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박예슬 기자) 수원 사는 기자가 로드트립을 핑계 삼아 이른 시간 퇴근을 감행했다 . 결과적으로 기사 구상하랴 , 사진찍어대랴 , 수원 시내를 온종일 걸어 다니고 집에 도착하니 , 이건 뭐 마감 날 야근하고 귀가한 시간이나 그게 그거다 .
어쨌든 오늘 로드트립 여행지는 바로 세계가 지켜야할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도시 . 수원이다 . 워낙 서울에서 가까운 대도시다 보니 교통편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 기자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바로 사당에서 탑승하는 기자 퇴근용 버스 . 따뜻한 오후햇살을 맞으며 버스 내부를 살펴보니 이리도 한산할 수가 없다 . 콩나물마냥 겹겹이 사람사이에 끼이던 전날의 퇴근 장면과는 너무도 다르다 ! 버스 옆을 달리는 닭장차에서조차 늦여름 초록 내음이 흘러 나오지 않을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기분이다 .
숭례문을 기억하며 …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의 북문인 장안문 모습 . 서울 숭례문과 매우 비슷한 외관을 갖추고 있으나 , 동서양의 군사시설이론이 잘 배합된 독특한 성이다 . 이러한 이유로 짧은 역사의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
성곽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시민들이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이재원씨 ( 수원 장안구 ) 는 “ 내가 사는 지역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은 놀랍도록 신나는 일이다 ” 라며 “ 매일 오후 집사람과 이곳을 걷는 게 큰 기쁨 ” 이라고 말한다 .
늦여름 오후의 피크닉 , 화성행궁
장안문을 지나 10 여 분 걷다보면 사적 제 478 호로 지정된 화성행궁을 만나볼 수 있다 . 왕이 궁을 벗어나 머무는 곳을 뜻하는 행궁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 매일 오전 11 시 조선전래의 무예와 중국 , 일본의 무예를 융합하여 만들어진 24 가지 실전 무예 공연도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
헌데 기자에게 있어 오전 11 시는 온갖 취재와 행사와 만남으로 얼룩진 시간이기에 할 수 없이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 아이와 함께 느긋한 오후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다 .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 수원엔 ?
화성행궁에서 5 분만 걸어가면 서울의 청계천과 유사한 복개천이 나타난다 . 바로 수원 천이다 . 하천을 따라 매교공원 , 초록습지 , 생태정원 , 풍경마당 , 팔달분수 등을 조성하고 메타세콰이어나무와 능수버들을 심어 편안한 경관을 제공한다 . 마침 수원시의 새인 백로가 수원천에서 물고기를 낚아 날아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 망원렌즈가 없는 것이 이리도 아쉬울 줄이야
전통과 현재의 어울림 지동시장
100 여 년 전 보부상들의 주 활동무대로 알려진 지동시장은 2002 년부터 진행한 리모델링으로 최신 시설을 갖췄다 . 하지만 수원 천 주변으로는 여전히 25 년째 재봉틀을 고치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에서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수원 천에 늘어선 손으로 쓴 간판의 오래된 상점들 역시 즐비하다 . 지동시장 순대타운과 인근의 진미통닭은 꽤 유명하다 .
55 년째 이곳의 변화양상을 지켜봐온 기자의 어머니는 여전히 과거의 지동시장을 떠올리며 애틋해하신다 . 아 ~ 쏜살같은 세월이여 …… .
도대체 무슨 테마냐고요 ~
팔달문에서 수원역까지 이어지는 수원테마거리 . 그나마 깔끔하게 정비된 팔달문에서 매산 사거리까지의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 반면 사람이 넘치는 매산 사거리에서 수원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테마거리는 휘황찬란한 간판들이 어수선하다 . 도대체 무슨 테마로 거리가 조성된 것인지 의문을 품으며 마침내 수원 로드트립 여정은 끝이 난다 .
현대 도심지의 활발함과 지방도시의 투박함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수원시 . 시 관계자는 “ 관광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로 수원을 수도권의 중추적인 관광 거점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것 ” 이라고 말했지만 , 애향심 지극한 기자는 2002 년 히딩크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 “ 나는 아직 배고프다 ”
전 세계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과 수도권 대도시와의 인접성 , 친절한 시민성 ( 기자포함 ) 이라는 무수한 장점을 소유한 수원시가 좀 더 발전한 관광 정책으로 타 도시보다 앞서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