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자유를 향한 불굴의 영웅들, 통일의 선구자들 철의 장막을 넘어 온 자유의 전령들

지옥탈출 3만 4천: 현대판 독립투사들의 이야기 미리 온 통일, 탈북민이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 탈북민의 눈물로 쓰는 자유민주주의 교과서 죽음의 문턱에서 피워낸 희망: 탈북민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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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연구소장 한승범

-철의 장막을 넘어 온 자유의 전령들
-지옥탈출 3만 4천: 현대판 독립투사들의 이야기
-미리 온 통일, 탈북민이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
-탈북민의 눈물로 쓰는 자유민주주의 교과서
-죽음의 문턱에서 피워낸 희망: 탈북민들의 도전

(미디어원) 1991년 8월의 그날, 모스크바행 비행기에서 흘린 눈물은 단순한 두려움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철의 장막’ 너머의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첫걸음이었다. 카투사 제대 후 국민대 복학생이었던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은 도전 정신과 공산주의 종주국에 대한 호기심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다. 90년대 초 러시아는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춰 서 있었고,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무너진 시스템 속에서 공산주의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북한을 다녀온 러시아 친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못 살아.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어.” 한때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10년간의 유학 생활 동안 만난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외교관,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북한 사람들을 접했지만, 그들의 생활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북한의 대내외 선전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정신병동을 연상케 했다.

당시 소련에서 한국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북한 사람들은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소련인들에게 북한은 그저 열등한 복제품, 모든 면에서 소련을 흉내 낸 축소판에 불과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현실은 더욱 처참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자유가 없는 나라가 되었다. 전 세계 인구 80억 명 중 79억 5천만 명이 북한 주민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의 비극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은 이제 전 세계인의 동정과 측은지심의 대상이 되었다. 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김일성의 북한 건국은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지상낙원을 건설하려 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상지옥을 만들어냈다. 북한의 현실은 100년 전 일제 치하보다도 못한 삶을 사는 초현실적 사회다. 북한 주민 대다수는 조선 말기 노비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일제 치하보다 더 못 먹고, 더 자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탈출에 성공한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은 대부분 세 번 이상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들은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들의 용기와 결단은 일제에 맞섰던 독립투사들의 그것보다 더욱 위대하고 숭고하다. 북한 정권의 탄압은 일제의 그것보다 훨씬 더 무자비하고 잔혹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삶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먹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생물에게 있어 먹는 행위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것이 결핍되면 삶 자체가 지옥이 된다. 북한에서는 일주일 이상 굶주리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한다. 필자의 21일 단식 경험조차 북한 주민들의 강제된 굶주림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련과 러시아연방에서의 10년 유학 생활에서 얻은 결론은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였다. 사적 소유가 없는 체제에서 살았던 러시아인들은 꿈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하는 법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구소련 체제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고 가난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거대한 감옥이다. 북한 학생들은 오직 김씨 유일 사상만을 배우고,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절도를 일상화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북한에서 살아온 세월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바로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이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거대한 감옥에서 탈출했다. 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탈출보다 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탈출에 실패한 이들의 수는 이의 최소 10배에 달할 것이다.

한승범/한류연구소 소장

자유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탈북민들에게 임대주택, 정착금, 교육 등이 제공되지만, 그들의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자살률, 전과자 비율, 신용불량자와 생계비 수급자 비율이 한국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공기처럼 여기는 자유, 인권, 평등, 노동 등의 개념이 그들에게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기적 같은 성공 사례들도 목격하고 있다. 태영호 전 국회의원, 박충재 국회의원, 이영현 변호사, 임철 변호사, 석영환 한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탈북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만 해도 이미 10명이 넘는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다름없는 기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같은 활동가들의 존재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통일을 위해 대형풍선이나 페트병을 통해 대북전단지를 보내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한 김씨 왕조를 무너뜨리는 데 있어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와 더불어 유튜브 채널 ‘유미카’와 ‘정유나TV’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탈북 과정에서 10번이나 북송되어 감옥에 갇혔던 이유미 대표와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의 수행비서 정유나 씨가 진행하는 탈북민 채널 인터뷰는 가슴 아픈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탈북민들의 성공과 헌신으로 인해 김정은 체제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영웅이자 현대의 독립투사들이다. 21세기의 이승만, 김구, 안창호, 안중근, 유관순이 바로 이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이다. 그들은 ‘미리 온 통일’의 상징이며, 그들의 눈물과 땀과 피로 인해 통일이 앞당겨지고 있다. 또한 그들 덕분에 통일 과정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통일부의 탈북민 정착 지원 강화 결정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오늘 탈북민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탈북민의 성공은 북한 정권에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이며, 그들은 통일된 한반도의 귀중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다.

‘이만갑’, ‘유미카’, ‘정유나TV’ 등을 시청하면서 우리는 많은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 – 먹는 흰쌀밥, 마시는 수돗물, 쓰는 전기, 자유롭게 내뱉는 말 – 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우리가 남한에서 태어난 것은 단순한 운의 문제다. 우리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 그저 운 좋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이러한 인식은 탈북민들을 대하는 우리의 겸손한 태도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7월 14일, 최초의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우리는 탈북민들의 삶과 그들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탈북민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살아있는 증인들이며, 통일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다.

글: 한승범/한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