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박영, 개관 10주년 기념 ‘십년감수’ 전 개최

파주출판단지 내 작업실 지원하며 시작 미술가 12인 작품 전시, 콘서트 연계 복합문화행사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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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승순, page (68) 162.1x130.3cm oil on linen 2018 제공; 갤러리박영

(미디어원=정인태기자)갤러리박영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10월 18일부터 ‘십년감수(十年敢守)’ 展을 개최한다.

2008년, 미술의 불모지였던 파주에 내딛은 첫걸음은 10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작가, 미술, 문화인들과 소통하며 미술문화를 폭넓게 알려온 갤러리박영의 역사를 표현한 말이다.

1952년 설립한 도서출판 박영사의 창업자, 안원옥 회장은 운보 김기창, 의재 허백련, 소전 손재향 선생들과 가까이 지내며 생활이 어려운 작가들을 후원했다. 미술가에 대한 애정을 유산으로 받은 안종만 현 회장의 특별한 숙원 사업으로 시작한 갤러리박영은 파주출판단지 내 작가 스튜디오를 지원하는 최초의 1호 갤러리가 되었다.

갤러리박영은 작가지원사업이 스튜디오박영(2008~2013, 레지던스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파주출판단지 내 미술작가들의 작업실을 지원하며 작가 성장에 초점을 맞춘 비상업적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갤러리박영의 이러한 시작으로 현재 파주출판단지와 파주 인근에는 200여명의 작가들의 스튜디오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시작이 바로 십년 전 갤러리박영이었음을 알리고자 한다.

지난 10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와 함께 성장한 스튜디오박영 1기 출신 작가인 이지현, 한지석, 김태중, 스튜디오박영2기의 김범수, 강민수, 이주형, 김진, 그리고 파주 지역 미술 발전을 확장을 도모한 양만기와 김홍식, 미래 융·복합 시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 박승순, 정영환, 배수영까지 미술가 12인의 작품을 전시한다.

스튜디오박영 이후 기업정신을 이어 박영 작가 공모전 ‘THE SHIFT 더시프트’(2013~현재)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후원 전시하며, 파주 지역의 미술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파주출판단지가 미술문화 특구로 성장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한 갤러리박영의 역사와 함께 10년의 저력과 잠재력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전시 행사 포커스

1. 갤러리박영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12인의 초대전
– 스튜디오 1기 작가: 김태중, 이지현, 한지석
– 스튜디오 2기 작가: 강민수, 김범수, 김진, 이주형
– 파주에 스튜디오를 두고 작업하는 중견작가: 양만기(with julian opie), 김홍식
– 갤러리박영이 앞으로 추구하는 새로운 장르: 박승순, 정영환, 배수영

2. 갤러리박영 10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박영소장품> 전시
‘전시 속 작은 전시’로 갤러리박영의 전시 공간 외에 전시된 박영소장품을 전시한다. 갤러리박영 내외부에서 스토리텔링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나이젤홀, 신현중, 유도영, 김범수, 김원숙, 김태호 등)

3. 박영장학문화재단 어려운 학생 장학금 후원
고학의 어려움을 아는 박영사의 안원옥 초대 회장의 뜻을 기려 ‘박영장학문화재단’에 전시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한다.

4. 복합문화행사 – 뮤직콘서트 연계
다채로운 미술작품과 어우러지는 재즈공연에 이어 플래시몹 공연이 함께하는 행사를 전시오프닝파티에 진행한다.

◇전시 기획

갤러리박영은 이번 전시 기획 단계에서 참여 작가 선정에 있어 과거와 현재 미래의 테마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과거’는 1기 스튜디오 입주 작가였던 김태중 이지현 한지석 작가와 2기 강민수 김범수 김진 이주형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 7명의 작가들은 청년작가로 초창기 갤러리박영과 함께 하였고 지금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 교수가 되었다. 이는 안종만회장이 개관초기 ‘아틀리에 프로젝트’로 작가를 돕고자 하였던 씨앗에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갤러리박영과 함께 파주지역의 미술 분야 발전을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해온 현역 작가로 양만기·김홍식 작가를 선정하였다.

