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Macho) ‘플라우 캐리(Pulau Carey)’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70km, 자동차로 1시간 정도. Pulau는 말레이어로 섬이다. 셀랑고르주(州)의 쿠알라 랑캇(Kuala Langat) 지방의 섬이지만 육지와 거의 붙어있다. ‘마 메리(Mah Meri)’는 여기에 사는 말레이시아 소수 종족 중 하나다. Mah는 사람, Meri는 정글을 뜻한다. 즉 정글 사람이란 말. 또, 가면을 쓴 종족으로도 불린다. 이슬람교 유입 전, 이들은 조상의 영령 등 모든 영혼이 자신들을 보호해준다고 믿고 숭배했다.

마 메리 인들은 원래 바다에 살았으나 해적의 약탈이 계속되자 정글로 삶의 터전을 옮겨 살며, 가면을 쓰고 잎사귀, 거미줄 등으로 부족의 흔적을 숨겼다. 이들은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사용하는 몽-크메르 언어를 사용한다. 혼령의 날인 모양(Moyang), 새벽 동이 트면 부족민들은 쪽배를 타고 강에 나가 쌀 튀밥을 물에 던져 신에게 바치며 기도한다. 남은 주민들은 기도하는 집에 음식을 바치며 악운이 사라지길 기원한다. 이때 남자들은 그 유명한 가면을 쓰고 춤을 추고, 여인네들은 나무 악기 등으로 흥을 돋운다.

손재주가 뛰어나 나뭇조각 공예품을 아주 잘 만든다. 조각에는 맹그로브 나무가 좋다. 남자들은 나무를 자르기 전에 부정을 없애기 위해 쇠로 나무를 두들겨 청량한 소리가 나는 나무만 자른다. 나무 속에 영혼이 산다고 믿기 때문에 나무를 자르기 전에 반드시 의식을 치른다. 대지에 신에게 향을 피우고, 조상신이 축복받도록 기도하며 허락을 구한다. 정교한 장식은 소원 성취와 행운을 구하는 표현으로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부적이다. ‘Spirit Carvings of the Mah Meri of Malaysia’란 책에 이들의 예술혼이 잘 나와있다.

이들의 기도 드리는 성스러운 장소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매년 2~3월 축제 때 부족민들은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고, 축제 전날부터 과일과 음료수를 바치며 신과 조상들 영혼에 기도한다. 이들은 매년 조상신이 행복, 건강, 풍요를 준다고 믿고 재물을 바치며 부족민끼리 모든 것을 나눈다. 오래전부터 맹그로브 잎을 말려 지붕을 엮고, 치마로 두르며, 벗긴 나무 속껍질을 무두질해서 부드럽게 만들어 옷으로 입었다.

전설은 재미있다. 자녀가 없던 한 여인은 어느 날, 정글에서 어미를 없는 새끼 호랑이 암수 한 쌍 반딩, 반칭을 데려와 키운다. 호랑이가 크게 성장하자 마을주민들은 호랑이가 잡아먹을까 봐 낮에만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 여인도 만약에 내가 안 보이면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을 것이라고 마을주민들에게 늘 말했으나, 그녀는 호랑이들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단다.

지금도 숲속 성스러운 기도하는 장소엔 그 여인이 살았다는 조그만 오두막집이 있다. 오두막 안엔 그녀가 사용했다는 집기들이 놓여있다. 중앙 계단 양쪽에 호랑이 조각이 버티고 있고, 앞뜰 왼편엔 절구질하는 나무 목각 여인네가 서 있다. 오른편엔 꽂혀 있는 깃발 노란색은 공포, 검정색은 보호, 흰색은 순결을 뜻한다. 해마다 축제 때면 부족민들은 향을 피우며 그녀의 영혼에게 기도한다.

2002년과 2006년 UNESCO에서 22개 문화유산 부분에 참가했다. 마 메리 문화촌(Mah Meri Cultural Village)은 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만 10 AM~6 PM 문을 연다. 입장료 성인 RM20/인, 외국인 RM30/인 등이다. 방문객들에겐 맹그로브 잎으로 만든 화환을 머리에 씌워준다. 공연을 보며 꼬치구이, 닭 요리, 쌀밥, 들나물볶음, 과일, 음료수 등 뷔페식 점심은 RM25/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www.mmcv.org.my

자바인(Javanese)은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살며 존칭이 다양하고 공경을 표현하는 높임말이 잘 발달했다. 원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최대 종족인데, 가까운 말레이시아에도 많이 퍼져 있다. 셀랑고르주에서 쌀농사와 밭 등을 개간하며 평야에 많이 산다.

‘와양 꿀릿(Wayang Kulit)’은 자바 인들의 전통 그림자 인형극이다. (요즘엔 전깃불로 하지만, 원래는) 코코넛 기름 등잔불이 조명이다. 커다란 흰 천막을 걸고 앞에서 정교하게 조각된 소가죽 인형을 조종한다. 그러면, 인간과 자연, 동물 등 인형 그림자와 전설을 천막 반대편에서 귀와 눈으로 즐길 수 있다. 말레이시아 북부 클란탄과 인도네시아 발리, 롬복 등에서도 전해 내려온다. 해가 지면 주민들은 마을 회관에 모여 악단의 음악과 변사의 넉살, 인형의 동작에 울고 웃으며 밤을 지새운다.

