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노년의 새로운 사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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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인의 자살,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 노령화 지수가 60%를 넘어서며 노령화 되는 사회에서 노인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의 위상도 서구화된 사회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풍토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공·사 기업과 정부가 노인 일자리 창출과 교육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시행한다는 소식이다. 은빛황혼의 사회로 여행, 그 곳엔 우리가 필요한 ‘그 분’ 들이 계셨다.

#희망 한 스푼, 활력 두 스푼 ‘실버 카페 샤이닝’, E-해피 하우스
“저, 여기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네, 이 쪽 자리가 비었네, 앉아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카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다른 점이라면 할머니가 주문을 받고 할아버지는 재료를 가지고 오시는 점이다. 지난 19일 마포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아름다운 실버카페 ‘샤이닝’. 보기에도 정정해 보이는 어르신이 바삐 움직인다. 연세를 묻는 질문에 겸연쩍게 웃으시며 “연세는 무슨, 고작 70인걸, 저기 앉아서 잠깐 기다려요” 앞치마를 휘날리며 차가운 차를 한 잔 내 주신다.
실버 카페의 커피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방금 뽑아낸 커피가 노인 바리스타의 실력이라고 느끼긴 어려웠다. 실버 카페 샤이닝은 국내 최초의 실버 카페다. 첫 운영은 노인들에게 시급을 주면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운영 전반을 노인들이 한다. “우리 어머니 참 곱지요?” 김혜연 사회 복지사가 말을 건내 온다.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어르신들 일하셔서 활기를 되찾는 모습에 더 힘을 내게 돼요” 김혜연 씨는 마포노인종합복지관 13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전문 사회복지사다. “요즘은 사업 확장과 아이템 구상을 하고 있어요.” 자부심을 가지고 일 한다는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거리에 열린 실버 카페는 노인과 젊은이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요즘에는 젊은층도 많이 찾아요.” 근방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신기해서 왔지만 지금은 커피가 좋아서 온다고 자랑한다. “자주 오는 편이에요, 가격도 싸고 맛도 괜찮아요” 직장인 이혜연씨는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 다른 거리는 한산했지만 이곳 복지관 앞은 노인들의 대화로 활기가 가득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은 총 열 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까지 2교대로 다섯 분씩 근무 한다. 노인 바리스타는 전문 바리스타와 강사에게 커피 및 위생·청결 교육도 받고 있다. “이젠 심심하지도 않구 참 재미있어” 김정열 노인 바리스타가 선뜻 말을 거신다.
“집에만 있으면 몸도 아프고 적적한데 나와서 일 하니까 아픈 것도 싹 낫다” 며 “이젠 자신도 생겼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아이구, 저 할멈 일 하면서 미인이 됐어”
“난 원래 미인이었어 이 사람아”
할아버지의 짓궂은 장난도 넉살 좋게 넘기며 웃는 실버 바리스타는 이미 우리가 필요한 ‘그 분’ 중 하나였다.
E-해피 하우스 사업도 시행되고 있다. E-해피 하우스는 지하 공동 작업실에서 상품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상품의 종류도 다양한데 머그컵 포장, 팬시 제품 제작이 주를 이룬다. 눈이 어두워 어려울 것이라 생각 했던 작업도 잘 하시는 모습은 사회적 편견이 무서움을 실감케 한다. E-해피 하우스를 담당하는 전수연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며 “만드신 제품 모두 하나 같이 인기가 좋다” 자랑 한다.
E-해피 하우스와 실버 카페 샤이닝은 시장형 사업이라 불린다. 시장형 사업은 소규모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기업을 공동으로 창업하여 자체수익이 일부 창출되는 일자리다. 또, 수익금에 따라 노인들의 활동비가 정해진다. 여러 작업 속에 노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현장이었다. 실버 카페 샤이닝의 경우 노인이 직접 카페를 오픈하고 독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서울시에서도 독립해서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 초기 투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는 샤이닝의 분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복지사의 말에 의지가 엿보인다.

#아직 나도 괜찮아,서로 도와야지
실버의 힘은 강하다. 얼마 전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나영이 사건을 기억 할 것이다. 이런 강력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노인들이 나섰다. ‘마포 사랑 실버캅’ 은 초등학교 앞에서 아동 유괴 등의 범죄를 방지하고자 기획 되었다. 실버캅 사업을 전담하는 이아람 사회복지사는 “마포 경찰서 및 어린이 안전교육 기관에서도 찾아와 노인들을 교육했다, 캠패인 활동도 하며 실제로 학교 앞에서 학교 지킴이로 활동하신다.” 며 “5월 말이나 6월 부터는 학교 안과 밖을 모두 지키시게 되었다.” 고 전한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세이프 키즈 코리아’ 와 연계해 교육을 했으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통안전지도를 하게 된다.
또, 힘든 이웃을 돕는 ‘복지 도우미 노노케어’, ‘영양 플러스 노노케어’ 가 시행되고 있다. 이 두 사업은 복지형 사업으로 묶인다. 복지 도우미 노노케어는 돌봄 서비스 대상이 된 노인을 노인이 찾아가 말벗을 해드리며 마음을 나누는 서비스다. 영양 플러스 노노케어는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을 깰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락 봉사는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봉사자의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실버 사업에 참여한 노인이 자신보다 조금 더 불편한 노인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한다. 같은 황혼의 인생 여행을 서로 행복하게 하기 위해 즐기고 있었다. 이런 사업들은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해 노인들이 다시 설 자리를 찾는 기회를 부여 한다. 다른 사업으로는 고잉 투게더가 있다. 서울시 내 만 60세 이상 교사출신, 특수학급 유경험 교사출신 노인이 특수학교, 학급 또는 장애통합유치원에서 아동의 학습교육을 보조하고 일상생활을 지원한다. “노인 도우미 선생님들은 전직 교사 분들이라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이전 경험을 살려 학습 교재도 잘 만드신다” 고 한다. 또, “점심시간에 흔히 일어나는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실도 둘러보시곤 한다” 고 전한다.


황혼기에 떠나는 세상으로의 여행, 그 길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하고 있다. 자료와 같이 노인의 고용률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 55~79세 고령층 인구 중 57.1%는 향후 취업을 원한다. 그 이유는 일하는 생활비 보탬과 일하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대다수 노인이 아직 일을 할 수 있으며 실제 일을 하고 있다. 반면의 노인은 집에서만 생활하며 원치 않게 은둔형 외톨이로 남는다. 자식 농사를 끝내고 당신 헛간은 텅 빙 노인들.
국내는 아직 노인의 노동에 관한 올바른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복지관 관계자는 “인력 파견형 복지 사업도 있지만 몇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력서조차 거부 한다” 전한다. 급격히 증가하는 고급 노인 잉여인력을 사용해야 할 때다. 복지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 모두 득이다. 기업들도 ‘노인은 할 수 없다’ 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은퇴한 노인 중 일부는 대기업에서 퇴직했고 여전히 많은 경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경력직 직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은빛황혼들의 사회로의 여행, 그 곳엔 우리가 필요한 ‘그 분’ 들이 계셨다.



자료출처 : 통계청
촬영 및 인터뷰 협조 : 마포노인종합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