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물 삶 통해 정체성 갈등과 국가주의 영향 가시화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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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트선재센타

기성세대보다는 다양한 젊은 국내.외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소격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는 12월 20일까지 다나카 고키의 국내 첫 개인전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展을 개최한다.

작가 다나카 고키는 1975년생으로 일본 교토에서 거주하고 작업한다. 다나카는 영상, 사진, 설치, 참여적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매체와 실천을 통해 가장 일상적인 행동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가시화하고 드러낸다. 다나카는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본관 대표작가로 초청받았으며 2015년에 도이치방크 올해의 작가상을 수여 받았다.

급증하는 국가주의, 인종 차별 등 점점 분리와 경계가 거세지는 전 세계 공통의 문제 안에서 각 개인이 타인과 공존하는 방식을 주제로 영상, 설치, 참여적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다나카 고키는 이번 전시에서 2018년에 제작한 동명의 영상 작업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를 소개한다.

영상의 주요 내용은 재일 한국.조선인 3세인 ‘우희’와 일본계 스위스인 ‘크리스티앙’의 여정과 대화로, 두 사람은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와 혐한 시위가 일어난 장소,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아라카와 강둑과 같이 차별을 상징하는 장소를 차례로 방문한다.

영상은 두 사람뿐 아니라 재일 한국.조선인의 삶과 역사에 대한 강의와 증언, 작가인 다나카 고키와의 대화를 포함한다. 관객은 다섯 개의 챕터와 에필로그, 부록으로 나뉜 전시 공간을 따라 각각의 장면으로 이동하며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이 작업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전시는 각 개인의 미시적인 삶을 둘러싼 이야기와 역사 및 사회 정치적인 상황의 증언 등이 얽혀있는 작업을 통해 여러 정체성의 문제와 갈등의 복합적 양상을 드러내며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에 다다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다나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열린 2013 년 55 회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전시 《추상적 발언 : 불확실성의 공유와 집단적 행동》에서 다섯 명의 도공이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거나 피아니스트 다섯 명이 동시에 연주를 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공동체의 형성 방식을 그리면서 재난과 그 이후의 삶을 은유적으로 재현하였다. 2017년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서는 《일시적 연구 : 제 7 회 워크숍, 함께 살아가는 법, 미지의 것을 공유하기》라는 작업을 통해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세팅에서 낯선 이들이 함께 모여 요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일련의 워크숍의 상황을 만들고 기록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에서 점점 거세지고 있는 국가주의 경향과 그로 인한 현상들을 타인의 문제라 여기며 침묵하는 대신 그 문제가 가진 ‘다치기 쉬움’을 인식하고자 한다. 나아가 일본인으로써 일본 사회 내 다수에 속하고, 재일 한국.조선인 소수에 대한 차별을 행하는 것이 그 다수의 일원임을 생각할 때, 타인의 입장을 상상해 보며 두려움 없이 말하기를 또 한 번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