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떠나는 여행의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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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계획여행에서 충동여행으로.
지금이 5공 독재시대도 아닌데 자유를 논하기는 좀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IT기기의 발달은 정형화됐던 여행패턴을 다양화시키고 있는 추세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패키지라는 상품에 묶여 똑같은 일정을 보내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이제는 스스로 정보를 획득하고 혼자서 하는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IT의 발전을 우리는 스마트폰의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거운 데스크탑 컴퓨터보다 더 빠르고, 백과사전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갖춘 지식의 바다 인터넷과 그 다양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만으로 누구나 여행전문가가 될 수 있다.
“나 어디어디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촌스럽고 유치한 여행자가 아니라 남과 다른 곳을 보고, 남과 다른 경험을 쌓으며, 남과 다른 휴식을 취한 자가 남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법이다.

# 스마트폰으로 더 넓은 세상을
다니던 직장에서 상사인 김부장의 눈치를 살피던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차연호(28세)씨는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자유로운(?) 백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동안 맥주값을 아껴가며 모아둔 여행자금을 드디어 쓸 순간이 왔다며 기대에 찬 차연호씨는 이내 벽에 부딪히고 만다.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떨떠름한 미소를 나눠야 하는 패키지상품은 죽어도 선택하기 싫었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지역을 혼자서 떠날 용기는 없었다.
뒤적뒤적 인터넷을 떠돌던 차연호군은 최신 스마트폰의 놀랍고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놀
라움을 금치못했다. ‘바로 이거야!’ 속으로 외치며 당장 밖으로 나가 시계로만 사용되던 낡은 핸드폰을 버리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이제 그는 지구만큼 넓은 스마트폰의 세계에 접속한 것이다.

#항공권부터 호텔 예약까지
차연호씨는 우선 가고 싶었던 유럽행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인 ‘투어자키’가 출시한 앱을 이용해 국제선 최저가 항공권을 조사했다. 업체별, 날짜별로 가장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알아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외여행 전문업체 ‘저스트고’가 내놓은 앱을 이용하면 즉시 항공권 예매도 가능하다. 여행사를 거칠 필요도 없어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차연호씨
이제 항공권을 구입했다면 그냥 짐을 쌓고 떠나면 그만이련만 차연호군은 꽤나 철저한 사람이다. 미리 숙박할 장소도 예약해놔야 맘 편히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차연호씨는 이내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호텔부커라는 어플은 전 세계 20만개 호텔을 검색하고, 남은 방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예약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잘 찾아보니 국내 숙박정보를 알려주는 ‘파인드룸’이라는 어플도 있다. 호텔뿐 아니라 여관, 펜션 등의 위치와 전화번호와 같은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만약 깜박하고 예약을 못한채 타국으로 날아와버렸다해도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를 이용해 주변에 예약 가능한 호텔을 바로 찾아주는 기능도 갖췄다. 호텔 예약 사이트 ‘호텔앤조이’는 스마트폰에서 국내와 해외 호텔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앱을 내놨으며 전국 주요 캠핑장의 위치와 연락처를 정리한 ‘캠핑인’ 앱도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우리의 차연호씨는 항공권, 숙소 예약에 이어 여행 예산도 미리 짜놓는 성실한 사람이다. 하나은행이 내놓은 ‘하나N Money’와 각종 은행 거래가 가능한 ‘하나 N Bank’ 앱으로 휴가비용 관리부터 각종 결제 처리까지 모두 OK다. 신문대금이나 아파트관리비 납부일, 카드비 결제일이 여행기간과 겹치더라도 문제없다.

# 낯선 거리도 내방처럼
이제 유유히 항공기에 올라 눈을 붙인 차연호씨. 꿈에 그리던 유럽이다. 항공기에서 내리려는 찰라 공항이 위치한 런던지역의 날씨가 어째 어두컴컴한 것이 소나기라도 내릴 것 같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앱은 바로 어큐웨더(Accuweather). 현재부터 최대 15일 이후 날씨예보를 시간대별로 볼 수 있다. 앱으로 확인해보니 런던의 날씨는 잠깐 구름이 낀 것뿐이다. 도착하자마자 화창한 유럽의 거리를 거닐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작은 차를 한 대 랜트해 거리로 나섰다. 생전 처음 와보는 낯선 거리지만 성연호군은 두려울 것이 없다. 역시 스마트폰이 그에 손에 있으니까.
자갓 투 고(ZAGAT TO GO) 어플은 단순히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가이드북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것이 아니다. GPS와 구글 맵,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유명 레스토랑 가이드북이 아이폰을 만나 생명력을 더했다. 꽤 비싼 가격인 9.99달러에 판매되지만 그만큼의 효율성은 보장한다. 수십권의 가이드북이 스마트폰에 쏙 들어가 있다.

# 여행의 질 = 추억의 양
펍에서 맥주를 마시다 만난 금발의 아가씨.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친절한 시민들.
소소하지만 소중한 경험을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 남겨놓고 싶어진 차연호씨는 유료 앱 `트립저널(Trip Journal)`을 다운받았다. GPS를 방문한 여행지의 위치, 사진, 동영상과 간단한 메모를 저장할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SNS와도 바로 연동되기 때문에 즉시 자신의 블로그에 추억을 아로새길 수 있었다.

# 과음한 다음날엔 자가 음주테스트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은 우리보다 음주운전에 있어 훨씬 엄격하다. 한국에서처럼 근거없는 자신감을 들먹이며 운전대를 잡는다면 크게 후회할 일이다. 택시를 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랜트한 차량을 낯선 도로위에 두고 같는 것도 큰일이다. 이런 경우 T스토어의 `음주측정기` 앱으로 내가 술이 다 깼는지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도 좋겠다. 한국인 체질을 반영해 만들어졌으며 균형감각 측정기, 시선 측정기, 위드마크 측정기의 3단계 음주 테스트로 구성됐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 판단력이 저하되지 않았는지 판정해준다.