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계곡에서 즐기는 서늘한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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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푸른 밤? 방태산 서늘한 밤이 더 좋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혹자는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둘은 무슨 둘이냐 또, 가긴 어딜가?” 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의 제주도 푸른 밤은 조금은 멀고 무리일지도 모른다.

‘Because this is Christmas’ 모든 연인을 위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크리스마스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됐다. 우리가 떠나는 것도 용서가 되지 않을까? 지금은 여름 휴가시즌 이니까. 뜨거운 여름, 며칠 안 되는 휴가와 가벼운 주머니가 걱정이라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나 그리고 가족, 연인이 누릴 수 있는 자연 속 호사, 방태산 휴양림으로.

#휴가는 짧고, 할 일은 많다면?

요즘 테이크 아웃 커피집과 아이스크림 가게는 대박이 터지고 있다. 30도 이상 치솟는 기온은 시원한 커피와 냉방 잘되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게 하기 마련. 정장속 셔츠는 젖을 대로 다 젖었고, 부채질을 해보지만 태양은 피할 수 없다. ‘비’ 에게 가서 방법이라도 물을 기세다. 바쁜 연예인에게 물을 생각 말고, 본지 홈페이지에 묻는 것이 빠를 것이다.

휴가도 짧고 할 일은 태산이라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꼭 외국 나가야 휴가는 아니잖아요??” 은행에서 에어컨 바람 쐬고, 마트에서 살 것도 없는데 카트 밀기도 지치기 마련이다. 가족과 함께, 솔로는 솔로 부대원끼리, 커플은 커플끼리 가도 방태산은 선선히 반겨준다.

방태산의 지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문헌이 있다.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등에는 십승지지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이나 전염병, 흉년에도 견딜 수 있는 명당으로 추천하는 전국의 길지를 말하는데, 피난처로 강원도 인제 산골짜기의 ‘삼둔 오가리’ 이야기가 나온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다.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적가리의 사(4)가리 라고도 하며 ‘둔’ (평평한 땅)이나 ‘가리’ (밭을 가는 일)는 밭을 일구는 것을 말한다. 난과 포악한 군주를 피해 숨어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사방의 산들이 견고한 자연성곽을 이루어 바깥 세상에 노출이 안 되며, 경작할 땅과 물이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 깊은 계곡에서 사시사철 쏟아지는 차가운 물은 가뭄이 오기 어려운 지역이다. 최근에는, 도로시설도 잘 되어있고 트래커에게 잘 알려진 탓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오지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곳이 되어 버렸지만, 오지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여전히 방태산 곳곳에는 원시에 가까운 숲과 생태가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다. 동행하는 사람들과 1박 2일 야생체험(?) 할 것이 아니라면, 조금 개발된 것이 편리하다.

휴양림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좋다. 동홍천 IC 교차로에서 인제/신남 방면으로 44번 국도로, 직진하면 철정교차로를 볼 수 있는데 우회전한다. 진방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 방동약수로, 방태산 길로 가면 된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해도 되지만, 홍천에서 지방도로로 안내해준다.

거리 상 가까울지는 몰라도 길이 좁고 험해 위의 길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캠핑장은,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며 자리도 지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단, 현장에서의 야영장은 구매할 수 없으며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고 있다.

날짜는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며, 당일 오후 3시까지 입장하지 못하면 자동 취소된다. 취소된 건은 이후 대기자에게 넘어가니 유의하자.

#한여름에도 냉기가 폴폴!

방태산 입구에 도착하면 빽빽하게 자란 나무를 볼 수 있는데, 얼마나 깨끗한 지역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산은 들어가면 시원하기 마련인데, 이곳의 공기는 남다르다. 춥다고 할까? 7~8월의 한여름에도 긴 옷과 침낭이 필요하다.

기자가 머문 곳은 1야영장 위에 있는 2야영장으로 조금 걸어가야 한다. 길목에는 작은 정자도 보이는데, 이곳에서 내려가 보는 풍경은 각별하다. 많은 캠핑객이 밥을 지어 먹었는지, 정자 앞에는 취사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여름 밤, 계곡이 보이는 정자에서 시조라도 한 수 노래한다면 세외신선이 부럽지 않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폭포가 그림처럼 펼쳐져, 계단을 내려가 봤다. 장관이란, 이런 것을 보고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얀 모시 같은 물을 뿜어내고 있는데, 보기도 힘든 이단폭포다. 아래 있는 폭포의 규모가 더 큰데, 물이 얼음장 같이 차가워 수박을 띄워놔도 좋을 것 같다.

