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이한우 기자) 넘쳐 나는 것이 맛집이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인간이니 먹고는 살아야 겠고 이왕이면 잘 먹고 사는 것이 요즘 세대 불문 삶의 화두다. 백세 인생시대라는데 정년 퇴직은 평균수명 70세이던 당시와 같은 60세 전후, 쏟아져 나오는 퇴직자들이 어쩔 수 없이 시작하는 인생 제2막은 대략 요식업이다. 이런 상황이니 경쟁은 날로 심해질 수 밖에 없고 온라인 마케팅의 정수라는 블로그를 이용한 식당알리기가 보편화된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다. 홍보 블로그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전문블로거들의 마법같은 손을 거치면 이 집도 맛집 저집도 맛집이다. 가히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이 맛집인 시대, 맛집이 흘러넘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넘쳐나는 맛집을 보는 것은 즐겁기보다는 불편한 일이다. 수 십만개의 맛집 블로그 중에서 제대로 맛을 이야기하고 멋을 이야기하는 블로그는 만날 수 없었다. 과장되이 찍은 사진, 음식 자체가 아닌 식당의 외관과 간판에 온신경이 집중된 포스트를 들여다 볼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 상업적인 홍보 글을 쓴다 할 지라도 글 쓰는 이로써의 금도가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 허위 과장된 표현은 스스로가 하고 있는 ‘1인 미디어’의 기본 양식에 어긋나는 것이니 삼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셰프가 선망의 대상인 시대다. 셰프라면 주방장, 콩쥐보다 더한 설움을 겪어내고서야 올라갈 수 있었던 음식점 주방 최고의 자리를 지칭한다. 어려운 집안 살림 돕겠다며 학업을 포기하고 일치감치 식당의 잡일 부터 시작했던 이들이 십수년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바로 그 주방장이었다.
주방장이라 부르면 웬지 달가와 하지 않는 눈치, 조심스럽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셰프님이라 불러드려야 흐뭇할 분들 중에는 예전처럼 초년 고생 모두 겪은 분들은 많지 않다. 방송에까지 등장하는 소위 ‘스타 셰프’들 중에는 해외 유학파가 적지 않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주방장과는 다른 듯하다. 요리를 즐기고 변화하는 트렌드와 함께 하기를 원하며 자유분방해 보인다. 하지만 올드보이나 영보이나, 주방장이나 셰프나 다르지 않은 것이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요리 세계’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 그리고 ‘고객만족을 위한 최선의 시간들을 즐긴다’는 것이다.
지리산 온천으로 유명한 구례의 더케이 지리산 가족 호텔을 방문한 것은 한국외식조리사협회의 장복진이사와 유광식이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순천 완주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구례는 서울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장복진 유광식 이사와 함께 한 저녁 자리는 더케이 지리산 호텔 바로 곁의 ‘태양식당’에서 였다. 요리경력만해도 30년이 넘어서는 두분 이사님들이 두말 없이 결정한 곳이니 은근한 기대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식당이 음식파는 곳이고, 음식이 다 비슷하지 뭐 특별하겠어?
장복진 이사가 태양식당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메뉴라고 단언하는 메뉴는 흑돼지 삼겹살이다. 다 같은 돼지고지라고 쉽게 단정내릴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같은 돼지고기도 흑돼지 쪽인 육질이 더 단단하고 담백하며 식감이 좋다. 냉동육보다는 당연히 냉장육의 맛이 낫고 수입이냐 토종돼지냐에 따라서도 맛의 차이는 크다. 태양식당의 흑돼지 고기는 비주얼도 좋지만 구운 후의 육질과 씹히는 맛이 좋다. 기름장 없이 된장만 나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흑돼지로 상당한 포만감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 이 집의 별미인 산채 비빔밥을 먹어보지 않으면 섭섭하다’라며 유광식이사가 산채비빔밥을 시킨다.
산채 밥상의 얕은 사각접시에 담겨져 제공되는 산채 나물이 중심이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붉은 장미와 황코스모스, 중심을 잡듯 한자리를 차지하니 전체 이미지가 꽃밥으로 바뀐다. 힐링 나물로 알려진 쑥부쟁이 죽순 오가피순 뽕잎 말린 박, 고사리 취나물 도라지 참나물이 중심이 되고 곁반찬으로 더덕짱아찌 곰취짱아찌 홍어무침 칠게 김치 마늘쫑 머우잎대와 닭다리살 요리가 나온다. 한식에서 된장찌게가 빠질 수는 없다는 듯, 직접 담근 장으로 끓인 된장찌게가 한자리를 차지한다.
식재료는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주변 일대에서 재배되는 우리 농산물이다. 식당의 임정희 대표는 ‘식재료 고유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MSG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료의 맛을 반감 시키는 파 마늘도 사용하지 않으며 직접 짠 참기름으로 맛을 내고 있다고 “라고 말했다.
음식의 맛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재료 고유의 맛을 즐기는 필자에게 태양식당의 음식은 아주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지만 감칠 맛에 익숙해진 도회 젊은 층들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 평가를 내리는 무례를 용서한다면 태양식당의 평가는 백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주고 싶다.
글 사진: 이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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