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상품? 보내고 보자, 떠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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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값 주면 손해본다?
최근 변해가는 트랜드에도 불구하고 여행사와 랜드사는 저가 상품을 앞세우고 있다. 소비자도 저가 상품을 이용할 경우 옵션과 쇼핑이 따라 온다는 것을 알지만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며, 옵션까지 여행사에 문의 하고 있다.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한 A씨는 패키지 상품으로 호주를 다녀왔다. 옵션과 쇼핑의 대한 불만은 여전했지만, 초저가 상품으로 여행을 가며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사 관계자는 “랜드사와의 관계에서 여행사의 잘못은 큰 편이지만, 여행객의 소비행태도 봐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며, “타 업체 최저가 견적을 들고 가격 흥정을 하는 경우도 많고, 여행을 갈 것 같이 얘기하고 견적서만 받아가는 경우가 많아 특화 상품 견적이 줄줄 새고 있다” 전했다.
여행 상품은 여행사와 랜드사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외비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이면 같은 견적서가 저렴한 가격에 타사의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다. 이런 행태는 여행사와 랜드사의 상품 개발 의욕을 꺾는 요인이며,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저가를 선호하는 비합리적 소비 구조의 단편을 나타낸다.
문제는 여행상품의 특허 등록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상품 카피의 어디까지 표절로 삼을 것인지가 문제로 대두된다.
패키지 옵션 중 한 두 가지만 대체하고 자체개발 상품으로 광고 하는 경우, 처벌의 기준도 분명치 않고 특허를 받는다 해도 ‘특허를 받은 상품’ 으로 광고 효과만 노린 것이 대다수다.
여행사는 자사보다 저렴한 경쟁사의 견적서를 보며 가격을 절충할 수밖에 없고, 마이너스된 가격은 옵션과 쇼핑에 전가되거나 고스란히 랜드사의 투어피로 돌아간다.
마이너스 투어피로 시작한 상품에서 추가 마이너스가 발생되고, 줄어든 금액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주머니로 전가된다.
# ‘합리적’, ‘현명한’ 상품은 어디에?
A씨의 경우, 재정 상황이 비교적 나은 현지 랜드를 만났지만, 쇼핑몰과 관련된 업체는 현지 상점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보도된 호주의 여행객 쇼핑몰 감금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랜드사의 상황을 대변한다.
이 업체는 현지 쇼핑몰에서 사업 자금을 끌어왔고, 여행객을 그곳으로 밖에 보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극단적 상황이지만 호주의 많은 랜드사는 이 방법이 아니면 생존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고 사무실을 철수하고 다른 여행지의 랜드로 전향하는 업체도 늘어났다.
악순환의 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타지로 사무실을 옮긴 랜드사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대신 저가로 여행사에 입찰하게 되며, 상품도 타 여행사의 것을 표절하고 몇 가지 옵션만 바꾸는 형태를 취한다. 검증되지 않은 상품은 빡빡한 스케줄과 쇼핑몰을 전전하는 옵션 관광으로 변하고, 소비자는 강매 등에 시달리게 된다. 또, 여행사에서 인수 받은 승객 한 명당 커미션을 받고 타 랜드사로 넘기는 ‘브로커’ 역할만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일련의 일들은 ‘합리적’, ‘저렴한’ 이라는 문구로 포장된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잘못이 크다. 저렴한 ‘미끼 상품’ 없이는 문의조차 없는 것이 그 반증으로, 정직한 가격으로 운영하는 업체가 손해를 보는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인센티브 관광에서도 저가 선호 심리가 드러난다. 인센티브 관광 전문 G랜드사는 가격 경쟁을 조장하는 대기업의 행태를 본지에 투고했다.
이 업체의 경우, MICE시장이 주목을 끌기 전부터 인센티브 상품을 기획했고 많은 기업들의 투어를 진행했다. 최근 사원연수를 보낸 E사는 프로그램을 G 랜드와 대형여행사에 문의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여행사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고, 기업은 이를 빌미로 랜드사에 가격 절충을 제안했다. 랜드사는 가격을 절충할 수밖에 없었고 마이너스 투어피만 간신히 면했다.
랜드사 대표는 “가격 절충을 위해 타 여행사를 끌어들였다” 며 “프로그램과 가격의 노출은 랜드사에겐 심각한 피해인데, 특히 인센티브 관광은 그 정도가 심하다” 라고 전했다. 이 일을 계기로 대형여행사에서는 거의 같은 코스의 인센티브 상품을 출시했고, 이후 랜드사의 가격조정과 추가 금전 피해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 관광 신흥국 대상 인바운드 시장도?
한국에는 저가 덤핑 상품이 줄었다고 해도, 새롭게 조망 받는 시장의 경우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데, 업계의 정통한 D이사는 “중국 관광객의 경우 80%가 한국에 다시 방문할 생각이 없다” 고 전했다.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고 한국의 인바운드 여행사나 현지 아웃바운드 업체가 직접 모객과 송객을 하고 있다. 1인당 비용은 수 만원 안팎으로 서울 시내 숙소가 아닌, 경기도권에서도 질 낮은 모텔 등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일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궁과 쇼핑몰, 면세점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대한 내국인의 편견과 터무니없는 바가지도 한 몫을 한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찾는 종로 등지의 샵과 시장에서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가 아직도 만연해 있다. 외국인과 시장 내 가게와 음식점을 방문 했을 때, 정찰제가 아닌 10곳 중 2곳은 외국인과 내국인 가격을 다르게 제시했다. 내국인에게 5천 원을 받았던 상품을 외국인에게는 1만 원을 제시하고, 할인해주며 8천에 판매했다.
상대적으로 지리와 교통에 약한 해외 관광객의 발이 되는 택시의 요금 바가지도 문제가 됐다. 명동의 관광센터에서 근무하는 H씨는 “여전히 외국인 대상의 바가지 영업이 존재한다” 며 “심지어는 명동 내 음식점도 그런 곳이 있고, 택시도 대낮에 할증 요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고 전했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도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정부는 기존 1900억원의 시설 투자비용에서 400억의 추가 예산 지원 안을 발표했다. 중국인 방문객은 7월 19만 5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6%의 성장세를 보였고 8월에도 50.8%의 급격한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 관광객 대비 숙박 시설을 늘린다는 발표는 명절을 맞이해 몰리고 있는 방문객을 맞기에는 늦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의 수요가 많지만 리피터 창출이 없다면 이미 죽은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전했다. 실제로 방문한 중국인 상당수가 저가의 호텔과 한국인의 편견어린 시선 때문에 ‘다시 방문할 계획이 없다’ 는 답을 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취향은 변하고 시장의 모습도 변해간다. 누구의 탓도 없고, 무엇 하나 정답도 없는 지금, 소비자의 성향과 트랜드를 읽는 것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가장 큰 격동의 시기, 이후 한국 여행업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