자바어로 ‘쿠다 케팡(Kuda Kepang)’ 또는 ‘자란 케팡(Jaran Kepang)’, ‘납작한 말’이란 뜻이다. 남성들로 구성된 춤꾼들은 가늘게 자른 헝겊 단 화려한 색의 나무 말 형상을 들고 4~6명의 악단의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춘다. 큰 쟁반 위에 벼, 달걀, 코코넛, 바나나, 꽃잎, 허브, 채찍 등을 재물로 놓고 춤꾼들과 악단은 허브를 태운 연기를 손으로 몸 쪽으로 부채질한다. 절정에 다다르면 신들린 춤꾼들은 유리컵을 이빨로 깨고, 채찍질 하고, 땅에 뒹굴며, 뜨겁게 타는 불 위를 맨발로 걷는다.

막바지 무아지경에 이르면 신께 바친 바나나를 먹고 꽃잎을 입에 문다. 원을 그리듯 돌며 코코넛 껍질을 이빨로 까 벗긴다. 연장자는 춤꾼들 한 명씩 잡아 주문을 외며 몸에서 악령을 끄집어낸다. 그러면 신들렸던 춤꾼들은 멍해져 쓰러진다. 구경꾼들도 이 공연을 본 후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옷을 다 털거나 꼭 몸을 물로 깨끗이 씻고 잠자리에 들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몸에 붙었던 악령들이 빠져나간단다.

‘나시 암븡(Nasi Ambeng)’은 자바인 특유의 식단이다. 바나나 잎 위에 쌀밥을 깔고, 그 위에 바나나 잎을 또 깔고 커리로 요리한 닭, 간장에 조린 닭, 소고기 조림(Rendang), 채소, 감자 완자(Bergedel), 소금에 절여 튀긴 생선, 튀긴 코코넛 속살 등을 위에 놓았는데 짭짤하고 달착지근하니 자꾸 손이 간다. 보통 4~5명이 둥글게 둘러앉아 오른손으로만 으깨고 비비고 뼈를 발라내 섞어가며 잘도 먹는다.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조호르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바 등에서 대중적이다.

레스토랑 렘바 베남(Restoran Lembah Bernam)’은 페이스북 리뷰 별 5 만점에 4.6 받은 맛집이다. 그냥 한적한 시골 국도변 볏짚으로 이은 지붕의 평범하고 수수한 식당이다. 그런데, 진기한 이국적인 요리로 국내외에 꽤 유명하게 알려졌다. 야생 정글닭, 토끼, 쥐사슴, 고슴도치, 농어, 민물메기 등을 말레이 전통 매운 커리, 고추, 두리안, 코코넛 등 다양한 양념으로 요리했다.

맛은? 닭과 토끼는 노릇하니 아주 바삭하게 과자처럼 튀겼고, 고슴도치와 쥐사슴은 연골과 육질이 양념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씹혔고, 어류는 연하고 고소한 맛이었다. 모두 이슬람교에 충실한 할랄(Halal)식이며, 크기도 적당했다. 곁들여 나온 데친 야생 채소를 찍어 먹는 소스는 우리 매운 된장과 젓갈을 뒤섞은 맛이라 내 입에 착 붙는다. 4명이 먹으면 RM120 정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로 약 2시간 걸린다. 매일 오전 11시~오후 5시 영업(금요일 휴무). Jln Main Canal, Tali Air 9, Sekinchan, Pasir Panjang, Selangor

‘이스타나 반다르 주그라(Istana Bandar Jugra)’는 풀라우 캐리 인근에 있는 역사가 깊은 궁전이다. 셀랑고르주 5대 술탄이 직접 디자인해, 술탄 알라딘의 궁전(Sultan Alaeddin’s Palace)이라고도 한다. 중국, 인도, 영국, 중동의 이슬람 양식이 혼합된 이 층 구조로 1899년 공사를 시작해 1905년 완공됐다. 여기서 즉위식을 한 술탄은 죽을 때까지 33년간 살았고, 7대 술탄 살라후딘(Sultan Salahuddin)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전엔 15개의 커다란 홀과 44개의 방이 연결되어 있다. 지붕 장식, 창문 조각, 정교하게 장식한 돌계단 등엔 말레이의 감각이 스며있다. 붉은 지붕과 대조를 이루는 벽과 담장은 흰색과 노란색이다. 오른쪽은 남자, 왼쪽은 여자용으로 구분하기 위해서 궁 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2개다.

전설엔 당시 사람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소망이 녹아있다. 술탄은 Jin 이란 아름다운 귀신과 결혼했으나 백성들은 귀신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귀신은 무희의 몸에 들어가서 춤을 춰 백성들이 자신을 볼 수 있게 했단다. 음악과 춤 동작은 왕실 가족을 위한 일곱 발걸음, 하늘을 위한 일곱 발걸음, 땅을 위한 일곱 발걸음 등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무희들은 술탄이 만족할 때까지 춤을 췄다. 정원의 노천탕에서 목욕하는 무희들은 술탄만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술탄은 마음에 드는 무희를 불렀고, 술탄의 부름을 받은 무희는 술탄과 밤을 지샜단다.

 

시차: -1 시간
환율: 한화 3,000원 = RM10
항공: 인천 직항 5회/일
비행: 약 6.30분 소요

Photo courtesy: Macho, Gaya Travel Magazine & Rentak Selang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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