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정혜인 기자)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이 국토의 약 60%를 차지하는 나라다. 신비스런 푸른 호수와 만년설로 덮인 높다란 산맥들이 곳곳에 자리한 나라로, 자연의 아름다움이 잘 느껴진다. 알프스 산속의 인기있는 휴양지인 인터라켄(Interlaken)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지는 곳이다.
스위스 최고의 관광지이자 알프스의 3봉인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길목이라 인터라켄은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도시다. 도시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아 2-3시간이면 웬만한 곳을 다 걸어다닐 수 있다. 특히 기차역 주위에는 호텔과 쇼핑센터, 상점, 식당들이 자리한다.
아름다운 절경으로 이름난 융프라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클라이네 샤이데크역에서 내려 톱니바퀴 등산열차(BOB)로 갈아타야 한다. 등산열차로 갈아타는 이유는 정상으로 향하는 기찻길 경사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일반 바퀴의 기차로는 미끄러져 사고가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융프라우요흐역(驛)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기차역이다. 해발 3571m의 스핑크스 전망대로 가면 융프라우 주변의 대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전망대에서는 360도 각 방향으로 알프스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스핑크스 테라스 전망대의 식당에선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인 스위스 음식도 맛볼 수 있어 좋다. 스위스 요리라고 하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퐁듀 요리다. 오래 전 만년설이 뒤덮인 알프스 산악지방은 겨울이 찾아오면 눈에 고립되는 마을이 많았다. 이 시기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치즈나 빵 등도 오랫동안 보관한 탓에 딱딱해져서 먹기 쉽지 않았다.
이 때 알프스 산에 살던 사람들은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스위스 토속음식인 퐁듀(Fondue)를 만들어 먹었다. 이처럼 퐁듀는 말라서 그냥 먹을 수는 없는 치즈를 녹여 딱딱한 빵 조각을 찍어서 먹었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어렵던 시절을 회상시키는 음식이다.
퐁듀 요리는 본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요리였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스위스 도시에 퐁듀 전문점이 있다. 퐁듀 요리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잘 알려진 것이 퐁듀 부르기뇬이다. 퐁듀 쇼콜라는 달아서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퐁듀 프로마즈는 치즈 퐁듀를 가르키는데 스위스 에멘탈이라는 치즈를 사용해 만든다.
스위스의 전통음식인 퐁듀는 냄비에 치즈와 와인을 넣어 부글부글 끊인 후 기다란 꼬챙이에 빵 조각을 꿰어 녹은 치즈에 찍어 먹는다. 이때 치즈에 빵을 찍는 기술이 부족해 빵 조각을 냄비 안에 떨어뜨리면 벌을 받는 게임도 있다. 여자가 떨어뜨리면 남자의 뺨에 키스를, 남자가 떨어뜨리면 와인을 사야 된다. 한 번도 빵을 떨어뜨리지 않은 이는 상을 받는데, 냄비 바닥에 눌러 붙은 진국의 치즈 누룽지를 먹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융프라우 산속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든 초콜렛을 먹어본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추운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맛 본 뜨거운 코코아 음료 역시 추위를 잊는데 그만이었다. 카카오 향이 가득한 코코아는 조금 쓴맛을 가지고 있지만 카카오의 독특한 맛이 혀에 닿는 감촉은 몸의 피로를 푸는데 좋았다. 원래 초콜릿의 원산지는 남부 아메리카이지만 현재의 고체 초콜릿의 종주국은 바로 스위스다. 코코아는 신대륙에서 건너와 귀족들의 음료로 자리잡았다. 코코아는 1875년 스위스의 다니엘 피터가 우유를 첨가한 밀크초콜릿을 만들면서 지금의 납작한 판 모양의 고체 초콜릿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초콜렛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알프스 지방에선 퐁듀 외에도 라클렛(Raclette) 요리가 인기있다. 이것은 지름 40cm 정도 되는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반으로 자르고 가열한 후 녹은 부분만 떠내서 삶은 감자에 발라먹는 요리다. 보통 오이피클이나 양파 같은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뢰슈티는 감자를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작게 썬 것을 프라이팬에 양면으로 알맞게 구운 감자전이다. 구운 소시지와 함께 먹으면 한결 맛이 좋다. 베르너 플라트는 요리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요리 중의 하나로 베이컨, 햄, 소시지 등과 삶은 쇠고기를 함께 담고 거기에 식초에 절인 양배추를 곁들여 먹는 요리다.
