허니문의 대명사와도 같은 명성을 얻게 되었다 . 친절하고 낙천적인 발리니즈의 환대와 섬 곳곳에 가득한 불교유적지와 불교문화 , 화사한 음악과 춤으로 허니무너들은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은 환상 속으로 빠져 갔을 것이다 .
작고 허름했던 발리의 관문 덴파사 국제공항은 이제 동남아의 어느 국제공항보다도 더 웅장하고 큰 규모로 이용객들의 편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발리는 이렇듯 우리에게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18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190만 평방키로미터의 크나큰 땅덩어리의 인도네시아에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무수히도 많다.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반둥 마나도 부나켄 빈탄과 바탐섬 등이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고 이외에도 북 수마트라의 레이크 토바, 벨리퉁, 탄중레숭, 세리부 아일랜드, 보로모 산, 만달리카 롬복, 코모도 섬, 와카토비 국립공권 등은 인도네시아 관광청이 발리 못지않는 관광지로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을 가진 곳이다 .

족자카르타는 한국여행객이 발리 다음으로 선호하는 곳
발리가 대세였던 인도네시아 관광에서 족자카르타가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10 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족자카르타의 자랑거리인 보르보두르 사원은 세계에서 단일 사찰로는 최대 규모의 불교사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 2000 년대 초 족자카르타를 포함한 패키지 상품이 여행업계에 등장하면서 2000 년대 중반이후 많은 한국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으로 발리 다음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
이번 여행 일정은 자카르타 반둥 족자카르타로 구성되어 있었고 반둥에서 족자카르타는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어 있었으나 갑작스런 일정변경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족자카르타를 향하는 기차가 중간 역에서 정차하고 있다.

반둥에서 족자카르타의 519키로를 호화열차인 ‘임페리얼 호’ 로 이동하는 것이다 . 열차여행은 이동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멋드러진 관광이며 다른 여행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에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 자카르타 족자카르타를 운행하는 호화열차는 일반 열차의 가장 앞부분 한 량을 개조한 것이다 .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퍼스트클래스급 좌석이 배치되어 있고 영화와 TV 를 시청할 수 있으며 가라오케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다 . 전용주방을 갖추고 있으며 간식과 중식 그리고 차와 음료가 전담 승무원에 의해 제공된다 .

느릿느릿 달리는 열차의 좌우측 몇 걸음 옆으로 ‘ 기차길옆 오막살이 ’ 들이 다닥다닥 붙어 함께 지나간다 . 바로 지척을 지나가니 그들의 사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 넓지 않은 가옥이지만 살림살이는 모두 갖추고 있다, 옛적 우리네 사는 모습이 연상된다 .
너른 공간으로 나오면 저만치 제법 높은 산들이 따라 나선다 . 열대림으로 무성한 산 중에 작은 논밭에서 모내기에 열심인 아낙네들의 모습이 눈길을 끝다 .

족자카르타에 도착하여 열차 밖으로 나서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열대의 뜨거움이 후끈하게 다가온다 . 고지대인 반둥의 평균 기온이 아주 쾌적한 섭씨 22도 정도 인데 반해 족자카르타는 평균기온이 섭씨 27가 넘으니 기온차가 제법 크다 . 제대로 인도네시아의 열대기후를 만끽해야할 시간이다 .
족자카르타 역시 차량정체가 심하다. 왕복2차선 도로에서 빠져나갈 곳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주말이라 정체가 심하다는 안내원의 설명이다. 날이 저물기 전이라 버스이동이 심심치만은 않다. 확실히 자카르타나 반둥과 도시의 모습도 사람들의 차림새도 다른 것이 느껴진다.

보르보두르의 아침
아직 동이 트기엔 이른 시간이다 . 넓게 자리한 리조트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깊은 잠에 취해 있는 듯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 어둠이 짙은 작은 길을 지나 리조트에 따로 준비된 해맞이 장소로 향한다 . 밤과 낮의 기온차가 그다지 크지 않으니 길옆의 풀 섶으로 옷을 적실 일은 없다 . 곤한 잠을 깨운 듯 새들의 지저귐이 시작된다 .
뜨거운 한 잔의 커피로 몸을 추스르는 동안 아랫마을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이 시작된다 . 동이 트기 전 어디선가 스며들어온 빛들이 희뿌연 색으로 마을을 채우더니 이내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 아낙네들의 부지런함은 어느 곳인들 마찬가지다 .

해맞이 장소에 사람들이 모인다 . 며칠을 기다렸다는 그들의 바램이 이루어진 듯 ….. 보르보두르 사원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경건함이 있다 . 장렬한 붉은 빛의 태양이 아니고 구름 속에 겨우 보일까 말까한 수줍은 일출도 아니지만 열대우림위에 걸쳐진 안개 사이로 피어오르는 맑은 빛의 연기가 밑그림을 만들고 그 위 어둠 속의 보르보두르 사원과 함께 하는 하늘빛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 사진으로 도저히 담아낼 자신이 없다 . 그저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