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메르스 공포 미연에 방지하려면, 해외여행시 감염병 주의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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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원 = 정현철 기자 )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7~8 월이면 외국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외국여행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귀국하지만 , 잘못하면 감염병에 전염돼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잊지 못할 악몽을 남길 수 있다 .

한달 넘게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 (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 공포는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68 세 남성 한 명 때문에 시작됐다 . 이 여행자는 귀국한 이후 메르스 증상인 기침 , 재채기 , 호흡곤란이 발생했지만 그것이 메르스 증상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다 . 특히 지난달 20 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메르스 감염을 확진받을 때까지도 그가 사우디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 그는 본인 출입국 기록을 보여줄 때까지 메르스 확산 지역을 여행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 아직도 그의 여행 행적이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 만약 그가 처음부터 사우디 방문 사실을 알렸더라면 , 그리고 첫 병원에서 메르스를 의심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의 메르스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질병 확산도 이제 국경이 사라졌다 . 메르스처럼 한 사람의 실수로 국가 경제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끼치고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

여행지는 낯선 곳이다 . 먹는 물과 음식이 다르고 , 마주치는 동물과 식물이 이색적이다 . 신기하고 호기심이 든다고 함부로 만지거나 밀접하게 접촉했다간 제 2, 제 3 의 감염병을 대한민국에 선물 (?) 할 수 있다 .

외국여행객은 2010 년 1248 만명에서 지난해 1607 만명으로 5 년 사이 359 만명 늘었지만 국외 감염 관리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 .

귀국할 때 검역설문과 적외선 발열검사를 하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외국 현지에서 개인 위생을 철저히 준수하고 감염병에 주의해야 한다 . 특히 일주일 이상 위생 상태가 나쁜 곳에서 체류하거나 배낭여행 또는 도보여행을 계획한다면 건강관리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 메르스로 온 국민이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시민의식과 시스템이라면 더 큰 위험을 부르는 전초전이 될 수 있다 " 고 경고한다 .

감염병 예방은 출국 전부터 시작된다 . 가능하면 한 달 전에 병원을 방문해 건강 관련 상담을 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 여행기간 중 이동하는 비행기 실내 ( 기내 ) 뿐만 아니라 현지 버스나 기차에서도 전염병 감염에 조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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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유럽 노선과 같은 장거리 비행기를 타면 12~13 시간 이상 수백 명이 밀폐된 공간에서 지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 높은 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 실내는 정상 습도에 비해 20% 도 안 되는 매우 건조한 상태여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 수많은 승객이 같은 화장실과 세면대를 사용하고 만약 의심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게 되면 분무기를 뿌리는 것처럼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될 수 있다 .

따라서 전문가들은 항공사가 승객들을 대상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반드시 티슈로 가리고 하고 티슈는 반드시 휴지통에 버리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또한 승무원들도 기내 화장실과 세면대 위생 상태를 자주 점검해 감염 환자 타액이나 분비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기내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손을 깨끗이 씻고 사람들과 신체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 . 기내에서 이동할 때도 승객들 좌석 손받침대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

또한 화장실 수도꼭지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를 손으로 만지고 입이나 눈을 만지면 곧바로 감염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감기 환자가 앞뒤 좌우 어떤 방향이든 세 번째 좌석 내에 앉아서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한다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여행지에서도 비누나 손소독제로 자주 깨끗이 씻어야 한다 . 특히 감염병 위험 지역으로 알려진 중동에서는 낙타를 만지거나 익히지 않은 낙타 우유를 마시면 안 된다 .

외국에서 주로 감염되는 홍역 , 뎅기열 , 말라리아는 상담과 예방접종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홍역 감염자는 470 명 , 뎅기열은 164 명 , 말라리아는 642 명으로 보고됐다 . 호흡기를 통해서 전파되는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인 홍역은 백신 개발 이후 발생이 현저히 줄었지만 , 개도국에서는 아직도 흔히 발생한다 .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강하다 . 홍역에 걸리면 발열 , 발진 , 기침 , 콧물 , 결막염 , 질병 특유의 점막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설사 , 중이염 , 폐렴 , 급성뇌염 등 합병증을 동반하고 사망하기도 한다 . 한 번 걸린 후 회복하면 평생 면역을 얻게 돼 다시 걸리지 않는다 .

전체 홍역환자 470 명 중 407 명은 외국에서 홍역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와 2 차 감염에 의해 전파된 사례였다 . 이처럼 외국에서 감염병을 얻게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 건강마저 위협할 수 있다 . 홍역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채 질병에 노출됐을 때 감염될 확률이 90% 에 달해 외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 설사는 세계적으로 1000 만명 이상이 겪을 만큼 흔한 감염성 질환이다 . 주로 감염된 물을 모르고 마시면 다양한 바이러스와 기생충에 감염돼 발생한다 . 하루 4~5 차례 걸쳐 수양성 설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며 구토나 발열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

홍경욱 한림대 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비누나 알코올이 포함된 세척젤로 손을 씻고 , 생수나 끓인 물 , 캔에 든 음료를 마시는 게 좋으며 수돗물이나 얼음은 먹지 말아야 한다 " 며 " 음식은 완전히 익힌 것만 먹고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피하라 " 고 조언한다 . A 형 간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을 마시고 발생할 수 있다 . 증상으로는 피로감이나 구토 , 식욕부진 , 발열과 함께 황달 징후가 나타난다 . A 형 간염은 백신이 개발돼 있어 항체가 없는 사람이라면 예방접종만으로도 감염을 피할 수 있다 .

장티푸스 역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 장티푸스에 걸리면 발열 , 오한 , 두통과 함께 구토 ,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나타난다 . 발병 첫주에는 발열로 인해 체온이 서서히 상승하며 , 둘째주에는 복통과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 장티푸스도 경구용과 주사용 백신이 있으므로 위험성이 있으면 예방접종을 하도록 한다 . 감염됐을 때는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10~20% 에 이를 수 있다 .

말라리아는 매년 108 개국 정도에서 30 억명 이상이 감염되고 이 중 거의 100 만명이 사망하는 질환이다 .

말라리아 초기 증상은 독감처럼 시작해 고열 , 오한 , 두통과 함께 구토 , 설사 등이 발생한다 .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하려면 방문 지역 말라리아 내성 패턴 , 여행기간 , 여행 행태 , 숙소 , 현재 복용 중인 다른 약제 , 개인 건강 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예방약 복용 여부와 선택 약물을 결정해야 한다 . 또 여행 일주일 전부터 복용이 필요한 약제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여행 일주일 전에는 감염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여행 중이거나 여행을 한 후 열흘 이내에 38 도 이상 고열과 기침을 동반한 급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현지 · 공항검역소 ( 입국 당시 ), 국내 의료기관 , 보건소를 방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