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세계 최초 승인
50개 거점병원 80세 이상·의료진 등 우선 접종
화이자·바이오테크 백신, 2000만명분 확보해
미국도 이르면 다음 주에 백신 접종 시작할 듯
영국이 8일(현지시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올해 3월 코로나 펜데믹 이후 첫 대규모 접종이다.
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80세 이상 고령자, 요양원 근무자,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투여할 80만회분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준비해 배포했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8일을 ‘V-Day’로 부르며 “앞으로 한 주간은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은 지난 주말부터 특수 상자에 담겨 영국 전역의 50여 거점 병원들에 배포됐다. 해당 백신은 벨기에에 위치한 화이자 공장에서 생산돼 유로터널을 통해 영국에 들어왔다.
영국 NHS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첫 접종은 요양원에 거주 중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접종 2순위는 의료진과 80대 이상 노인이며, 그다음은 75세 이상 노인이다. 백신 접종을 마치면 면역 반응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비해 일정 기간 병원에 머무른 뒤 귀가하고 3주 뒤 두 번째 접종을 받는다.
94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99세인 남편 필립공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순번을 기다려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영국 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면서 백신 접종 반대 시위가 일어나자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잠재우기 위해 여왕 부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왕실은 여왕 부부의 접종 모습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영국 정부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고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인 2000만 명이 사용할 백신 4000만 회분을 선주문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말까지 200만 명이 맞을 수 있는 400만회분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앞서 러시아도 지난 5일부터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5’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3상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백신으로 보건 전문가들은 서구의 의료기준을 충족한 백신의 대규모 접종은 영국이 처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확보한 2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NHS는 “영국이 백신 승인과 일반 접종이 빠르게 시작했다고 해서 코로나19 종식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화이자 백신은 보관 조건이 까다롭다.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며 영상 2~8도 수준의 냉장 보관 상태에서는 닷새밖에 효능이 유지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도 백신 운반시 드라이아이스로 채운 특수 박스를 이용해 최대 4회까지 이동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접종 장소를 지나치게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거점 병원을 통해 백신을 보급했다.
한편 영국에 이어 백신 접종을 준비 중인 미국은 오는 10일과 17일 각각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평가 회의를 연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FDA 회의가 끝난 후 연방정부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승인하면 36시간 내에 첫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까지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을 공급받고, 내년에는 복수의 제약업체로부터 수억회분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글로벌제약사와 다국가연합체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선구매에 합의한 제약사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존슨앤존슨-얀센·모더나 등 4개사다.
이번에 확보한 4400만명분은 전체 인구의 88%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접종은 노년층과 의료진 등에게 우선 접종될 계획이다. 다만 내년 초 백신이 도입되더라도 실제 접종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