얼마만인가 이런 계곡과 폭포의 시원함! 몇 년 전, 화양동 계곡 이후로는 산 속 계곡의 비경은 오랜만이다. 폭포의 수량도 어찌나 많은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다. 위로 올라가면 제 2 야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평상이 있어서 그 위에 텐트를 치면 되고, 모서리마다 로프를 묶는 자일이 있어 텐트 고정도 쉽다.

산에서는 텐트를 치는 요령도 중요한데, 보통 입구 산 아래로 향하게 친다. 설치 방법은 텐트의 아래쪽부터 하면 된다. 하단부를 고정해서 팽팽하게 당겨, 네 모퉁이를 고정하여 팩을 박는다. 평상에 고정 자일이 있으니 단단히 묶어준다.

그리고 텐트 설계 구조에 맞게 폴을 끼워 세우면 된다. 대부분의 초심자가 폴을 먼저 끼우고 아래 부분을 고정하는 우를 범하는데, 무엇이든지 기초가 중요하다. 이후 플라이를 치는데, 플라이는 반드시 텐트 전면을 덮는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비나 이슬로부터 텐트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15분가량 걸려 텐트를 치고 천천히 주변을 산책하는 여유를 즐겼다. 평일이라 미리 휴가를 온 몇몇 가족과, 차가운 냉기를 뿜을 듯한 솔로 부대원 몇 도 눈에 띄었다.

혼자 텐트를 치며 일용할 양식을 정리하는 정예 부대원과의 에피소드는 저녁에 시작되니 기대해도 좋다.

캠핑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몇 권 가져와서 읽거나, 완전히 충전된 mp3와 책, 가스램프만 있다면 홀로 떠나는 캠핑도 외롭지 않다. 벌레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산의 노래, 흔들리는 램프 등 아래 즐기는 여유! 산에 왔으니, 삼림욕을 즐겨도 좋다.

얼마 전, 학계지에서는 나무를 끌어안고 삼림욕을 하는 것이 암 치료에도 좋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물론 알몸으로 즐기면 가장 좋지만, 타잔으로 오해받고 하산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시집을 뒤적거리며 글을 쓰는 사이, 산 속에서의 저녁이 찾아왔다. 텐트 밖에 버너를 설치하고 밥을 짓기 시작하는데, 반대편의 솔로부대 청년이 다가온다. 혼자 왔느냐는 말에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눴다. 곧 군대를 가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왔다는 말에 기분도 울적해지고, 혼자 먹으려고 챙겨온 평창 머루주를 한 병 꺼냈다.

밥이 다 되고 고기를 구우며 한 잔, 두 잔 술잔이 늘어나고, 밤도 깊어가고 있었다. 산은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든다고 했던가? 6살이 어린 동생과 어느새 친구 같은 사이가 되고 있었다. 주변의 가족들 중 몇 팀은 남자 둘이 소근 거리는 얘기가 궁금한지, 반찬도 주고 고기도 집어 주고 얘기를 나누고 갔다.

곧 입대하는 친구를 위해, 폭포에서 냉수마찰도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잠시 비가 내렸지만, 짧게 내렸기 때문에 야영 하는 것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사방이 어두울 무렵, 긴팔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다. 울창한 나무 때문에 일조량이 떨어져 지열을 간직하지 못한 땅은 금방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5월에는 패딩을 준비해갈 정도라니 알만하지 않은가? 들려오던 대화소리가 하나 둘 끊기며 정막이 흐를 때, 물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온다.

방태산의 밤은 흔들리는 가스램프 아래 그렇게 저물었다.

방태산 부근에서 멀지 않는 곳에는 여러 액티비티를 즐길 곳이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은 내린천 래프팅과 수륙양용차 아르고다. 예전에는 래프팅만을 즐겼지만 최근엔 공기주입식 카약을 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카약은 래프팅 보다 다이내믹하다. 1인용에서 3인용까지 종류가 다양하며, 홀로 노를 저으며 강사를 따르는 프로그램과 여럿이 타는 것도 할 수도 있다. 아르고는 마력은 약하지만 급경사도 오르며 물에서도 탈 수 있다. 비결은 4륜 차와는 다른, 6개나 8개가 부착된 바퀴 덕분이다. 아르고는 산골마을 남전1리 주민협회가 운영하는 번지점프 장에서 탈 수 있다.

강원도 방태산은 여유 없는 직장인과 가족들에게,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나 2박 이상의 일정도 소화 할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한 계곡에서 담가 놓은 수박으로 화채를 먹는 기분 그리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계곡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의해야 할 점으로는 해충 기피제와 두툼한 옷과 침낭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발은 등산화가 좋은데, 주변에 등산로가 있으며, 계곡 등에 뱀이 있을 확률이 있어 발을 보호해 줄 수 있다.

아직 한국은 사람이 적은 명소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성수기 비행기 표를 구하려 애쓰지 말고 국내의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자. 가족과 애인에게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가정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