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풀어낸 자신들의 세계관, 왕칭송-에릭요한슨 사진전

397

(더 마이스=허중현 기자) 일상적인 삶의 모습, 세상의 모습과 현상을 관찰하고 보여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이후 관련된 여러가지 작업 끝에 탄생한 사진을 보며, “사진 잘 찍었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개인전을 가지고 있는 이 두 작가의 사진은 그런 느낌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자신들만의 가치와 세계관을 새로운 방식으로 가공하여 만들어 냄으로서 인간 내면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사진작가들이라 해도 좋겠다.

왕칭송작가, 사진: 허중현기자

한미사진미술관, 왕칭송의 개인전 《The Glorious Life》

전시장에 걸려있는 프린팅 된 사진이 일반적인 사진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속에 연출된 실제 환경은 한 편의 서사극의 영화의 긴 프레임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상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것, 직시하고 관찰하는 것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의 현상을 담는 기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주변에 일어나는 변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 왕칭송(1966~ )은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 부르는 그는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식견과 날카로운 직감으로 현실을 비춘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들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이다.

1990년대 당시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중국 사진계에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시켜 중국현대 사진예술에 큰 반향을 일으킨 왕칭송은 사회개방 이후 격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특유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화려한 문화 속에 가려진 사회의 이면, 현실에 감춰진 진실을 표현해 왔다.

1966년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의 유전(油田) 노동자 부모 아래서 태어나, 작업 중 사고로 숨진 아버지를 대신해 15살 때부터 굴착 플랫폼에서 일을 하였다. 20대 중반, 쓰촨미술학교에 입학해 회화를 전공했지만, “중국의 변화 속도를 포착하려면 회화보다는 사진이 더 적합하겠다.”라는 생각에 1999년 붓을 내려놓은 이후 사진에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활동 초기에는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한 포토몽타주 작업을 주로 하였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중국의 사회적 상황을 작가 특유의 해학적 감성으로 연출해 수십, 수백 명 모델과 함께 촬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첫 사진 작업의 비용은 유전 사고로 부모를 잃고 국가로부터 받은 사고 보상금이었다고 전한다.

왕칭송의 작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작가의 역설적인 태도이다. 중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를 특유의 재치로 녹여내는 그의 연출력이라 하겠다. 도시재개발, 이주민에 대한 작업을 통해 미래지향적으로만 보이는 ‘세계화 속의 중국’의 실상을 보여주거나, 입시경쟁에 경도된 학생, 어설픈 외교능력을 뽐내며 문화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중국 지도자 등, 그는 자신의 사진 속에서 자신이 희화화하고자 하는 대상이 되어 적극적으로 작업에 개입하며, 과거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제목 《The Glorious Life》는 작가가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사진 작업을 통틀어 지칭한 이름으로 회화에서 사진으로 전향한 초기의 사진부터 작가의 20여 년 작업과정을 핵심 작업군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선보인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에릭 요한슨작가, 사진: 허중현 기자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수많은 사진들의 합성으로 이뤄진 그의 사진은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지만 이 세상 어디에서도 관찰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입니다.(The only thing that limit us, is our imagination)”

스웨덴 출신의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1985~ )은 사진가이자 리터칭 전문가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여타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처럼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한 장의 사진 속에 가능한 세계로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일상이나 다른 예술가의 작품과 음악 등 자신의 주변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한다는 에릭은 ‘초현실주의’에 매료되어 사진작가보다는 화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의 상상의 풍부함이나 표현의 세심함은 단순히 사진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진은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단순 포토샾의 조작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그는 먼저 그의 상상력에 의한 스케치를 한 이후 필요한 사진 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포토샾의 조작을 통해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이런 복잡하고도 어려운 과정때문에 그의 작업은 1년에 6~8점 밖에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에릭은 “나의 작품은 단지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 뒤에 수많은 계획과 설계가 있다. 사진과 계획은 포스트 프로덕션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최종적 그의 목표는 “모든 것에 설명이 필요한 세상에 영감과 상상 그리고 환상을 주고 싶다. 마법 같은 것들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어렸을 적 우리가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던 것들을 현실로 옮겨 놓은 작품’, ‘너만 몰랐던 비밀스런 사실을 담은 작품’, ‘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 조작된 풍경 작품’, ‘어젯밤 꿈속에서 꾼 듯한 꿈과 악몽을 담은 작품’ 등 4가지 컨셉의 작품과 다양한 비하인드 씬(메이킹 필름), 스케치 그리고 작품을 제작하는데 사용된 소품들과 마치 작품 안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주는 설치 작품까지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9월 15일까지 진행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