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데뷔 첫 우승 ‘문도엽’, 6년 무승 설움 씻었다.

KPGA 선수권대회 우승

1타차 선두 달리던 김봉섭, 18번홀서 더블보기로 좌절

한창원과 연장전 끝 두 번째 홀서 버디 '쐐기포'

75개 대회서 준우승만 2번, 첫 승으로 6년 수익 절반 거둬 'PGA CJ컵' 출전권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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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이 1일 경남 양산 에이원C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61회 KPGA 선수권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

(미디어원=이한우 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61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1일 경남 양산 에이원CC(파70·6950야드) 18번홀(파4). 1타 차 선두인 김봉섭(35·조텍코리아)이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설 때만 해도 모두 그의 1부 투어 첫 우승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클럽을 떠난 김봉섭의 티샷은 급격히 왼쪽으로 감기더니 갤러리들 사이를 뚫고 해저드로 향했다. 벌타 뒤 김봉섭의 세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역시 우승이 없어 김봉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문도엽(27)과 한창원(27·골프존)에게 기회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역사 깊은 선수권대회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려는 듯 이번엔 김봉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김봉섭은 약 3m 거리의 보기 퍼트까지 놓쳤다. 18번홀에서 열린 첫 연장전에선 문도엽과 한창원만이 서 있었다.

얄궂은 KPGA 선수권대회는 연장전에서도 쉬운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연장 첫 홀에서 문도엽의 버디 퍼트가 한참 빗나간 반면 한창원의 버디 퍼트는 홀을 반바퀴 훑고 나왔다. 결국 결과는 같은 파.

또 한 번 연장전 기회를 얻은 문도엽의 눈빛이 달라졌다. 데뷔 후 준우승만 두 번하고 올 시즌은 커트 탈락을 수차례하며 지독하게 안 풀려 은퇴까지 고려했던 그였다. 문도엽의 클럽을 떠난 공은 페어웨이 중앙에 안착했다. 그사이 한창원의 티샷은 그대로 해저드에 빠졌다. 한창원은 다시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했고 네 번째 샷에서야 그린으로 공을 보낼 수 있었다. 반면 문도엽은 여유롭게 두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였고 버디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도엽은 이날 에이원CC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접어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챘고 티샷을 물에 빠뜨린 한창원을 꺾고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3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문도엽은 투어에서도 ‘연습벌레’로 통한다. 지난 75개 대회에 나서 상금 약 3억7500만원을 벌었던 그는 이 대회 우승 한 번으로 지난 6년간 번 수익의 절반이 넘는 2억원을 손에 넣었다. 또 오는 10월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 출전권도 획득했다.

문도엽은 “우승하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막상 하니 눈물이 안 난다”며 “그동안 친한 형들(권성열, 이태희)이 우승해 나도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결국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들어 권성열(32)이 SK텔레콤오픈, 최민철(30)이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을 우승하는 등 무명들의 우승이 잇따르고 있다.

문도엽과 첫 우승컵을 놓고 다투던 한창원은 티샷 실수 한 번으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개인 통산 상금 2억원을 조금 넘게 벌던 그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받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장타왕’ 김봉섭도 우승 근처까지 갔다가 마지막 홀 실수로 또 한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는 송영한(27)과 함께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며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앞두고 KPGA 코리안투어는 에이원CC와 2027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향후 10년간 KPGA 선수권대회 개최를 약속했다. 2027년까지 이 대회는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라는 대회명을 유지한다.

자료제공: 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