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Macho Story] 한류(韓流), 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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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류를 외국에서 처음 겪었다. 언론에 Korean Wave란, 또는 Hallyu 단어가 종종 나오기에 한국과 연관된 것이 신기했었다.

당시, 전문가, 평론가와 학자들은 논문, 사설을 통해 한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얼마 못 갈 것이다 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그 예언과는 달리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류는 동남아 등에서 계속 상승하는 진행형으로 유럽, 북미, 남미 등으로 계속 뻗어나가며 지구인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다. 주(州) 정부행사에서 무용단의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내빈 소개 중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여성 무용단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와 내 주위에 모였다. 당황한 나에게 사회자는 ‘당신이 한국인이라 그런 거’ 라며 웃는다. 하여튼 단지 “한국인”이란 혜택으로 예쁜 아가씨들과 어울려 사진도 찍고 간단한 우리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전 2012년쯤 ‘강남스타일’이 지구를 뜨겁게 달굴 때도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외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심지어는 상원의원도 내 손을 잡고 싸이 춤 동작을 따라 했을 정도다.

2006년경부터 대장금으로 시작해 태양의 후예, 주몽, 굿닥터, 최근 방영된 대왕의 꿈까지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한류란 특별함은 단지 드라마에 국한된 게 아니라 패션, 음악, TV 프로그램, 화장품, 온라인게임, 음식, 문화까지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 추종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덕분에 우리 고유문화를 수출하는 상업적 가치는 미화 약 50억 불 이상(2012년 기준)으로 나왔다. 또한, 국내 관광산업도 한류투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세계인들이 흡사 종교인들의 성지순례처럼 우리나라로 여행을 와 드라마 촬영 장소를 찾는다. 이렇게 로컬 투어리즘 컨셉도 한류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1세기 지구촌 문화교류에서 한류는 전혀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에서는 카리브해 서인도제도 자메이카의 레게(Reggae) 음악 이후 두 번째로 후기 식민지 국가가 자신들의 음악을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대규모로 전파하고 수출한다는 전대미문의 신기록을 달성하는 것이다.

후기 식민지 국가 중에서 최초로 음악, 드라마, 영화, 게임, 음식 등 대중문화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해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유일한 기록이다. 전 세계 한류팬은 약 7천만으로 추정하며 그중 약 70% 내외가 여성으로 보면, 수출하는 글로벌 콘센트가 여성 중심이라는 새로운 현상도 느낄 수 있다.

‘80년대 국내에 유행했던 홍콩 영화와 음악 등과 같이 한류는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장르라고 본다. 한류는 곧 사라지는 유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온 사람들도 있지만 한류는 자메이카의 레게 음악이나 힙합처럼 로벌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류를 전 세계로 배급하는 한류관련 기업들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한류 관련 기업들은 사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한류는 지구촌 한 문화산업으로 지속 가능하게 된다.

한류가 지속적으로 활발한 나라는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인디아, 중동,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터키 등이다. 이들 중 주류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이다. 오히려 일본은 소폭 감소 중이다.

통계엔 잡히지 않았지만, 북한에서도 한류는 이미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전 세계 한류 팬클럽은 2011년 182개에 약 3백만 명 정도였지만, 2013년이 지나며 1천여 개에 약 1천만 명으로 육박한다.

아직도 대중문화에서 국제화란 의미는 미국과 영국의 대중문화산업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슈퍼맨’, ‘셜록홈스’처럼 백인 남성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며, 권선징악이 주 내용이다.

글로컬화(Glocalization)는 현지화된 내용이 서양의 원작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이야기로 재생산돼 서양으로 ‘별 그대’, ‘부산행’ 등이 역수출되고 있는 현상을 뜻한다.

한류는 여성 보편주의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여성 보편주의는 전 세계 여성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적 공통점을 뜻한다.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제작자들이 가장 잘 만들어내는 부분으로 한국적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류 드라마 여주인공, 가수들이 보여주는 한국적 미(美)와 문화 표현력은 전 세계 여성들이 꿈꾸는 공통적 신체적, 문화적 보편성이다. 현명하며 이성적이며 온화하고 인정 많고, 과학이나 학문 전문가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게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들의 특징으로 법조인, 정치가, 의사 등 전문직으로 약자를 구한다.

원래 이런 작품 속 인물은 여태껏 할리우드 백인 남성들 차지였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는 똑순이 형의 여주인공들은 ‘왕자’의 도움 없이 오히려 사랑하는 남자를 내조해 ‘왕자’로 성공시킨다.

한국의 예능계는 서양의 문화적 콘텐츠에 한국적 여성의 한(恨)을 잘 융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일본문화나 서양문화에 흥미를 잃어있던 전 세계 여성들이 한류에 끌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20세기 유럽과 미국이 백인 남성의 보편주의를 표방했다면, 21세기 동아시아는 성(性)의 유동성과 혼동성 등으로 남성적 근육과 여성 같은 얼굴의 ‘미소년’이란 새 등장인물이 아시아, 중동, 남미와 유럽 등에서 열광적인 여성팬들을 탄생시킨다.

정신적 지주로서의 여성 보편주의는 여성들의 공통적인 욕망으로 남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전통문화, 유교주의, 기독교, 이슬람 문화 등을 거부하고 궁극적으로 여성 보편주의를 바탕으로 여성해방을 지향한다고 오인규 일본 관서외대 한류학 교수는 말한다.

그럼 왜 한류에 열광할까? 란 궁금증이 든다. 아세안 팬들이 말하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직장동료들끼리 퇴근 후 회식을 하고, 탄탄한 구성 전개와 아름답고 세련된 배경이란다.

드라마를 보고 산뜻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경험하면 한국에서 유학하거나 직업을 갖고 아니면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그들의 장래 희망이다. 그들이 느끼는 한국인 이미지는 위선적이지 않고, 목적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며, 연장자를 공경하는 미풍양속이 주류를 이룬다.

비엣남(VietNam),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은 한류와 가장 가까운 주력시장이다. 이들은 한류에 긍정적인 지지층이다. 이들은 일본이나 서양의 팬과 달리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며 한국음식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요리하고 공유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모여 춤을 춘다. 아세안 내에서 이는 반한류 기운을 잘 관리한다면 한류는 지속적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일궈낸 한류가 빛이라면 검은 그림자도 따랐다. 한류를 등에 업고 이명박 정권시절 졸속적으로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사업은 2009년부터 약 4년간 1300억 원을 낭비했다는 후문이다. ‘여사님 프로젝트’였던 ‘한식 세계화 추진단’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는 떡볶이 세계화 따위에 큰돈을 낭비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다.

지난 4월 중순 그룹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 또, 엊그제 방탄소년단의 유럽투어 마지막 공연 날. 프랑스 파리에 전 유럽에서 모여든 팬클럽 ‘아미(Army)’들이 한국어로 된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또 하나의 유럽 축제를 벌였다는 뉴스가 나왔다.

솔직히 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유명한 그룹인 줄 몰랐고, 또 BTS가 그들을 지칭하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BTS는 각종 행사와 인터뷰 때 겸손한 내용과 품위 있는 단어 등으로 각국 외신의 극찬을 받고 있다. 그래서 BTS를 따르는 그들의 팬클럽 ‘아미’ 들은 어느 군대보다 더 강력하고 충성심 강한 ‘한류’의 영원한 전사 들일 것이다. 경제기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BTS효과만으로도 외국인 방문객이 연간 80만명이고, 경제 파급효과는 년 5조 5천억 원이란다.

글 사진: Macho 칼럼니스트/ 더 마이스
정리: 김원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