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여행) 보홀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 ‘스페인’과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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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시내 투어
보홀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 ‘ 스페인 ’ 과 ‘ 가톨릭 ’

보홀은 필리핀의 7000 여 개 섬 중 10 번째로 큰 섬이다 .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잘 보존 되어 있고 , 그림 같은 해변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 어디서든 맛있는 열대과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 보홀은 필리핀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 지역이며 , 유럽 못지않은 유서 깊은 성당도 존재한다 . 보홀 시내 투어를 통해 필리핀의 중요한 키워드 두 개를 찾아보자 .

Keyword 1 ‘ 스페인 ’
혈맹 기념상 ( the blood compact shrine )

보홀의 주도 타그빌라란 시내 ,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푸르른 바닷가 전경이 아름다운 언덕에 , 조형물 하나가 서 있다 . ‘ 혈맹 기념상 ’(the blood compact shrine) 으로 불리는 이 조형물은 다섯 명의 장수들이 축배를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
조형물보다 시원한 자연경관이 눈을 사로잡는 이 작은 공간은 , 보기와는 다르게 필리핀의 역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곳이다 . 바로 스페인과 보홀 간의 역사적인 관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

필리핀은 1571 년부터 1898 년까지 300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스페인 지배를 받았다 . 1521 년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받은 세계일주 항해사 마젤란이 필리핀을 발견했으며 , 이를 계기로 스페인은 이 영토를 1571 년부터 지배하기 시작했다 . ‘ 필리핀 ’ 이라는 이름도 , 당시 스페인 국왕이던 ‘ 페리페 2 세 ’ 를 딴 것이다 .

보홀 섬에도 스페인인들이 상륙했다 .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우리가 예상하듯 , 일반적인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와 달랐다 . 보홀 원주민 족장이었던 다투 시카투나 (Datu Sikatuna) 는 스페인 왕의 대리인 미구엘 로페즈 데 레가스피 (Miguel Lopez de Legaspi) 는 양국을 대표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다 . 이들은 이 약속을 가슴 깊이 세기기 위해 서로의 팔을 찔러 피를 낸 후 포도주에 섞어 마시기까지 했다 . 이는 백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맺어진 최초의 우호조약이다 . 혈맹 기념비가 위치한 곳이 바로 그 역사적인 장소이며 , 이를 기리기 위해 그 모습을 형상해 놓은 것이다 . 매해 7 월에 열리는 보홀의 대표적인 축제인 ‘ 산두고 페스티벌 ’ 은 바로 이 조약을 기념한다 .

보홀 곳곳에는 스페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 스페인풍 성당이나 건물 그리고 스페인어로 되어 있는 지명 등이다 . 또한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필리핀의 대표 맥주 브랜드 ‘ 산 미구엘 ’ 역시 , 스페인 지배 당시 맥주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아 만든 것이다 .

Keyword 2 가톨릭
바클레욘 성당 & 박물관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다 . 인구의 83% 가 가톨릭을 믿고 있고 , 나머지 중 9% 가 개신교이며 , 이슬람은 5% 에 불과하다 . 스페인의 영향 때문이다 . 스페인은 300 년간 필리핀을 지배하며 , 기독교를 전파했다 . 필리핀 어디서든 유럽 못지않은 오래된 성당을 만날 수 있는데 , 보홀에도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를 만날 수 있다 . 바클레욘 성당이다 .

바끌레욘은 보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교 포교지다 . 1596 년 스페인 선교사들이 이곳에 처음 정착했다 . 이 지역에 있는 바클레욘 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교회 건물 중 하나로 , 스페인 통치 시절인 1727 년에 완공됐다 .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이 산호 가루와 계란흰자를 섞은 코랄 스톤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2010 년 필리핀 국립박물관에 의해 국보로 지정됐다 .

건물 1 층은 성당 , 2 층은 박물관으로 조성됐다 . 불행히도 성당은 몇 해 전 지진으로 인해 무너졌고 ,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일부만 볼 수 있다 . 그러나 일부 남아 있는 부분은 옛 영화로움을 일부 느끼게 해준다 . 대리석과 금장식으로 이루진 재단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 아베 마리아라고 쓰인 천장 글귀나 채색이 아름다운 벽화 , 일부 남아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옛 모습을 보존해 놓으려고 애쓴 흔적이 엿 보인다 .

옛 흔적은 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성당 2 층에 위치한 박물관에는 그 당시 미사 전례 때 사용됐던 제의나 미사용품들 , 성화 , 조각품 등 다양한 유물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 박물관은 아주 낡아서 바닥은 1 층이 훤히 보일 정도지만 , 보홀의 특산물인 단단한 재질의 물라비 나무로 지어진 덕분에 아직도 튼튼하다 . 이 마룻바닥은 박물관을 처음 지을 당시 그대로 보존된 것이라고 한다 .

보홀로 가는 법

아쉽게도 한국에서 보홀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 , 제주항공 , 케세이퍼시픽 , 필리핀항공 등을 이용해 세부 막탄 국제공항으로 도착한 뒤 , 페리를 타면 보홀의 주도 타그빌라란에 닿을 수 있다 . 인천 – 세부까지 비행시간은 약 4 시간 30 분 , 페리는 1 시간 30 분 정도 걸린다 .
필리핀항공 ( www.philippineair.co.kr ) 은 매일 아침 8 시 30 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12 시에 세부 막탄공항에 도착하는 편을 운행하고 있다 . 귀국 편은 밤 12 시 50 분에 출발해 오전 6 시 25 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도록 되어 있어 , 짧은 기간에 꽉 찬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






글 사진: 두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