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o”Story] (2) 스카이다이빙 중 땅 위의 개미가 보이면 너는 이미 늦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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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철가방 같은 실내에 휘발유냄새가 진동한다 . 맨 앞 조종석 외엔 의자도 없고 , 그냥 철판바닥에 철퍼덕 앉아 안전벨트를 형식상 허리에 두른다 . 비행기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툴툴거리는 엔진과 요란한 프로펠러의 진동이 그대로 기체바닥 타고 몸으로 전달된다 . 경험 많은 이들은 실없는 농담과 노래를 하며 긴장감을 풀지만 초보자들은 여전히 긴장된 눈으로 어설픈 미소를 만든다 .
10 여분 후 점프마스터가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착지 지역을 확인하니 점프고도 약 5,000m 가까이 된 모양이다 . 찬 바람이 확 밀려 들어와 점프복 속 사타구니 솜털까지 곤두세운다 . 사람들은 엉거주춤 일어나 먼지를 털며 긴장도 같이 털어낸다 . 등에 멘 낙하산을 서로가 마지막으로 점검해준다 . 헬멧의 턱 끈을 한번 더 조이고 방풍안경에 침을 문질러 서리를 없앤다 . 담배필터나 귀마개로 두 귀를 틀어막고 하품하듯 입을 크게 벌려 기압으로 막힌 귀를 뚫자 갑자기 소음이 크게 들린다 .
점프마스터의 수신호로 망설임 없이 앞서 밖으로 뛰어나간 동료는 곧 저 밑으로 까마득해진다 . 줄어든 중량과 기압차이로 비행기는 파도를 탄다 . 손바닥이 땀에 젖고 심장은 빠르게 쿵쾅거린다 . 세찬바람과 소음이 내 몸을 마구 흔들어 댄다 . 한 명씩 나갈 때마다 그 무게에 비행기는 조금씩 흔들리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뛰어내리는 사람은 마구 흔들리는 기체에서 이탈해야 되는 두려움이 배가 된다 .
출구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디면 쏴 ~ 악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몸이 순식간에 기체 밖으로 빨려나가 공중으로 던져진다 . 난 종종 마지막으로 점프하며 이런 공포를 즐겼다 . 갑자기 다가 온 세찬 소나기바람과 뒤엉켰다 . 안정된 자세라면 복부가 지상을 향해야 되는데 , 내 복부는 하늘을 보고 있다 . 안전을 위해 동료들과 수신호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 몇 초 후 자세는 안정됐으나 나보다 늦은 속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얼굴을 따갑게 때린다 .
시속 약 200km 의 속도로 낙하하니 공기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거칠게 당긴다 . 저 건너 우리가 뛰어내린 비행기가 조그맣게 보인다 . 어쩌다 보니 고도계의 바늘은 빠르게 약 600m 를 지나간다 . 고장 난 게 아니라면 600m 바로 아래는 땅바닥이란 말이다 . 지상의 건물들과 움직이는 자동차들이 서서히 자세히 보인다 . 조그만 파일럿낙하산을 힘차게 빼 던졌다 . 곧 낙하산이 펴지며 하네스에 고정된 몸이 세차게 위로 끌어 올려진다 . 바람에 꼬였는지 완전하게 안 펴진 낙하산이 불안하다 . 비상낙하산을 펴기엔 고도가 너무 낮다 . 멀리 여러 색의 낙하산들이 보인다 . 곧 땅이 갑자기 급하게 솟구쳐 오르더니 내 몸을 휘갈긴다 . 박수와 환호가 들린다 . 앞서 착지한 동료는 넋이 나가있다 . 곧 , 먹구름과 소나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또 강렬한 햇살과 파란하늘에 낙하산들이 점처럼 보인다 . ‘ 스카이다이빙 중 땅 위의 개미가 보이면 너는 이미 늦었다 ’ 란 서늘한 농담이 생각난다.
