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과 은밀함이 공존하는 포시즌스 호텔의 스피크이지 바 ( speak easy – bar )
서울 도심에 자리한 포시즌스 호텔 , 늦은 밤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듯한 ‘ 스피크이지 바 ’ 에선 그리스 출신 ‘니코스 바쿨리스’의 신중하고 정제된 손놀림에 뭇사람들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
깊고 검은 눈에 깔끔한 손 맵시는 부드러운 리듬이라도 타는 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 소주 김릿 ” 을 탄생 시켰다 .
깔끔한 조명이 떨어지는 바 위로 마치 주인이 귀한 사람에게 진귀한 음식이라도 내어 놓듯 정갈한 손으로 소리 없이 사뿐히 올려놓은 한 잔의 칵테일 “ 소주 김릿 ”
투명한 유리잔대신 동양의 작은 도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소주 김릿은 마치 오래전 우리 어릴 적 한여름 대청마루에 모여 앉아 어머니가 큰 볼에 투박한 손으로 쓱쓱 비벼 얼음 한줌 올려 내주시던 비빔국수 한 사발을 연상케 했다 .
갑자기 예상 밖의 비주얼에 맛이 몹시 궁금해졌다 . 언뜻 보기엔 마치 맛깔나게 만들어진 ‘에피타이저’를 연상케 하는 소주 김릿을 가볍게 코끝에 대는순간 “ 아 !!”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고 감탄이 연이어 졌다 . 어떻게 동양의 정서를 이 한잔에 빼곡히 담아 낼수 있었을까 …… .
한 모금을 입안으로 흘려 조용히 음미하는 동안 혀를 타고 들어오는 오랜 어릴 적 추억들이 어찌된 일이지 새록새록 그리워 졌다
hayman’s old tom 의 동양적 느낌의 베이스에 25 도 소주를 둥굴레와 숙성해 만든 둥글레 소주를 메인위로 가볍게 얹은 달콤한 감귤의 향과 살짝 스파이시하면서도 은은한 오리엔탈의 향이 조화를 이룬다 . 약간의 짭조름함과 씹는 즐거움을 함께 가미한 통깨는 니코스의 무한한 창의성을 또한 돋보이게 했다 .
칵테일이 서양의 전유물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 바텐더 니코스가 재래시장을 찾아 가장 한국적 인 맛을 나타낼 만한 재료를 골라내 짧은 시간 동안 타고난 천재성을 발휘해 올려놓은 "소주 김릿"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가득한 그의 어린 시절 기억과 따뜻한 추억의 세계가 녹아 들어있었다 .
플랑멩코 춤을 추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여인의 , 고혹적인 입술 같은 , 맑게 정제된 보드카가 5 가지 맛으로 유명한 한국의 오미자를 만났다 . 오묘한 맛과 질감은 마치 섹시한 여성이 턱시도의 남성을 뜨거운 눈빛으로 유혹해 열정적인 하룻밤을 함께 할 것만 같은 정열의 칵테일 "코스모폴리탄"은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을 속삭일 때 나누면 좋을 듯한 칵테일이다 .
클래식 포그커터의 ‘베리에이션 #2’ 는 데킬라와 한국의 멜론을 주재료로 만든 달콤하고 마실수록 빠져드는 칵테일이다 . 밀키하고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살짝 바디를 받쳐 주어 달콤하고 고소한 느낌의 칵테일 남태평양 뜨거운 태양이 빛나는 해변가에서 멋진 바텐더가 건네준 한 잔의 유쾌한 칵테일 같다 . 젊은 사람들이 즐겨 마실 법한 칵테일이다 .
‘ 니코스 ’ 의 손은 짙어 지는 술 내음과 밤의 향기에 따라 기민함을 더해 가고 ‘ 스피이크 이지 바 ’ 는 열정과 낭만을 쉼 없이 뿜어낸다 .
‘ 스피이크 이지 바 ’ 는 칵테일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칵테일 전문가 및 애호가를 위한 만남의 장을 매 주 마련하고 있으며 ‘ 니콜스 와 같은 세계적인 바텐더를 초청하여 칵테일과 관련된 신조류와 새로운 기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글: 이지은 기자 사진: 이정찬기자
Photo Credit to Howard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