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급매물” 못버티고 쏟아지는 다주택자 속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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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원=정 인태기자) 다주택자들이 일반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급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서울 일부 단지의 매매값이 작년 최고가 대비 4억5000만원 하락했다.

급히 현금이 필요하거나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다주택자들이 일반 호가보다 확 낮춘 가격에 매물을 급급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한신 1동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지난달 말 11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0월 14억40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된 주택형이다. 최근 매물 호가도 13억5000만~14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도곡동 D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인 집주인이 급하게 정리하면서 계약금뿐 아니라 잔금까지 한 번에 현금으로 치를 수 있는 매수자를 찾았다고 말했다.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매물도 지난 1월 14억원(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이 주택형의 최고 거래가격(18억5000만원)에 비해 4억5000만원 떨어졌다.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집주인도 있다. 영등포구 당산동 진로아파트 전용 162㎡는 지난 1월 7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현재 시세는 11억원대다. 직전 실거래가격이자 최고 가격은 지난해 5월 8억4500만원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의 말을 취합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6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급매로 던졌다. 당산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 시세는 6억5000만~7억원대지만 주변에 전세 물량이 넘치고 대형이어서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세입자를 찾다 실패하자 결국 급매로 매각했다”고 전했다.

‘급급매’ 매물은 강북으로 확산하고 있다. 갭 투자자(전세와 매매 가격의 갭을 이용한 소액 투자자)가 많이 진입한 강서구, 노원구, 강북구 등에서도 급급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동 마곡엠밸리 15단지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 1월 8억9800만원에 실거래됐다. 작년 9월 11억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현재 호가는 1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노원구 중계동 롯데우성 아파트 전용 115㎡는 지난해 최고가(9억4000만원)에 비해 1억원 떨어진 8억40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상계동 불암현대 아파트 전용 84㎡ 거래가도 지난해 5억2000만원에서 지난달 4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새 아파트 분양권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의 보라매 SK VIEW(2020년 입주 예정)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0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당시 분양권 호가는 12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수 문의가 줄어들면서 매매가격이 1월 7억120만원, 2월 7억7720만원 등 7억원대로 떨어졌다.

한 분양권 전문가는 “중도금 대출 승계가 까다롭고, 대출이 초기 분양 계약자보다 덜 나와서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 큰 편”이라며 “경기가 안 좋아지니 분양권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아직까지는 강남권 ‘급급매’가 단지별로 한두 건에 불과해 전체 시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봄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일시적으로 쏟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월 1일 이전에 보유 주택을 정리해야 보유세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반면 매수자의 관망세는 이어지고 있어 급매물이 쌓일 경우 가격 하락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 전체의 하락을 이끌 만큼 많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