공공미술작가로도 유명한 양만기는 파주출판단지 내에 본인의 스튜디오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작가 중 한명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 시장과도 활발히 교류하며 국내 미술작가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영국의 네오팝아티스트 ‘줄리안오피’와 함께 공동 작업한 작품이 소개되어 세계적인 작가와 같은 반열에서 함께 작업하는 파주의 양만기 작가를 통해 ‘한국미술’의 위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2017년 환기재단의 작가전을 마친 김홍식도 파주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테인리스강에 돋을 새긴 판화작은 응시하는 관람객의 시선, 두 피사체를 찰나의 순간으로 캡쳐해 뷰파인더에 담아낸 모든 레이어를 예술품으로 제작하였다.

‘미래’는 앞으로의 갤러리박영이 추구하게 될 융·복합 시대의 전시 장르를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한다.

미술이 과학과 산업에 함께 융화되어 표현된 폭넓은 작품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아름답게 밝힐 것이다.

박승순 지난해 패션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컬렉션과 콜라보패션쇼를 함께 한 영은미술관의 입주작가로 이번전시를 위해 흩어져 있는 ‘개별성’을 불러 모아 아름다움의 조화를 이루는 비구상적 추상작품을 선보인다.

배수영 버려진 전자제품의 회로 등을 이용한 리사이클링 공공설치미술가로 자연을 모티브로 한 오브제와 회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영환 극사실적 표현의 섬세한 푸른 산수화는 미술이 주는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하고 풍성한 미술작품의 향연이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관련사진은 웹하드(ID: pakyoung, PW: py123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여 작가별 분야 및 최종학력 소개

1. 강민수(회화): kunstakademie muenster / freie kunst, 박영스튜디오 2기 작가
2. 김범수(회화):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박영스튜디오 2기 작가
3. 김진(회화): MAFA Chelsea College of Art & Design,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박영스튜디오 2기 작가
4. 김태중(회화):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영스튜디오 1기 작가
5. 김홍식(미디어):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6. 박승순(회화): Took graduate courses Graduate of Esthetics at Université ParisⅠ, France
7. 배수영(설치): Ph.D. Candidate in Osaka university of Arts
8. 양만기(미디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9. 이주형(회화): 서울대학교 대학원
10. 이지현(설치):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영스튜디오 1기 작가
11. 정영환(회화):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12. 한지석(회화): MA Fine Art,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London, 박영스튜디오 1기 작가

◇오프닝 행사 포커스

1. 장학금 후원 행사 – <아트경매> 갤러리박영이 보여주는 전시의 클라이막스
– 내 용: 소장품 경매를 통해 판매수익금 일부를 박영문화재단 장학금 후원 기부
갤러리박영의 소장품부터 백남준의 ‘드로잉’과 ‘회화’ 작품의 경매를 통해 한국미술의 역사를 소개하고, 판매수익을 기부,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

2. 전시 연계 공연 프로그램
△배수영 작가의 재즈 LIVE
– 일시: 2018년 10월 18일(목) 18:00
– 장소: 갤러리박영 아트홀
– 내용: 윤희정 재즈 보컬리스트가 양성한 배수영 설치미술가의 재즈 공연

△ 플래시몹 MUSIC LIVE
– 뮤지션: 에스윗 – 국내 유일 청춘 색스폰 콰르텟
– 기획: 파주 포도나무예술조합

◇작가 소개

1. 강민수

강민수가 자신의 작업에 붙인 이 주제는 목가적인 전원풍경 이란 뜻이다. 현실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비현실적인 풍경이고, 일상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풍경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하나쯤 품고 있기 마련인 이상향이다. 이상향은 현실도피를 위해 마련된 가상의 공간 혹은 장소 혹은 풍경으로서 현실에 대한 부정의식 위로 싹튼다. 현실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에 힘입어 현실과는 또 다른 가상현실을 저마다의 관념으로 축조해낸 것이다. 현실로부터 도피해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든 것이란 점에서 내면에서 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본 니체의 청사진을 떠올려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사람들은 진즉에 저마다의 내면에 세상과는 또다른 세상이라는 성좌를 축조해왔다. 철인정치를 꿈꾼 플라톤의 가상제국이 그렇고,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오버랩 된, 지상낙원 위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아르카디아가 그렇고, 고귀한 야만의 비전을 열어준 낭만주의의 폐허 이미지가 그렇다.

