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특집]별빛 풍경에 취한 밤, ‘반딧불 투어’ – 보홀 에코투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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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풍경에 취한 밤 , ‘ 반딧불 투어 ’ – 보홀 에코투어 (1)
필리핀 세부에서 배를 타고 두시간을 가면 아름다운 섬, '보홀'을 만난다. 청정자연과 따뜻한 미소의 사람들이 그 곳에 있다.

낯선 외지에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특히 여행자의 신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 대부분의 여행지는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본래의 색깔을 잃기 마련이고 , 무채색 ( 無彩色 ) 의 ‘ 관광지 ’ 로 . 결국은 탐욕과 퇴색된 유명세만이 남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진 ‘ 뻔한 관광지 ’ 에 질린 여행자들 사이에서 ‘ 에코 투어 (Ecotour)’ 가 요즘 뜨고 있다 .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는 , 말 그대로 ‘ 생태 관광 ’ 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
‘ 에코투어 ’. 말만 들어서는 저 ~ 멀리 록키산맥이나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올리겠지만 ,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었다 . 비행기로 4 시간 정도면 닿는 필리핀 . 그 중에서도 하루에도 여러차례 직항편이 있는 세부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 보홀 섬 ’ 이다 .

밤이 되어야 빛나는 보석같은 시간 – 반딧불 투어
보홀 . 그 중에서도 리조트가 밀집된 ‘ 팡라오 섬 ’ 에서 출발한 자동차는 정처없이 밤 길을 헤맸다 . 시내를 벗어나 그나마 띄엄 띄엄 있던 가로등 사이의 간격이 점차 멀어지더니 급기야 캄캄한 어둠 속이다 .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위협적으로 느껴질쯤 , 이 인근에서는 가장 밝은 네온사인이 바짝 쫄아있던 가슴을 녹여준다 . ‘ 웰컴 투 리오 베르데 플로팅 레스토랑 ’.
명색이 ‘ 수상 식당 ’ 임에도 음식 냄새는 커녕 먹을 만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 . “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라고 말하고 사라져버린 종업원만 봐도 일반적인 식당은 결코 아니었다 . 밤 늦은 시간 . 이곳을 찾은 진짜 목적은 사실 다른 것에 있었다 . 곧이어 다가온 원형 나무 보트로 옮겨 타는 것을 시작으로 ‘ 반딧불 투어 ’ 가 시작됐다 . 저녁식사마저 제쳐두고 이 곳에 와야만 했던 ‘ 진짜 이유 ’ 였다 .

선착장에서 멀어지기 무섭게 그나마 남아 있던 불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 명암의 차이만 존재하는 진한 어둠의 공간 . 아주 잠시 잃었던 시력이 되돌아오자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광경에 ‘ 헉 ’ 소리를 내질렀다 .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 하늘 구석구석 촘촘히 박힌 별들과 스산하게 불어오는 강바람 ,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숨죽인 고요 앞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 ‘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별이 하늘에 박혀 있는 걸까 ?’ 싶을 만큼 , 별 빛 아래를 느리게 유영하던 나무보트가 멈춰선 자리 . 선장이 가르키는 방향에 또 하나의 비현실이 깜빡이고 있었다 .

그것은 어떠한 글과 사진으로는 절대 표현 못 할 풍경이었다 . 아마 헤밍웨이가 살아 돌아와도 , 한국 최고의 입담꾼 유재석씨가 온들 , 나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 끊임없이 점멸하는 빛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 시시각각 새로운 ‘ 빛의 선율 ’ 이 나무 줄기를 타고 움직이기를 반복하는 , 일종의 군무였다 . 그 모습을 눈으로만 보기엔 영 아쉬워 카메라를 꺼냈지만 ,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 카메라의 구닥다리 눈으로는 절대로 담아낼 수 없는 풍경인데다 이미지 파일로 박제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에 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작은 생명들이 만드는 ‘ 빛의 축제 ’ 는 한동안 계속됐다 . 몇 미터 전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여기 저기서 반딧불 나무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 ‘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 싶었다 .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한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는 와중에도 그 생각만큼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 수 만개의 별과 빛은 이내 의식의 흐름마저 잔잔하게 만들어줬다 . 빠른 시일 안에 보홀을 다시 찾아야 할 핑계거리가 하나 더 생겨버린 순간이었다 .
< 보홀 에코투어 2 편에서 계속 >
여행정보
보홀섬 반딧불 투어는 크게 로복강과 아바탄강에서 실시한다 . 자연 생태가 더 잘 보존 돼 있고 , 반딧불의 개체수가 많은 것은 아바탄강으로 팡라오섬의 주요 리조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쯤 걸리는 위치다 . 반딧불 투어 진행 업체는 2~3 군데가 있으며 여러명이 함께 탑승하는 ‘ 보트 투어 ’ 와 2~3 명이 함께 타는 ‘ 카약 투어 ’ 로 나뉜다 .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낭만을 원한다면 카약투어를 , 편하게 둘러보고 싶다면 보트투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 픽업이나 저녁식사 제공 등은 예약시 선택하면 된다 . 현지 날씨에 따라 투어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은 감안해야 한다 .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예약대행을 해 주기도 하니 여행전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
글 사진: 전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