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혹서지 대구로 떠나는 여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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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오악 중 하나, 삼국시대를 비롯해 고려, 조선시대 불교가 집대성 된 곳. 많은 수식어가 붙은 이곳은 팔공산이다. 일찍이 신라는 산악을 신격화해 호국신군으로 받드는 산악숭배사상으로 삼산 오악을 두었다. 오악은 토암산, 계룡산, 지리산, 태백산 그리고 중앙의 공산인데, 그 중 중앙 공산이 지금의 팔공산으로 통일 신라의 중심적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유적과 자연, 불교가 탄압받던 시기에도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맥을 이은 이곳은 불교 모든 형태의 사상이 모인 곳이다. 불교의 전통과 멋이 살아있는 수련의 도량이 있으니 팔공산 동화사다. 종교를 떠나 세상 시름이 버거울 때, 자연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탈속한 삶을 꿈꾸는 그대여,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팔공산이 여기로구나

팔공산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곳이다. 맑은 공기와 수려한 자연경관 그리고 편의시설들,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산(八方美山)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4시간 40여분이 걸리는 짧지 않은 여정이지만 마음속은 그저 설렌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갈 수 있는데, 동대구역 파티마 병원 앞에서 1번 급행 버스를 이용하면 45분가량 소요된다.

팔공산은 한국 불교의 총산이라 부를 수 있는 곳으로 국보와 보물 등 유적이 풍부하다.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과 군위 삼존석굴은 국보에 지정 됐으며, 보물로는 갓바위라 불리는 관봉석조여래좌상과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이 유명하다. 갓바위는 팔공산 북서쪽의 인봉, 노적봉 등 험준한 석군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뤄, 지나는 등산객과 참배객의 발을 잡는다. 수미단은 법당 정면에 상상의 산인 수미산 형태의 단을 쌓고 그 위에 불상을 모시던 대좌를 말하는데,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은 각 단에 있는 새나 동물의 배열이 특색 있고, 조각기법도 우수하다. 이렇게 잘 보존된 조선 후기작으로 더러 있긴 하지만 이 불단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불교 예술을 감상한 후에는 자연의 신선함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 대구는 혹서 지방으로 한국에서 가장 덥다는 곳이다. 산의 좋은 점이 무엇일까? 시원한 계곡과 숲에서 불어오는 초록 바람, 모든 것이 더위에 지친 당신의 심신을 안정 시켜준다. 팔공산은 해발 1193m의 높은 산으로 다양한 나무들이 살고 있다. 750m 부근 까지는 침엽수림, 950m 사이에는 침엽수림과 낙엽활엽수, 950m 이상에는 낙엽활엽수림을 볼 수 있다. 솔향은 정신을 맑게 하니, 나무에 기대어 명상에 잠기면 제법 수행하는 사람의 멋도 부려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생물도 볼 수 있는데, 청설모와 다람쥐 등은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멧토끼, 노루 등을 볼 수도 있다. 가산산성 일대에는 많은 자연석이 분포하고 있어 수석을 좋아하는 관광객에게는 자연과 수석 1석 2조의 즐거움을 준다. 환경을 위해 돌을 집어오거나 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자연 속 부처님 도량에 잠겨 보시게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화사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온 유서 깊은 사찰로, 두 가지 사찰 창건 설화가 있다. 신라 소지왕 15년 극달 화상이 창건하여 유가사라 불렀지만, 흥덕왕 7년 심지 대사가 중창할 때 오동나무가 겨울에 상서로이 꽃을 피워 동화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다른 하나는 삼국유사에 영심대사가 진표 율사에게 받은 팔간지를 팔공산서 던져 떨어진 곳에 절을 지었다는 설로, 떨어진 곳이 동화사 첨당 북쪽 우물 이라는 설이다. 두 가지 설 가운데 신라 심지대사가 중창한 시기를 사실상 창건한 시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화사는 창건뒤 현재 대가람으로 정비되기 전까지 많은 중창과 개축이 이뤄졌다. 삼국시대, 고랴 때에도 많은 중창이 있었지만, 대웅전을 비롯한 천태각 등 현존하는 당우들은 대부분 조선 영조 때 중창한 건물이다. 또, 지난 1992년 통일약사여래석조대불의 낙성을 전후해 많은 당우들이 새로 지어졌다. 숲향기와 향타는 내음이 잔잔한 이곳, 풍경소리 아래 가만히 눈을 감으면 곧 참선이고 명상이다.