2. 김범수

김범수의 작품은 기본재료는 영화필름이다. 유학시절 버려진 영화필름을 발견한 이후 그는 한결같이 주된 재료로서 영화필름을 사용하여 왔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연속적인 평면 이미지의 구성은 3차원의 견고한 형태감을 지닌 조각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유연함이 있다. 화려한 색채, 다양한 패턴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구체적인 형상은 2차원의 평면이 보여줄 수 있는 회화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얇고 가느다란 필름이 지닌 무한한 변형가능함을 강조하듯 치밀한 계산 아래 작품을 만들어간다. 손의 유희라고 보여질 만큼 재료는 파편화되지만 섬세하고 정밀한 수공적인 조합으로 인해 본래의 성질은 완벽히 감추어지고 작가의 작품만이 남게 된다.

3. 김진

그런가하면 작가의 그림에선 유독 창이 강조된다고 했다. 그림에서 창은 창 자체로 나타나고, 중첩된 색 층의 레이어(막과 막이, 겹과 겹이 중첩된 레이어)로 반복된다. 이와 함께 일부 그림에서는 다 그린 그림 위에 검정색 선으로 전체 화면을 재차 드로잉 하기도 하는데, 그 비정형적인 선들이 어우러져 마치 그림 위에 주렴이나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그 주렴이나 커튼을 통해 그림 안쪽 정경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열면서 닫는, 통하게 하면서 차단하는, 드러내면서 숨기는 창의 의미기능이, 그 이중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4. 김태중

김태중의 작품은 대개 화면을 꽉 채우다 못해 강박적이게 느껴질 만큼 빼곡한 도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자신을 솔직하게 담아내기 위한 작업을 한다는 작가는 머릿속에 내재한 파편적인 단상들을 가감 없이 풀어내면서 하나의 풍경을 완성시킨다. 그의 작품은 일종의 시처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붓놀림으로 감성적인 표현을 꾀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은 의외로 일련의 생각들이 내밀한 시간을 거쳐 정제되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진중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유쾌함을 조절하는 그의 위트가 돋보인다. 게다가 작가는 우리에게 나름의 이야기들을 그저 담담하게 전할 뿐 그 어떤 강요도 원치 않는다. 따라서 보는 이들은 그의 작품을 나름의 시선을 통해 시를 감상하듯 느끼면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5. 김홍식

김홍식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변화 안에 가려져있는, 또는 함몰되어가는 장소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면서 오래된 동네인 통의동이나 성북동, 중국 베이징 지역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담아낸다. 이후 산책자 김홍식은 군중에게 매혹당하게 되는 박물관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집단 안의 존재로 때론 그들과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관찰하는 산책자의 시선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이런 발걸음의 시작은 박물관시리즈 작업을 끌어내게 된다. 제도화된 특정 공간과 군중의 관계에 시선을 멈추게 하는 이 작업들은 다수에 대한 소수로서, 적극적 참여자에 대한 수동적 관조자로서의 산책자의 눈을 빌어 과거의 파편화된 기억을 불러내는 회로의 역할을 한다.

6. 박승순

작가 박승순은 사물로부터 얻어진 다양한 개념을 지녔다. 이러한 개념들 속에서 아름다움은 공간과 시간과 함께 하나하나 찾아 나선다. 참으로 개념 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어떻게 탐색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본다. 이것은 아름다움을 이상화하고 예술성에 광휘를 부여해준다. 사물에 대한 개념은 대상의 미적 감각적 내적 속성에 아름다움을 일으키는 개념이면서 개념과 현 실태의 직접적 통일을 이루고 전체적 조합을 이루려고 한다. 여기서 개념은 모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어 자유롭다.

7. 배수영

배수영의 작업은 그간 9회의 개인전을 통해서 설치미술, 공간디자인, 공공미술, 환경미술, 야외미술, 생태미술 등의 장르적 속성을 드러내며 관객의 참여와 상호 작용을 도모해 왔다. 작가/작품/관객의 만남처럼 그녀의 작업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에는 늘 관계의 항들이 맞물려 있다. 논의의 한계가 있겠으나, 그녀의 개인전에서 가시화된 주제 의식을 검토하면, ‘현실/이상, 현실/환영의 조우(遭遇)’(2006, 2008), ‘생태미술/공공미술, 자연미술/문화행동주의의 만남’(2012), ‘개인/사회, 실존/본질의 관계’(2014, 2015), ‘전통/현대, 주체/타자의 소통’(2017), ‘자연/문명, 치유/상생의 회로(回路)’(2018)와 같은 것들로 대략 정리될 수 있겠다. 특히, 올해 전시는 작가 배수영이 천착하는 작업의 몇 가지 경향들 중에서 ‘폐(廢)회로 기판’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아트 담론에 기초한 미디어아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8. 양만기

