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주가 상승 빨라 자산시장 과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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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사진: 한국은행)

“자산시장‧실물경기간 괴리 커, 작은 충격에도 시장 흔들려”
‘빚투’ 차입 급증, 예상치 못한 쇼크에 큰 손실 유발할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하는 등 주가 상승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면서 “주식시장 활황이 자산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빚투의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1월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회의가 끝난 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의 증시상황 등에 대해 답했다.

이날 이 총재는 “최근 코스피 지수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 상황을 버블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이전에 비해 상승 속도가 대단히 빠른데, 이렇게 과속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예측하지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19 확산세 심화, 백신 공급의 차질 등 충격이 발생하면 주가가 급격히 조정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시장의 충격이 불안 등에 대해 유의하면서 면밀히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빚투’ 열풍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실물경기, 소득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주가 등 자산가격 상승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차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빚에 의존한 투자 확대는 예상치 못한 쇼크로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5일, 이 총재는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통해 “현재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커진 상태”라며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코스피 상승 등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실물경기를 고려해 볼 때 금리정책 기조를 바꾸거나 여러 완화조치를 정상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히 큰데다 앞으로의 경기회복 흐름에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계층의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서는 “한은의 유동성 지원은 한계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 완화하는데 주안점이 뒀다”며 “이를 통해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위축을 방지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지원이 장기화되면 한계기업 연명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한시적 조치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정책의 종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서비스업이 상당히 부진하고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임시일용직의 어려움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원을 성급하게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연장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