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한국불교·이슬람·가톨릭 지도자들의 만남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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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남부 티르의 작은 도시 부르글리야의 이슬람 모스크에서는 스님과 이슬람 지도자는 서로의 종교에 대해 존중을 나타냈다.
"불교는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종교입니다. 이슬람의 가르침 또한 존중하고 예우하지요."."(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무슬림도 진정한 무슬림이라면 다른 종교에 대해 듣고 배우고 따르려 노력하죠. 불교의 가르침은 생소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불교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이슬람 수니파 지도자 미드라드 합발)
레바논은 아랍연맹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이슬람이 국교가 아닌 나라로,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로마가톨릭과 또다른 가톨릭 종파인 마론파 가톨릭, 정교회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한다. 이 중 부르글리야는 동명부대 책임지역 5곳 중 유일한 수니파 마을로, 자승 스님과 만난 미드라드 합발은 티르 지역 수니파의 최고 지도자(종교대법관)인 무프티다.
레바논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벌이고 있는 동명부대를 격려하기 위해 레바논을 찾은 자승 스님 등 조계종 방문단은 동명부대의 책임지역인 부르글리야를 찾아 이곳의 종교지도자를 만났다.
모스크 밖까지 나와 자승 스님 일행을 맞은 수니 무프티는 이어 모스크 안에 자승 스님에게 이슬람 의식과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자승 스님이 아랍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앗 쌀라무 알라이쿰’이라는 인사를 건네자 수니 무프티는 "이 인사는 무슬림을 향한 평화의 인사"라고 의미를 설명하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이슬람의 가르침으로 세계 평화가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한국에서 이슬람은 비록 주요 종교는 아니지만 조계종에서는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이맘(이슬람의 예배 인도자)을 초청해 이슬람을 예우하고 있으며 종교 간 상생과 화합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는 등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승 스님은 또 "종교 갈등으로 인한 전쟁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종교 갈등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해 줄 때 해소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수니 무프티는 "불교 신자들은 행동을 절제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무함마드 또한 정말 진정한 신자라면 올바른 길로 가야한다고 말했던 만큼 이슬람과 불교의 가르침이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고, 이어 "최근의 전쟁은 종교 갈등보다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면서 "진정한 종교인은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교 지도자들을 처음 봤는데 이번 기회가 (불교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 종교인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앞장서는 사람들"이라고 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종교지도자 간 만남은 또 다른 곳에서도 계속됐다. 부르글리야 시청에서는 이날 열린 취약계층을 위한 물품 기증식을 계기로 수니 무프티와 시아파 셰이크(이슬람 성직자를 이르는 말), 레바논의 가톨릭 종파인 마론파 가톨릭의 나빌하지 대주교, 정교회 대주교인 잭칼릴까지 이 지역의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다.
나빌하지 마론파 가톨릭 대주교는 ‘앗 쌀라무 알라이쿰’ 인사로 이슬람 종교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이 순간 한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이슬람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이슬람을 종교로 가진 사람들은 평화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봤으니 한국인에게 꼭 이 사실을 알려주길 부탁한다"고 말해 다시 한 번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동명부대 관계자는 "이처럼 여러 종교의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대체로 스님들을 처음 만난 레바논의 종교 지도자들은 스님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종교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