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이스=허중현 기자) 뉴올리언즈 프렌치 쿼터 맛집을 검색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이 곳, 카페 드 몽드 (Cafe Du Monde). 나는 여행을 할 때 남들이 가는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도, 그렇다고 일부러 피해 다니지도 않는다. 그 날의 기분, 동선, 시간에 맞춰 방문할 곳은 방문하고 포기할 곳은 포기하는 편. 얼마 전 나의 사주를 봐주신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내 성격은 여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갈까 말까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도 않고, 무리해서 억지로 일정에 맛집을 끼워 넣지 않는다.
![](http://thetravelnews.co.kr/wp-content/uploads/2018/05/IMG_4604-1920x1283.jpg)
그런 나에게 카페 드 몽드는 달콤함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준 곳이다. 어쩌면 마지막 날 새벽 두 번째 방문이 큰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웃지도 울지도 못할, 아니 그래 결국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으니 그거면 됐다.
![](http://thetravelnews.co.kr/wp-content/uploads/2018/05/IMG_4615-1920x1217.jpg)
첫 방문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프랑스식 도넛인 베네 (Beignet, 볜예, 비넷, 베넷.. 대체 정확한 발음이 뭔지 알 수 없는) 그리고 시원한 프로즌 카페오레를 주문했다. 베네는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후 슈거 파우더를 솔솔솔 뿌린 디저트인데,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다만 무언가를 먹을 때 입에 묻히는 걸 끔직이도 싫어하는 나에게 입 주변을 맘껏 더럽혀주는 슈거 파우더는 조금 고통스러웠지만, 맛있으니 참기로 했다. 언제 또 이렇게 입가에 잔뜩 무언가를 묻혀가며 먹어보겠어.
![](http://thetravelnews.co.kr/wp-content/uploads/2018/05/IMG_4619-1920x1280.jpg)
배도 고팠고 덥기도 했던 나는 그 자리에서 도넛 세 개와 프로즌 카페오레를 먹어 치웠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음식 때문에 고민할 때가 많다. 혼자 먹기에 양이 많지는 않은지, 혼자 먹어도 괜찮을만한 분위기인지. 다행히도 카페 드 몽드는 혼자 먹기에 적당한 양과 분위기를 지닌 곳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에도 방문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실수.
마이애미를 경유해 뉴욕으로 들어가는 새벽 6시 비행기를 예매한 나. 3-4시에는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아 숙박비를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재즈바에서 3차까지 혼술을 한 뒤 카페 드 몽드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도넛이 먹고 싶어서. 시작은 좋았다. 매장 안에 자리를 잡고 도넛을 기다리며 노트북을 두드리며 잠시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잠시 후 도넛이 나오고 한 입 베어 문 뒤 그 맛에 감탄하다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는데, 잠에서 깨어나 보니 엄지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노트북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만에 5년간 살면서 수도 없이 마주한 바퀴벌레지만 이 날의 녀석은 그 누구보다 거대하고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소리를 꺅 질렀는데, 아무런 상황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 쳐다보듯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각자 대화에 집중했다. 그 사이 바퀴벌레는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나의 허벅지로 날아들었고, 나는 또 한 번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졸음을 깨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양인 여자, 혹은 도넛이 너무 맛있어 기쁨의 점프를 하던 하이 텐션 여행객으로 남았다고 한다.
![](http://thetravelnews.co.kr/wp-content/uploads/2018/05/IMG_4779-1920x1280.jpg)
![](http://thetravelnews.co.kr/wp-content/uploads/2018/05/IMG_4780-1920x1280.jpg)
비록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래도 뉴올리언즈 프렌치 쿼터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곳이기에, 카페 드 몽드는 나에게 소중하다. 비가 내린 후 수분기 가득 머금은 뜨거운 공기로 뒤덮인 프렌치 쿼터의 조금은 우울할 뻔했던 분위기를 달콤하게 만들어 준 곳.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그 공간의 냄새, 온도, 그 날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그립고 소중하다.
글/사진 : 방규선 ssuni1203@naver.com
instagram : sunny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