스위스의 요리는 지역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독일 · 프랑스 · 이탈리아 같은 주변 국가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특색있는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취리히나 바젤 같은 독일어권 지역은 소시지와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되어 있고, 프랑스 문화권인 제네바는 송어에 식초나 향료를 넣고 삶은 요리인 오블뢰가 인기있다.
스위스의 향토요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포도주다. 스위스에서 생산된 포도주와 함께 먹는 치즈의 맛은 일품이다. 포도주 안주로 좋은 뷴트너프라이쉬는 1-2년 동안 공기로 건조시킨 큰 쇠고기 덩어리를 얇게 썬 요리다. 간식으로 먹는 누스타트라고 하는 과자는 설탕, 호두, 벌꿀을 사용해 만들며 에스프레소 커피와 함께 먹으면 한결 맛이 부드럽다.
스위스에는 고급요리와 세심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일류 레스토랑에서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저렴한 곳까지 다양한 형태의 레스토랑이 있다. 고급 레스토랑은 일류 호텔안에 있는 것이 많으며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치즈 전문점, 요들송 등의 쇼를 볼 수 있는 레스토랑, 길드하우스, 성(城) 등 유서깊은 건축물에서 식사는 잊지못할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레스토랑의 영업 시간은 대개 11:30~14:00, 18:00~22:00이며, 역 주변의 간이 음식점에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영업한다. 미그로스(Migros)나 코프(Coop) 같은 셀프 서비스 레스토랑에선 맛있는 요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스위스에서 푸른 초원과 고산식물의 아름다움, 설산의 웅장한 모습 등을 체험하는데 가장 좋은 곳 중에는 융프라우요흐 외에도 알프스 산중에 있는 그린델발트, 벵엔 같은 아담한 도시를 손꼽는다. 그린델발트(Grindelwald)는 해발 1034m 지점에 있는 알프스 산간마을로, 관광성수기에는 수십만명이 오가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3600명 정도이다.
그린덴발트 시내에는 호텔과 스위스 전통가옥인 샬레가 도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주위에는 울창한 산림과 칼날 능선을 가진 아이거 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흰눈으로 은세계를 이룬 인터라켄과 그린덴발트에서 다정한 사람과 보낸 황홀한 시간은 치즈 퐁듀의 새콤달콤한 맛처럼 농밀한 추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스위스 ‘초콜릿 퐁뒤’ 만들기
‘초콜릿 퐁뒤’는 초콜릿을 크림과 함께 녹여 만든 부드러운 소스에 과일이나 과자를 찍어 먹는 음식이다. 초콜릿은 끓기 시작하면 바로 타는 반면 식으면 금방 굳어버리기 때문에 적당히 잘 데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이 두꺼워 은근히 끓일 수 있는 뚝배기, 도자기, 법랑 용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스레인지의 약한 불을 사용하도록 한다.
* 재료(4인분 기준)=밀크 초콜릿(덩어리 또는 일반 초콜릿) 500g, 소금기가 없는 땅콩, 호두 등의 견과류 100g, 생크림 100ml, 다양한 계절과일(딸기, 오렌지, 참외, 바나나, 멜론 등), 쿠키, 마시멜로 등
* 만드는 법= ①땅콩 호두 등의 견과류를 잘게 부순다 ②준비된 초콜릿을 잘게 부순다 ③잘게 부순 견과류와 초콜릿을 뚝배기에 잘 섞어 담는다 ④약한 불에 초콜릿을 서서히 녹인다(은근한 불의 세기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 ⑤나무주걱 등으로 천천히 저으면서 녹이도록 한다⑥생크림 등을 첨가해 진한 맛의 초콜릿 소스를 완성한다 ⑦딸기, 오렌지, 바나나 등의 계절과일은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⑧꼬치 끝에 과일을 끼우고 초콜릿에 살짝 담가 먹는다
여행정보
일년 내내 관광하기 좋지만 봄과 여름 사이에는 아름다운 꽃이 핀 들판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웅장한 설산도 보기 좋고 만년설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 대한항공에서 취리히까지 직항 노선이 운행중이다. 취리히에서 비행기나 열차로 인터라켄에 도착한다. 화폐는 스위스 프랑이며 1프랑=850~900원 선.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8시간이 늦다. 스위스에서 3개월 이내 머무르는 경우 비자가 필요없다.
사진: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