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자 (救護物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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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6월 27일 찍은 기독교세계봉사회에서 나눠준 음식을 먹고 있는 어린이들 모습. 사진 속 이 아이들은 지금 60~7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사진출처:정책브리핑

[명사] 재해나 재난 따위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한 물자.

(미디어원=Daba 신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구호물자로 세운 나라라고 하면 기분이 어떠신가?
이승만이라고 하는 걸출한 거지 왕초 덕분에 우리나라는 많이도 얻어 먹고 얻어 입으며,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가 학식이 높고 미국내 인맥이 좋아서 부지런히 구걸을 해 온 덕분에 우리나라의 기초가 섰다면, 기겁을 할 것인가, 아니면 맞다고 일부 동의할 것인가.

1960년대 후반, 동사무소(주민센타)에 급사로 일하는 친구가, 긴한 일이 생긴 듯이 달려와 말한다.
“ 오늘 저녁에 구호물자 컨테이너가 들어온대, 밤에 동사무소로 와 봐~”

뭔가 재미있는 냄새가 가서, 밤에 가봤다. 열어놓은 동사무소 창고 안에, 그리고 마당까지 헌 옷, 넝마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동사무소관계자 및 친분있는 인사들 7~8명이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르고, 넝마더미 속에서 옷을 뒤지느라고 정신이 없다.

미국에서 온 구제패션… 별의별 것이 다 있다. 친구가 서 있지 말고 빨리 맘에 드는 거 몇 개 고르란다. L.A.에서 폼잡던 갱들이 입다버린 청카바부터, 헐리우드 주변에서 벌어먹던 건달의 리오마이(Double button suit), 뚱보 아줌마가 입던 파티드레스, 시애틀의 잠 안 오는 밤에 입고 다니던 버버리, 껌씹던 감댕이 언니가 입다버린 브레이지어까지 없는 게 없다.

젤로 먼저 눈독을 들이고 찾는 것은 쌍마표(Levis), Lee 등의 청카바 청바지다. 당시에는 옷을 일부러 damage지게 해서 입는 Vintage풍은 없었지만, 입을 만치 입은 옷도 미제 쌍마표라면 최고로 친다. 모피코트도 나오다는데, 이미 기득권 있는(?) 공무원들이 빼돌렸을 것이다.

당시, 동사무소에서는 미제 밀가루, 강냉이가루, 분유가루 기타등등 구호물자 배급이 큰 업무 중에 하나였다. 625 전쟁이후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위하여 거지대통령은 부지런히 영어실력을 발휘했고, 한참 많이 비럭질 해 올 때는, 우리나라 예산의 50%가 미제 구호물자 밀가루가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동네방네 저녁마다 끓여서 허기를 면하는 수제비는 국민들의 생명줄이었다.(그때 하도 많이 먹어서 지금은 수제비를 못 먹는 사람도 많다.) 70명 콩나물시루 학급에 점심도시락 싸오는 아이가 절반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당번이 줄서서 타오는 강냉이빵에 수돗물로 배를 채워야 했다.

그날 밤 나도 구제옷 몇 장을 귀하게 챙겨다가 한해 겨울을 뽐내며 입고 다닌 기억이 있다.
‘이거 미제야~~’ 이 한마디는 엄청난 위력을 내포한다. 물 빠지고 형편없이 줄어버리는 국산 피복을 입은 애들을 다 납작 엎드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식구중에 미군부대 다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대단히 유익하고 좋은 일이다. PX에서 나오는 Parker 만년필이라도 하나 꽂고 다니면 사회적 계급마저 달라진다.

지금은 세상이 天地開闢을 하고 桑田碧海되어, 쓰레기 분리수거에 나가보면 氣陷(기함)을 할 지경이다. ‘미친 듯이 사들이고 미친 듯이 버린다’는 말이 정확하다. 60“ 짜리 TV도 멀쩡한 걸 내다 버린다. (아는 젊은이를 불러서 실어가라 했더니, 지금도 잘 보고 있다.)

유니세프의 지원도 6.25전쟁후 우리가 생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사진:유니세프

남의 입던 옷을 입고 찬바람을 가리고, 남의 나라에서 짐승사료로 먹이던 곡식으로 허기를 면하던 나라가 이제는 남는 게 많아서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가 되었다. 동남아, 아프리카, 몽고를 가보라, 그 옛날 우리가 미제 구호물자를 걸치고 다녔듯이, 지금은 저들이 우리나라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고 뽐내고 다닌다.

우리가 물자를 과도낭비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귀신이 까무라칠 풍조가 밀려드는 걸 보고 요즘은 날마다 기겁을 한다.
다 망해서, 젯상 받아먹을 귀신도 씨가 마른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붉은 구름이 나라를 뒤덥고 있다. 냉전이 막을 내린 이래, 구쏘련, 중공, 북한, 쿠바등이 겨우 이어오던 귀신 옹알이 소리가 다 사그라지고, 이제는 북한에서만 들려오는 지경인데, 그 찌거기 노선을 추종하는 기류가 경제부국 대한민국에서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미제국주의의 구호물자에 의지하던 대한민국은 이렇게 남는 게 지천이고, 더 앃아놓을 데가 없이 의식주가 풍요로운데, 저들은 어떠한가. 저들이 입다버린 옷조가리 하나라도 고맙게 얻어다 입을 백성들은 지구상에 없다. 오히려 불쌍하다고 혀를 찰 것이다.

구호물자 얘기로 이념을 들먹여서 힘겨운 북한동포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는 않다.
빨리 정신차려서, 웬넘들만 호의호식하자는 부조리한 이념의 고리를 벗어 버리고, 동포들은 모두 자유와 생명이 넘치는 세계평원에 나서서, 산업을 일으키고, 각자의 개성과 권리를 만끽하면서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보기를 갈구한다. 거지꼴을 못 면하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저 사회를 찬양하고, 다수 순진무구한 백성들을 호도하는 인간말종들은 하루 속히 오물통에 내다 버려야 한다. 저들의 썩은 머리는 재활용도 안되는 오물 중의 오물이며, 세계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사용불능의 구호물자이다.

혹시 넘겨 받고 싶다고, 따라 하고 싶다는 나라가 있다면, 제발 건너가 살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