1797 년 프랑스의 가네린 (A . Ganerin) 이 직접 만든 낙하산으로 열기구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안전하게 착지한 것이 최초다 . 그 이후 진화를 거듭해 1950 년 한국전쟁 당시 이미 외국에서는 새로운 스포츠로 소개되었다 . 원래 낙하산의 목적은 열기구나 비행기고장 시 조종사들의 탈출수단 또는 다수의 군인들을 짧은 시간 안에 적진 한가운데로 침투시키는 수단이었다 . 민간인들이 레저스포츠로 즐기는 스카이다이빙도 원래 군 특수부대원들 , 산불 등을 진화하는 특수소방대원 등의 이동훈련이었다 .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보통 비행기 , 열기구 , 헬리콥터를 이용하며 5~100 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기체 좌우 , 후미 등 이탈출구도 각각이다 .
일반적으로 원형인 군용낙하산을 이용하는 400m 이하 공수강하 시는 가슴에 , 네모난 낙하산을 사용하는 1,000~5,000m 이상의 고공강하 HALO 시는 등에 비상낙하산을 착용한다 . 고공강하 시 , 안전을 위해 자동산개장치 AAD 라는 작지만 꽤 비싼 장비는 미리 맞춰놓은 고도를 지나칠 경우 주낙하산이 자동으로 펴지게 한다 . 또 , 정해진 고도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리는 작은 장비를 헬멧 귀 쪽에 장착하고 , 손등 또는 가슴에 시계모양의 고도계도 찬다 . 고도 약 3,000~5,500m 높이로 날고 있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140km 속도로 낙하한다 . 그러나 , 거꾸로 서거나 머리를 아래로 향하면 곧 가속도가 붙어 시속 190~300km 로 약 40~70 초 자유낙하 할 수 있다 .


그 동안 서로 팔 다리를 잡고 움직이며 여러 모양도 만들고 앞뒤로 돌기 등 묘기를 부린다 . 보통 50m 하강하는데 1 초가 걸린다 . 지상 600~900m 상공에서 조그만 파일럿낙하산을 공중에 던지면 그 끝에 연결된 주낙하산이 등의 하네스 팩에서 빠져 나와 펴진다 . 그 후 시속 15~30km 의 속도로 하강하며 , 몇 분 후 지상으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 낙하산은 몸무게에 따라 크기가 나누어 진다 . 낙하산을 펴고 더 짜릿한 하강속도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몸무게보다 작은 낙하산을 이용한다 . 활공과 회전속도가 더 빠르지만 위험성도 늘어난다 . 스카이다이빙도 자격증이 있어야 세계 어디서든지 인정받고 즐길 수 있다 . 10 회 이상 점프하고 , 필기시험도 합격하고 , 직접 사용할 주낙하산을 접어 하네스 팩에 넣을 수 있어야 기본자격증을 준다 . 점프할 때마다 개인일지에 장소 , 기구 , 고도 , 시간 등과 증인의 서명을 받아 기록한다 .
스카이다이빙 Skydiving! 단어 그대로 공중에서 자유낙하를 즐기다가 낙하산을 펴고 안전하게 지상으로 착지하는 레저스포츠다 . 주말이면 종종 아침 일찍 친구들과 스카이다이빙 센터로 달렸다 . 멀리 하늘에서 각양각색의 낙하산들이 펴지며 공기마찰음이 들리면 곧 이정표가 보인다 . 스카이다이버들은 종교 , 인종과 관계없이 금방 친해지고 , 새로운 장비와 행사 , 사고 등 서로가 알고 있는 새로운 소식을 교환한다 . 대부분 스카이다이빙센터는 경비행기들과 민간공항활주로를 같이 이용한다 . 그러나 스카이다이버들과 경비행기조종사들은 서로를 썩 환영하지 않는다 . 이유는 간단하다 . 낙하산들이 다 착지할 때까지 경비행기는 활주로에 대기하고 , 훈련기들이 하늘에 떠 있으면 잠시 스카이다이빙이 중단된다 . 서로 엉키니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 일반적으로 하네스 팩 , 주낙하산 , 비상낙하산 , 헬멧 , 낙하복 , 고도계 및 기타 안전장비 등으로 비용이 보통 약 2,000 만원이상 든다 . 보통 1 회 비용은 약 10 만원 ~20 만원으로 비행기종류 , 낙하 고도 등에 따라 다르다 . 그래서 , 스카이다이버들 사이엔 ‘ 낙하 횟수가 많을수록 사고확률과 이혼이 가까워진다 ’ 는 말이 있다 .
