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강태공 [12] 계방산 편
빛이 아름다운 날…!
계방의 하늘 안고 하아얀 사랑속에서
파아란 그리움.
계방산, 남한에서 5번 째로 높은 산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산이다.
처음 산을 배우기 시작한 10년 전 즈음, 그냥 산을 다닐 게 아니라 산을 높은 순서로 다 오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계방산을 알게 되었고 그 시점이 연말연시여서 1월1일 첫 일출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산을 혼자 차를 끌고 새벽 2시30분에 집을 나서서 계방산을 한 바퀴 돌고 집에 오니 오후 2시로 11시간 30분 만에 산행과 운전을 다 끝낸 기억이 특별한 산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이후 해마다 겨울이면 계방산을 찾는다. 여름에 다시 온다 하고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하지만 한 번도 그러지 못한 산 역시 계방산이다.
대한민국에서 상고대를 포함한 겨울 풍경이 제일 아름다운 산을 꼽으라면 태백산, 계방산, 남덕유산, 덕유산, 민주지산, 소백산 정도일 것이다. 물론 계절과 강설과 습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처럼 눈이 적게 내리고 온난한 겨울에는 산행을 하는 시간에 따라 상고대를 볼 수 도 있고 늦게 오르면 전혀 신기루처럼 날아간 상고대에 허한 마음으로 돌아 올 수도 있다.
매 번 출발과 시작을 운두령에서 시작해서 원점회귀를 주로 했으나 이번에는 운두령을 들머리로 잡고 아랫삼거리를 날머리로 잡는 코스를 택했다.
계방산은 운두령~쉼터~계방산~밧줄지대~아랫삼거리로 내려오는 비교적 짧은 10.6km의 코스와 전체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운두령~쉼터~계방산~주목군락~옹달샘~제2,1야영장 아랫삼거리로 내려오는 13.6km의 전체 원점회귀 코스가 있다. 시간상으로 본다면 5, 6시간 정도로 소요된다고 보면 여유와 사진 촬영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긴 코스로 내려오는 길에는 이승복기념관이 있어 잠시 과거로 돌아가는 즐거움과 아직도 갈등 중인 가슴 시린 반공을 더듬어 볼 기회도 있다.
운두령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산행객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 같은 따뜻한 날씨가 예고된 날은 늦게 오르면 상고대가 다 사라질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운두령에서의 출발은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10여 분 정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다음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타게 되기 때문에 그다지 힘든 산행은 아니다.
운두령의 높이가 1,089미터이고 계방산이 1,577미터이기 때문에 488미터의 낮은 산을 오르듯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상고대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계방산은 많은 이들이 찾는 산이기 때문에 조금 만 시간을 지체해서 도착한다면 시장 통 같은 주차 전쟁과 많은 이들의 꽁무니를 따라 산행 시간이 예상보다 한 두 시간 지체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능선 길을 따라 1시간 20분 정도를 올라가면 다소 가파른 길을 10여분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계방산 정상은 상고대뿐만 아니라 시야가 아주 넓어 웅장함과 세밀한 아름다움까지 동시에 선사하는 그런 봉우리다.
정상에서 멋진 사진을 담고 더없이 넓은 풍광을 즐기고 나면 작은 선택이 남아 있다.
체력에 따라 아랫삼거리로 바로 하산하는 코스와 주목군락을 보고 하산하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사실 산행을 하는 거리는 약 5KM로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주목군락과 이승복 기념관을 지나서 가는 코스는 산행이 끝나고 약2.7KM의 포장도로를 걸어서 아랫삼거리까지 가야 하는 산행막바지의 지겨움과 싸워야 한다. 평소에 산행을 자주하는 주말 산행객이라면 그리 걱정하지 말고 긴 코스를 통해 주목군락지와 옹달샘 그리고 이승복 기념관을 구경하면서 가는 것이 더 많은 추억을 담는 산행로라고 생각한다.
짧은 코스는 능선 길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약 5KM의 길이 자칫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야 없는 산길이 비슷비슷하게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비해 긴 코스는 약 2KM의 주목군락지와 옹달샘 구간을 지나면 노동계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조로움은 덜할 수 있다.
특히 겨울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는 긴 코스를 통해 높은 산과 더불어 시원한 깊은 계곡에 발 담는 즐거움을 누려보기를 권한다.
아랫삼거리는 대형버스를 위주로 한 큰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어 산행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겨울철에는 전국각지에서 몰려 든 버스들로 주변 도로까지 훑어야 내가 타고 온 버스를 찾을 수도 있다.
그렇게 총 5~6시간의 아름다운 상고대와 설경을 즐긴 산행은 끝이 났다.
이토록 쉽게도 오르고 느낌 좋은 산 그리 많지 않다.
상고대와 많은 눈이 주는 산행의 즐거움은 겨울이 지나면 다시 오는 겨울을 맞을 때까지 가슴속에서 추억이 된다. 담아 둔 사진은 기쁨이 되고……
늘 다짐을 하면서 실행하지는 못하는 여름 계방산 산행 2015년에는 꼭 하고야 말겠다는 기분 좋은 다짐을 하면서 저 멀리 계방산을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