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원조라는 역사적 필요조건 소고.
1.
2차 세계대전 후 신생독립국 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탄탄한 제조업 포트폴리오 기반을 갖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이 유사 이래 3천년만에 처음 누리는 부와 번영의 배경엔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삼성가로 상징되는 위대한 기업인들과 신생국을 휩쓴 공산화 물결 속에서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자본주의 공화정 국가를 건국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얻어낸 이승만, 산업화를 시작한 박정희, 산업화 완성, 경제 자유화와 국난 극복의 전두환-김대중, 글로벌 금융위기 선방과 G20 외교의 이명박 같은 지도자들이 그 시기마다 필요한 역할을 했음도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서방세계의 전폭적 지원이라는 절대적 필요조건이 있었다.
서방세계의 전폭적 지원은 한국의 분단과 전쟁이라는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분단과 한국전쟁이 아니었으면 단독 자본주의 공화정 수립도, 냉전기 체제경쟁 쇼윈도 국가로 미국, 유럽, 일본의 전폭적 지원도 없었다. 분단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최악의 경우 지금 북조선, 잘 해봐야 태국~베트남 사이 어느 정도 지위의 개도국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소련과 동구권 앞 체제경쟁의 쇼윈도인 한국에 역사상 최대의 단일국앞 경제원조를 공여하는 한편 한국 공산품의 거대 수입자로서 수출입국의 기회까지 제공했고, 적성국과 접경한 국가로선 이례적으로 낮은 국방비 지출로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게 주한미군과 핵우산까지 보장했다.
일본에겐 한국 앞으로 기술을 양여하게 하는 한편, 일본인들의 부채의식까지 더해져 조기에 한국은 전자, 석유, 화학, 조선, 기계, 자동차에 이르는 제조업 토털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제국주의 식민 종주국중 유일하게 일본만이 한국에게 조약을 통한 공식 배상(일본 외화보유고의 50%)을 하고 한국에 투자한 자산의 청구권 일체를 포기한 것 역시 미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경 덕분이었다.
분단과 전쟁 덕에 있을 수 있었던 미국 및 서방세계의 지원이란 필요조건과 우수한 기업인, 정치적 뒷받침까지 더해져 한국은 선진국으로 가는 좁은 바늘구멍의 막차를 탄 셈이다.
2.
하지만, 이런 거액의 원조를 아무리 제공해도 밑빠진 독일 뿐, 그 빛이 바래는 실패사례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의 반대편에 동서 체제경쟁의 또 다른 쇼윈도 국가로 소련, 동유럽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북조선 이라는 대칭사례가 있다.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은 형편없는 수준의 북조선산 공산품도 기꺼이 수입해 갔고, 한국을 침략한 자폭전쟁의 결과 융단폭격을 맞아 잿더미가 된 북조선 재건을 위해 서방세계가 한국에 제공한 것 못지 않은 거액의 원조를 북조선에 제공했다.
우호적 대외여건 속에서 북조선은 일본이 남기고 간 수풍댐과 같은 발전 인프라, 동아시아 최대 화학 콤비나트 같은 유리한 출발점에 서서 공산국가들의 전폭적 지원까지 받아 70년대 초까지 체제경쟁에 앞섰지만, 결국 그뿐이었고 그게 끝이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독재도 독재지만 경제적 무능은 역사상 최악이었고, 그들이 구상한 비날론 공장과 서해갑문 같은 치명적 실패들은 80년대부터 현재까지 40년간 북조선을 세계 최극빈국으로 떨어지는 고난의 행군으로 이끌었다.
3.
공산권 동지국가들의 경제 원조에 일본이 남기고 간 신생 독립국 최고 수준 산업 인프라 유산까지 받아 시작했으면서도 실패 빈곤국가가 된 북조선이라는 타산지석의 교훈이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우호진영 부국의 적극적 원조와 그 원인인 동서냉전이라는 체제경쟁이라는 배경도 필요하고 없어선 안될 큰 역할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이었다는 것.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우수한 기업가들과 높은 생산성,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의 수준까지 갖춰져야 한국과 같은 결실이 도출된다는 말씀이다.
건국이래 70년간 탄탄해진 한국의 경제체력은, 베네수엘라 차베스-마두로와 북조선 3부자 못지않은 악의와 무능으로 치명적 경제 실패를 노정하는 문재인 시대에도 무너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2년째 경제체력을 착실히 무너뜨리는 정치의 실패를 기업이 메꿔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선진국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