스카이다이빙카메라맨은 헬멧 또는 신체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낙하하기에 최소 400 회 이상 경력자만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 대회나 광고 , 영화촬영 시 , 헬멧과 몸에 캠코더를 몇 개씩 장착한 카메라맨을 볼 수도 있다 . 그래서 카메라맨들은 낙하속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팔과 옆구리 사이에 지느러미모양의 탈 부착이 가능한 특별한 낙하복을 입는다 . 친한 호주친구인 스카이다이빙카메라맨은 1991 년 호주에서 세계최초로 ‘ 스카이 서핑 (Sky Surfing)’ 코카콜라 TV 광고로 상도 받고 유명해졌다 .
테스트 다이버란 직업도 있다 . 이들은 신제품이 개발되면 직접 메고 낙하하며 상태나 특성 , 환경 등을 실험하는 사람들이다 . 이들은 보통 주낙하산 , 비상낙하산 , 그리고 실험용 낙하산을 멘다 . 하늘에서 실험용 낙하산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주낙하산을 핀다 . 그러나 , 실험용과 주낙하산이 엉켜 비상낙하산으로 겨우 착지 하는 것도 본 적 있다 . 대부분 낙하산제조회사에 근무하거나 경력 많은 사람들이고 위험한 일인만큼 보수도 높다 . 팩커 (Packer) 는 비상낙하산 등을 접을 수 있는 자격 있는 사람들이고 , 리거 (Rigger) 는 장비를 보수 , 정비하는 전문가들이다 .

진귀한 체험으로 삼고 싶거나 생일축하 등 기념으로 텐덤 (Tandem)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 탠덤 다이빙은 낙하산을 멘 전문강사 앞에 연결된 초보자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약 50 초간 자유낙하를 경험하고 낙하산을 펴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이다 . 1 회 점프 , 비디오 / 사진 , 수료증 등 30~40 만원 정도다 . 대다수 스카이다이빙센터들은 주말 저녁엔 항상 술 파티가 벌어져 시끄러운 음악과 술에 푹 젖은 남녀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장난기 있는 스카이다이버들은 호기심에 구경 온 아가씨들에게 나체로 탠덤 다이빙하면 무료라며 꼬드긴다 . 여자들은 술김에 남들이 자고 있을 새벽 첫 비행기에 몰래 타기로 약속한다 . 다음날 이른 아침 , 요란하게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에 잠이 깨면 막 날라 오르는 비행기가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

조금 후 , 스피커로 ‘ 신사숙녀 여러분 , 아가씨들의 누드를 놓치지 마라 ’ 는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 술이 덜 깬 남녀들은 기다렸다는 듯 숙소에서 나와 눈을 비비며 왁자지껄 활주로 잔디밭으로 모여든다 . 먼 하늘을 올려다보면 손톱보다 작은 여러 색의 낙하산들이 펴지며 곧 공기 가르는 소음을 토해낸다 . 몇 분 후 , 전문강사와 나체아가씨들이 땅과 가까워져 오면 카메라든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든다 . 앞사람은 두 다리를 들어 뒤쪽의 마스터가 두 발로 균형 잡고 착지하게 도와야 한다 . 다리를 들면 안전벨트 때문에 벌어진다 . 남녀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착지한 아가씨들은 큰 타월로 몸을 가리고 숙소로 뛰어들어간다 . 조금 후 다 같이 모여 낄낄거리며 나체스카이다이빙비디오를 본다 .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또 하나의 이유다 .