“그대 아직도 속세의 미련에 심난한가? 오호, 통제라! 그대 나와 동화사 사찰 체험에 가세나”

동화사에서는 사찰체험을 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영어캠프는 매일 2시간 미국 교재로 수업을 하고 팝송 배우기, 촛불의식 등의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된다. 또, 108염주 만들기, 108배 등 극기의 시간과 물놀이 시간 등의 즐길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성인과 대학생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를 극대화 시켰다. 새벽 3시 기상과 108배, 예불 등 몸은 고되지만, 생활에 지친 직장인과 취업에 고민 중인 학생들에게 자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또, 탑돌이, 다도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준비 되어 있다.

지난 6월 26일 오전에는 주지스님 진산식이 거행되기도 했는데, 많은 언론과 각계 대표가 참석해 동화사의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진산식이란 절의 주지스님 취임 행사로 크게 열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화환 대신 물품과 후원금을 받아 저소득층 지원과 난치병 환자의 수술기금으로 사용해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숲에서 즐기는 캠핑과 드라이브

최근에는 캠핑 문화도 유행처럼 번지는데 팔공산에도 캠핑을 할 수 있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 지내겠다는 생각이라면 캠핑을 꼭 추천한다. 팔공산 자락 한켠에 자리 잡은 캠핑장은 가족단위에서부터 단체까지, 1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족들과 함께 찾아와 인기가 좋은데 캠프파이어장, 숲속마루, 배구장, 족구장 등 편의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추천하는 장소는 숲속마루다. 우거진 나무 사이 평상이 배치되어 있는데, 돗자리 한 장 깔고 누우면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푸른 햇살이 눈부시다. 조용히 책을 읽어도 좋고 낮잠을 청해도 아주 좋은 장소다. 다만, 산모기는 물리면 가렵지 않고 꽤 아프니 해충 기피제를 꼭 챙겨가자. 캠핑카가 있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조금 딱딱해도 텐트에서 자는 것을 추천한다. 야외에서도 침대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에어매트도 있으니 도저히 어렵다면 챙겨가도 좋다. 캠핑장에서는 취사도구 및 텐트는 대여를 하지 않으니 침낭과 텐트, 취사도구는 꼭 챙겨가야 한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산에서 보내면 꽤 춥기 때문에 침낭이 없다면 이불이라도 챙겨가는 것이 좋다.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야외 별미 중 최고는 바비큐가 아닐까? 버너에 구워도 좋지만 석쇠와 질 좋은 숯을 준비하면 호텔 풀 사이드 부럽지 않은 맛 좋은 바비큐를 먹을 수 있다. 등산용품점에도 여러 도구를 팔지만 요즘에는 캠핑용품 전문점도 있으니 이용해 보자. 잘 여물은 옥수수, 돼지고기, 가지와 양파 등은 간단히 손질만 해둔 재료를 준비하고, 옥수수와 야채는 꼬치에 꿰어 석쇠에 올리면 금방 먹을 수 있다. 고기 부위는 목살이 좋은데, 삼겹살은 얇아서 불에 타기 쉽다.(삼겹살은 석쇠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불쇼를 관람 할 수도 있다, 물론 좋은 의미의 불쇼는 아니다) 정육점에서 주문 할 때는, 꼭 두툼하게 썰어달라고 해야 한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고기를 구워도 된다. 숯은 화력이 높고 지속성이 좋아서 레어나 미듐 정도의 고기를 굽기 알맞다. 센 화력은 고기의 겉은 바싹 익혀주고 속은 은근히 익히기 때문에 육즙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

대구 팔공산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벚꽃이 터널을 이뤄 장관이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한 지인이 남산과 강화의 드라이브 코스가 아름답다 칭송이 자자했지만, 기자의 대구 드라이브 코스 추천 이후 서울에서 대구로 몇 개월마다 가는 기이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사과와 복숭아, 자두 등 과일과 송이버섯도 유명한데, 가게에 들러서 사지 말고 길가의 할머니에게 사는 것이 양도 많고 맛도 좋다. 송이는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 할머니를 찾아서라도 꼭 사가야 하는데, 고기와 함께 구워도 좋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맛과 향이 훌륭하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캠핑으로 뻐근해진 몸을 주변 온천에서 쉬어도 훌륭하다. 팔공산 온천은 동화사 매표소 기준, 팔공산공원 방향으로 우회전하고 왼편 달성식당이 보이면 직진 우회전 하면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찜질방도 있고, 작지만 야외 온천도 있으니 4계절 온천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특급 호텔은 아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스파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자연 안에서 맑은 공기와 즐기는 온천은 몸과 맘의 묵은 때를 벗겨내기 안성맞춤!

팔공산은 대구 시민이 여름만 되면 트렁크에 돗자리를 챙겨 가는 곳이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누리는 호사스러움. 올 여름, 대구 시민 뿐 아닌 한국인이 즐기는 팔공산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