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
진동 골짝에 들어와서는 노래방이 있을 리 없고 설사 30 리 밖 현리에 노래방이 있다고는 하나 노래방엘 갈 기회라던가 또는 함께 갈 수 있는 이웃들도 마땅치 않아 그저 일을 하다말고 밭두둑에 걸터앉아 하모니카를 불어본다거나 콧노래를 불러보는 것이 고작이다 .
그러나 노래가 아닌 , 소리 높여 목청을 돋우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두 손 모아 주변의 골짝들을 향하여 소리를 외쳐보기도 하는데 , 불러보는 대상은 주로 내 인생에 있어 삶의 따뜻한 희망을 불어 넣어준 그리운 이름들이다 . 사부 ! 또는 아버지 !, 어머니 !, 형아 !, 아우야 !, 누이야 ~!, 여보 ~! 그리고 바우야 ~!, 새침아 ~! 마지막으로 첫사랑아 ~!
방태산 댓골을 향하여 소리를 질러본다거나 아니면 꽁밭쪽을 향하여 , 아침가리골짝을 향하여 또는 가칠봉 골짝을 향하여 그리운 이름들을 마음껏 불러본다 . 그러면 그리움들은 백두대간의 험준한 벼랑길을 마다 않고 멀리 산등성이를 넘고 계곡을 건너 싱그러운 맨발로 내 곁에까지 달려와 준다 .
이처럼 골짝은 나에게 있어서 그리움을 해소시켜주는 유일한 통로이자 나를 한없이 자비로운 산정 山精 으로 인도하여 주는 영매가 되어주기도 한다 .
글 그림 : 최용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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