건축적 화두- ‘고립’의 전략을 통한 ‘힘의 표현’으로서의 리좀적 사유체계를 통해 본 건축에서의 불확정적 접근 모든 스타일은 ‘리좀의 원리와 체계’처럼 연결과 단절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은 정체적(停滯的)이지 않은 개체로서의 유연성과 유동성을 동반한다. 결국, 오늘날 유목주의라 불리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유 또한 실질적인 맥락에서는 ‘비정체적(非停滯的)인 정체성(正體性)’에 관한 논의로 이해될 수 있을까. 푸코가 들려주는 권력 이야기 /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내면화된 권력에 대하여 곳곳에서 행해지는 권력! 과연 우리는 그 앞에서 자유로울까?

9. 이주형

머리털이라는 소재가 가지는 물신의 환상적 구조 때문인지, 다소 어둑하게 연출된 전시장은 매혹으로 가장된 공포가 출몰하는 무대가 된다. 멀리서보면 얼룩이나 점처럼 보이는 어두운 형태(Gestalt)들은 미세한 선들로 채워진 면을 이루며, 면은 다시 굴곡진 표면과 덩어리로부터 탈주하는 외곽선들로 흐트러진다. 다양한 변곡의 계열로 이루어진 이주형의 포자(The spore) 시리즈는 무수한 선의 집적이 부피를 만들며, 내부로부터 파동 치는 힘이 발현되는 장이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서 출몰하는 것은 희열과 공포, 사랑과 욕망, 탄생과 죽음 같은 원초적 감성이다. 포자들은 엄습하는 두려움으로 쭈뼛 선 머리털로부터 기괴한 웃음을 흘리는 듯한 마스크까지 고딕적 그로테스크함으로 가득하다. 머릿속 깊은 곳으로부터 융기하여 구불거리는 털이라는 공통점만이, 변신 중인 형태들을 동질이상(同質異像)의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10. 이지현

이지현의 작품은 바스라질 것 같다. 마른 꽃 같다. 속이 상하다 못해 가장자리부터 타들어가기 시작한 시간 같다. 지우려고 했지만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인간의 기억 같다. 아니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린 나무의 기억 같다.
죽음과 부활이 나란하게, ‘소멸의 직전’이라는 커브를 목격하게 하는 이지현의 작품을 우아하다고 한다면 이 우아함의 대가는 혹독하다. 그러나 혹독하거나 지독하다고 하기에는 맺힌 곳도 욕망도 없어 아름답다. 바스러질 듯한 이 순결의 욕망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태초라고 부를 수 있을까. 비로소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11. 정영환

드러나 보이는 작가의 그림이 친근하면서 낯설다. 알만한 사물대상의 감각적 닮은꼴 그대로를 재현해놓고 있는 것이어서 친근하고, 그럼에도 실재와는 다른 청색조의 모노톤 화면(광학적인 풍경)이, 그리고 발췌되고 삭제된 풍경이 낯설다. 여기에다 작가의 풍경은 알고 보면 편집되고 재구성된 풍경이다. 편집되고 재구성된 풍경? 작가의 그림은 말하자면 보이는 대상 그대로를 그린 것이 아니다. 사진과 영화, 잡지와 인터넷과 같은 각기 다른 출처에서 유래한 풍경의 부분 이미지들을 발췌해 하나의 화면 속에 편집하고 재구성해놓은 것이다. 물론 여기에 작가가 상상으로 그린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풍경(이상적인 풍경? 이상향?)을 재현해놓고 있는 것이다.

12. 한지석

한지석의 작업실 한 벽면은 스크랩한 신문조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막 붙여놓은 듯 시사성이 있는 것도 있고, 언제 어디서 일어난 무슨 사건인지 희미한 색 바랜 조각들도 보인다. 물론 스크랩한 사건들 간의 상호관계는 발견하기 힘들다. 그는 그만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이러한 관심이 작품에 속속들이 반영되고 있는 것일까? 작가라는 존재는 사회적이든 비사회적이든 간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현실에 대한 관심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해결책을 포함하여, 현실에 대해 작가가 주장하는 메시지를 그림에서 읽으려 드는 것은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인가. 화가한테 그런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나 한지석의 작품의 출발이 신문에 실린 보도사진이나 기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장식물도 아니고, 작업에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을 작업실에 한가득 붙여 놓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보도사진들로부터 출발한 그의 작품은 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