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골프칼럼]’트와일라잇 골프’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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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골프'는 오후 늦게 시작하여 석양이 내릴 무렵 끝나게 된다.

남국 뉴질랜드의 여름날은 길다. 밤 9시를 넘어야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인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스포츠 중의 하나인 골프는 사계절 사랑을 받지만 비가 적고 날씨가 좋은 여름은 그야말로 최고 성수기이다.

한 여름인 12월말부터 1월까지의 기온은 낮에는 26도에서 27도, 밤에는 20도 정도이니 그다지 덥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굳이 한낮에 골프를 칠 이유는 없다.

새벽 5시만 되도 대낮같이 훤하니 새벽골프를 한 바퀴 돈 후 출근을 해도 되고 퇴근하여 간단하게 식사를 챙겨와 18홀 라운딩을 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트와일라잇 골프’는 오후 늦게 시작하여 석양과 함께 라운딩을 마치는 골프게임을 뜻한다. 오후 4시반경에 티업을 시작하여 마치는 시간은 7시 반 정도가 된다. 여름내내 계속되는 트와일라잇은 골프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목요일에 열리는 것이 보통이며 회원과 비회원 구분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9홀 경기이다.

‘트와일라잇 골프’는 우리 골프문화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특별한 이벤트이지만 참가할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과 부러움으로 지면으로나마 함께 하고자 한다.

트와일라잇에 참가하기 위해 따로 예약을 할 필요는 없다. 너무 늦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반드시 4썸일 필요는 없으며 2인이나 3인 플레이도 물론 가능하다.

비회원 참가비 20불을 내고 등록을 하니 스코어카드가 지급된다. 비회원이라 공식핸디캡이 없으므로 전에 참가한 핸디캡을 기준으로 핸디가 기재되어 있다.

마지막 조로 출발한다. 오늘은 꽤나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트와일라잇 골프에서 조바심을 낼 이유는 없다. 하루 일과는 다 끝났고 골프를 즐긴 후 시원한 맥주를 담아 넣는 일만 남았으니 무어 급할 것 있는가?

앞 조에 4썸이 막 출발했다. 70대 초중반의 회원들이지만 골프 실력은 싱글 수준이다. 프론트 나인에서는 가족이 출발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으로 보이는 계집애와 머스마도 함께 나섰다. 트와일라잇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푸르디 푸른 페어웨이를 걸으니 마냥 즐겁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로 의지하며 라운딩을 하는 모습은 부럽기 짝이없다.

첫 티샷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오늘도 밑으로 가라앉는 스윙이 나를 괴롭힐 모양이다.심지어 어프로치 샷의 미스를 세 번이나 저지른다. 첫 홀의 포인트는 0. 트와일라잇경기에서 우승을 하려면 25포인트 정도를 얻어야 한다. 자신의 핸디에 홀당 얻은 포인트를 합산하여 최종 포인트로 시상자를 선정한다.

지난번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9홀 내내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겨우 겨우 마치고 보니 그래도 19포인트를 얻었다. 이 정도면 ‘레드와인’ 한 병은 따논 당상이다.​

참가자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시상식이 준비된다.

오늘 ‘트와일라잇’에는 78명이 참석을 했다. 평상시보다는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클럽하우스가 참가자들로 가득하다.

이제 곧 시상식이 시작된다. 식당에서는 다양한 메뉴의 저녁식사를 구입할 수 있고 바에서는 맥주 위스키 칵테일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저녁식사는 12불에서 20불, 맥주 위스키는 4불 안팎이다.​

시상식에 앞서 ‘래플’이 실시된다. 래플은 복권 추첨과 마찬가지로 번호가 적힌 작은 공을 뽑는다. 3회 실시되는 래플의 당첨자는 50불에서 100불 정도의 당첨금을 받는다. 래플에 참가를 위해서는 2불을 내고 티켓을 사야한다.

래플로 시상식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한국과는 달리 시상 범위는 단순하다. 메달리스트의 시상이 우승자보다 앞선다. 회원 우승자, 비회원 우승자 그리고 니어리스트를 수상한 다음부터는 스코어 순으로 호명이 된다.

‘래플 드로우’ 2불로 구입한 티켓으로 행운을 시험해 본다.

​맥주 한잔은 9홀의 갈증을 풀기에는 넉넉지 않다. 두 잔째 맥주를 주문하는데 내 이름이 호명된다. ‘비회원 우승자’로 시상되는 기쁨을 맛본다.
트와일라잇 참가자에게는 골프공 하나일지라도 모두 상품이 지급된다. 모든 시상이 끝나고 래플이 다시 등장을 한다. 당첨자에게 50불을 지급하는 것으로 트와일라잇 경기가 모두 마감이 된다.​

클럽 프로, “크레익’은 모든 마케팅행사를 진행하며 프로샵을 운영한다. 기자와 라운딩은 벼르기만 하다 실행은 못했다. 기자의 핸디1, 크레익의 핸디는 2.37

트와일라잇에 참가하면서 갖게 되는 느낌은 부러움이다.

골프가 제대로 스포츠인 뉴질랜드에서도 트와일라잇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스포츠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수십만 평 목장의 주인 백만장자, 노령연금을 받는 8순 할머니, 직장에 갓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그들 모두는 격의 없이 서로 어울려 함께 운동하고 작은 시상품에 행복해 하고 축하하는 동네 잔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골프산업은 침체일로라고 한다. 많은 골프장들이 경영악화로 인한 적자의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와일라잇’경기는 한국골프장들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주 뉴질랜드 등 골프선진국의 골프장에서는 마케팅과 홍보를 대단히 중요시하며 마케팅의 전문가가 CEO나 GM을 맡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 마케팅 전문가들은 ‘트와일라잇’과 같은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골프장과 멤버, 멤버와 멤버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효율적이며 성공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한국골프장들에게 시급한 것은 마케팅과 홍보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 역시 빠를수록 좋다. ‘명문 코스는 돈 많은 회원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골프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트와일라잇’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엔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는다. 하늘은 어느새 별빛으로 가득해 지고 있다.

글 사진: 이한우 기자/티칭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