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의 노변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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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爐邊情談이란 말이 있어요. 글자 뜻 그대로  ‘난로 옆에서의 다정한 대화’를 의미합니다. 추운 겨울날 오래된 벗과 화로를 가운데 두고 술한잔 주고 받을 때 서로 허심탄회하게 속에있는 말을 털어놓는 형태의 대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3김씨가 창성했던 옛날엔 정치인과 기자들 사이에 그런 노변정담이 자주 있었습니다. 대장인 김씨들과도 있었고, 중간 간부급들과는 다반사였지요. 그런데 대장이 대통에 오르면 기런 기회가 없어집니다.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그런식의 접근 자체가 안되니까 너나내나 서로가 답답했을겁니다.

대통령 전용기란 140석 정도를 5-60석으로 줄이고, 그 공간에 대통령실, 회의실,수행간부실등으로 개조한 비행기입니다. 남은 좌석 5-60석엔 일반 수행원들과 기자들이 차지합니다. 긴 시간 중요한 인원이 타니 좌석의 질이 좋아요. 그동안은 수행기자들은 무료탑승했었는데 이명박 전후로 1인당 7-8백만원씩 부담한답니다.

보통 해외순방때 한번타면 짧아도 3시간 길면 15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냅니다. 그래서 그 때마다 한번씩 대통령이 기자실로 와서 소위 노변정담이 벌어집니다. 그 땐 당장 닥친 현안은 물론 국내정세 전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게 됩니다. 질문의 형식이나 내용에 성역이 없어요. 그래서 노변정담입니다.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여행의 정서도 있고 내집(전용기 속은 내집)이라는 긴장도 풀려서 일반 기자회견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술한잔하면서 아주 허심탄회하게 진행 되기도 합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미 즉흥적으로 문답이 이어지니 자연히 대통령의 지적수준과 능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노변정담이지만 대화의 파이팅이 넘치는 장소도 됩니다. 그 장소에서 전두환과 2김의 능력은 발군이지요.

내 기억으로 그동안 전용기에서의 노변정담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기자들의 요청도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왜냐면 대통령 지가 손해보니까요. 오히려 노련한 대통령은 그 노변정담을 자기쪽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국내현안이나 순방중의 중요한 기사나 순방중에 일어난 낙수기사가 전용기에서 터져나오는 경우가 엄청 많았어요.

그런 분위기 때문에 각 언론사는 파견기자 선정에 전용기속 노변정담류의 대화에 특화된 기자에게 점수를 더 줬어요. 옛날은 노변정담에 참석했던 기자들이 귀국후 자기가 보고 들은 대통령의 인간형과 능력과 느낌등을 동료들에게 그대로 전달합니다. 그게 기자 사회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에 많이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文은 그런 노변정담을 기피하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형식상의 노변정담은 있었지만 옛 대통령처럼 심도있는 질문과 순발력있게 답변하는 진정한 의미의 노변정담은 없었습니다. 노변정담의 속성상 기자들의 돌발질문이나 도전적인 질문이나 복잡한 현안 질문등을 文이 감당 할 자신이 없었던겁니다.  (무식한 것은 상관 없습니다. 무식하다는 김영삼은 뱃장과 순발력으로 기자들을 가지고 놀았어요.)

급기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소위 노변정담이란 쑈를 벌이려다가 기자들이 뻔한 대답이 예상되는 북핵 이야기는 뒷전에 두고, 제일 심각한 경제현안을 질문하자. “약속대로 외교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는 참으로 구차한 말로 거부 했습니다. 북핵문제도 아니고….. 꼴에 외교랍니다.

북한 문제야 文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게 뻔 할 것이니, 기자들이 文이 그러거나 말거나 질문자를 바꿔가며 연속 3번이나 경제현안을 질문했어요. 노변정담이기에 무슨말을해도 조정이 가능했는데도 文은 끝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답변 할 자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솔직히 기자의 질문 내용도 뭐가뭔지 알아듣지를 못한 것일 겁니다.

어쨌든 文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여준다더니 엉뚱하게도“전혀 경험하지 못한 쪼다 대통령의 꼬라지”를 보여줍니다.

# 사족: 놀랍게도 文집단은 급전직하로 지리멸렬하고 있습니다. 위기 수습능력이 형편없어요. 조금만 더 밀면 발가벗을 판입니다. 이런 바보천치들에게 그동안 겁먹었다는게 쪽 팔립니다.

곧 허깨비가 될 것인데 자유우파가 받아내야합니다.

글: 손병호/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