처음 낙하산 타다 죽는 사람도 있고 , 10,000 번 넘게 뛰어내렸어도 멀쩡한 사람도 있다 . 그러나 , 불행히도 사고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 초보자 , 경험자 , 또 전문가도 운명을 피할 수 없다 . 사고확률이 낮다지만 유명한 스카이다이버들이 자신의 직업인 스카이다이빙 중에 목숨을 잃는다 . 대표적으로 1994, 95 년 스카이 서핑 세계챔피언 미국 럽 해리스 (Rob Harris) 는 청량음료 ‘ 마운틴 듀 (Mountain Dew 007)’ 시리즈 광고를 찍다가 낙하산고장으로 죽었다 . 스카이 서핑은 공중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스카이다이빙기술이다 . 동료들은 29 살로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를 추모하는 재단을 만들었다 . 또 , ‘ 리복 스카이 서핑 (Reebok Sky Surfing)’ 광고로 유명한 프랑스 기야동도 결국 미국 하와이 하늘에서 38 년 인생을 마감했다 . 날개 달린 새로운 낙하복을 입고 실험 중이었다 . 그는 스카이 서핑과 날개 달린 낙하복 개발자 중 한 사람이었다 .


좀 더 극단적인 공포를 원하는 사람들은 낙하산 없이 점프한다 . 워낙 위험한 행위라 프랑스 등 유럽 몇 나라 외엔 엄격히 불법이다 . 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동료가 전달한 낙하산을 자신에 연결한 후 펴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이다 . 프랑스 한 스턴트맨은 몇 번의 성공에 고무되어 , 이번엔 낙하산을 가진 동료와 서로 다른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으나 구름 속에서 동료와 만나지 못해 결국 떨어져 죽었다 . 그 상황은 비디오로 생생하게 남겨져 있다 . 가끔 스카이다이버들이 자살의 한 방법으로 스카이다이빙을 선택하기도 한다 . 가끔 스카이다이버들이 낙하산을 펴지 않고 떨어져 죽었는데 나중에 보니 가슴속에서 유서가 발견되기도 한다 . 스카이다이버가 죽으면 유언에 따라 화장한 후 동료들이 하늘에서 스카이다이빙으로 큰 원을 만들며 그 재를 공중에 뿌리기도 한다 . 위험하게 보이는 레저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율은 추측보다 매우 적다 . 전세계에서 매년 평균 37 명이 스카이다이빙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 약 200 여 개의 스카이다이빙센터에서 5,000,000 번 점프하니 사고수치는 1/1,000 점프 정도로 0.0075% 에 불과하다 .
2014 년 10 월 24 일 스카이다이빙 세계신기록이 깨졌다 .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구글 (Google) 사 부회장 앨런 유스터스 (Alan Eustace) 가 특수복을 입고 대형 헬륨풍선으로 2 시간 올라가 고도 41km 상공에서 고리를 끊고서 낙하해서 4 분 27 초 만에 지상에 안착했다 . 당시 평균 낙하속도는 시속 1,300km 였다 . 신기록도전은 극비였고 성공한 후 공개되었다 . 지난 기록은 2012 년 오스트리아 스카이다이빙 스턴트맨 바움가트너 (Baumgartner) 의 고도 39km 였다 .
스카이다이빙을 안 해본 사람들은 묻는다 . 어차피 땅으로 떨어질 거 왜 그 높은 곳까지 돈 주고 올라가서 뛰어내리냐 고 . 그들은 모른다 , 낙하 중 지면이 끌어당기는 중력과 증가되는 가속도의 짜릿함 ,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의 중독성을 ……

( 미국소재 비영리 외신번역전문 언론기관 NewsPro 의 ‘ 마초의 잡설 ’ 에서 일부 발췌 )
사진| Machobat, Skydive Dub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